CO2 다이어트 – ‘누구나 CO2 100kg 줄일 수 있다’

2008.04.04 | 미분류

사람들 누구나 날씬한 몸매를 갖길 원한다. 인터넷에서 ‘다이어트’를 검색하면 온갖 살 빼는 비법이 쏟아져 나온다. 책만 하더라도 “누구나 10kg 줄일 수 있다”, “저녁식사 다이어트”, “일주일에 하루만 하는 다이어트”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이어트를 하듯이 열심히 줄여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CO2)이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두해 전부터 서울지역 아파트에 조경수로 심은 바나나 에서 바나나가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5도 상승했는데, 지구 평균 온도 상승치(0.74도) 보다 두 배나 높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재해와 전염병, 물 부족, 식량 생산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바로 ‘일상생활’이다. 차를 타고, 냉ㆍ난방 에너지를 사용하고, 물건을 생산ㆍ소비하는 과정에서 뿜어낸 이산화탄소가 기후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기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한 우리 모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CO2 다이어트”에 나선 초록이네 이야기를 들어보자.  

초록이는 지난해 외할아버지가 계시는 제주도에 불어 닥친 “슈퍼태풍”을 계기로, 우리 집에서부터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로 했다. 먼저 온 가족이 모여 전기요금 고지서를 살펴보았다. 네 식구가 지난달 쓴 전기는 300kWh로 요금이 4만 원 가까이 나왔다. 우리나라 가정의 35.4%가 월평균 전기요금으로 4만 원 이상을 낸다고 한다. 체중감량에도 목표가 있듯이 초록이네는 “CO2 다이어트” 목표로 전기 사용량을 10% 줄이기로 했다.  

우선 집에서 쓰는 전자제품의 목록을 만들었다. 하나하나 적어보니 전자제품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대형 텔레비전과 냉장고가 문제였다. 대형 제품을 구입하다보니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아도 전기 사용량은 늘어났다. 그렇다고 가전제품을 버릴 수는 없는 일, 에너지를 절약하는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선풍기가 소비하는 전력을 10% 줄이면 매년 2,151억 원을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82만8,800여 톤을 줄일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의 10%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기전력만 잘 차단하면 된다.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플러그를 통해 계속 전기가 소모되는데, 우리나라 가정에서 낭비하는 대기전력은 전체 전력의 11%나 된다. 초록이네는 플러그를 일일이 뽑는 것보다 멀티 탭을 사기로 했다. 멀티 탭도 연결 부위마다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조절장치가 달린 절전제품을 선택했다.

습관처럼 냉장고 문을 여닫고, TV채널을 자주 돌리는 것도 줄이기로 했다. 소비전력 80W인 20인치 칼라 TV 시청시간을 하루 1시간만 줄여도 1년에 이산화탄소 13kg을 줄일 수 있다. 아예, 전등 스위치에 “전등 끄기”, 현관문에 “대기전력 0 – 플러그 뽑기와 멀티탭 스위치 끄고 외출하기”, 냉장고에 “꼭 필요할 때만 열기”라고 메모지로 써 붙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CO2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가 나날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자제품을 살 땐 꼭 필요한 것인지 점검하고, 고효율제품이 아니면 들여놓지 않기로 했다.

전기커피포트의 소비전력은 2,200W로 노트북 60W의 수십 배나 된다. 이렇게 전기밥솥, 전기난로, 헤어드라이기 등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만드는 제품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CO2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전열기구는 전력소모량이 많다. 초록이네는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을 쓰기로 했다. 가스 불로 직접 가열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환경에도 좋다. 압력밥솥은 일반밥솥보다 조리시간을 3분의 1 정도 단축한다.    

“CO2 다이어트” 첫째 날, 초록이는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세수를 하면서 미지근한 물로 세수를 하고, 양치할 때도 컵을 사용했다. 물이 우리 집 수도꼭지까지 오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물 사용을 줄이면,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아침 식사로 봄 냉이 된장국을 먹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음식을 먹으면 몸에도 좋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수입식품은 배나 트럭을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또, 한겨울에 먹는 딸기처럼 제철농산물이 아니면 비닐하우스에서 난방연료를 사용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초록이 아빠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봄과 가을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할까 고민 중이다.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나의 엔진은 심장”이라는 말이 멋지게 들렸기 때문이다. 출근길 버스에서 틀어놓은 라디오 방송에서는 서울을 오가는 차량의 83%가 나홀로 차량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초록이네는 열심히 “CO2 다이어트”를 했다. 온 가족이 열심히 했더니 전기요금을 10,000원이나 줄었다.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돼 10% 아끼면 요금은 15% 정도 줄어든다. 전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kg)은 0.4364×사용량(kwh)이다. 한 가정에서 1년에 전기를 마음먹고 250kwh를 줄이면, 109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게 된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돈도 아낄 수 있다. 지구도 지키고, 경제도 살린다. 초록이네는 이 돈을 “태양광 발전 사업”에 투자하거나 나무를 심는 일에 쓰기로 했다. 적극적인 “CO2 다이어트”법이다.

초록이네 가족은 지금부터 여름을 대비한 “CO2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여름을 나기로 결정을 했다. 에어컨 1대는 선풍기 30대의 전력을 소모한다. 창과 유리를 단열이 잘되는 것으로 교체하거나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이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기로 했다.

한국인 한 사람은 1년 동안 평균 9.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세계평균인 4.22톤보다 두 배나 더 많이 배출한다. 초록이네는 목표를 세계평균으로 잡았다. 지구에 다함께 살기 위해 적어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초록이네는 하나 뿐인 지구를 위해서 “CO2 다이어트”를 더욱 열심히 할 계획이다. 온 가족이 에너지 절약의 ‘달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플러그를 뽑고, 절약 또 절약. 가장 간단한  “CO2 다이어트” 비법이다.

● 글 : 이유진 /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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