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태양광 발전 딴죽거는 정부

2008.04.15 | 미분류

[생태칼럼]태양광 발전 딴죽거는 정부

1887년 3월6일, 경복궁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깃불이 켜졌다. 에디슨이 백열전등을 개발한 지 8년 만에 서울에 설치한 것이다. 고장이 잦고 불이 자주 꺼져 ‘건달불’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1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품질 좋은 전기를 마음껏 사용하고 있다.

전기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생태 발자국은 매우 크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39%는 원자력으로, 58.8%는 석탄, 석유, LNG와 같은 화석연료로 만든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 문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송전탑 건설로 인한 산림과 생태계 파괴, 전자파 등 모두 전기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치러야 할 환경적 비용이다.

전기의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아껴써야 하고, 다음으로 환경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이처럼 보다 깨끗한 에너지의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게 발전차액지원제도다. 독일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청정에너지의 경쟁력을 위하여 정부가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보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일반전기는 1㎾시에 100원 정도인데,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677~711원에 사들인다. 국내에서도 2005년 시행된 이후 전국에 작은 태양광발전소가 생겨났고,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지식경제부는 태양광발전 기준단가를 500원대로 20% 이상 인하한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태양광발전 사업자들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것은 태양광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발전차액지원제도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거대 발전소의 중앙집중식 공급중심 에너지체제를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지원정책이기도 하다. 한 학교 선생님은 학교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수익금으로 ‘태양장학금’을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광주의 신효천마을과 제주도의 동광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기를 팔아 마을 운영비로 사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활용해 에너지 농부가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준단가가 20% 이상 낮아지면 이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다.

당장이라도 무엇이 될 것처럼 떠들었던 바이오디젤 사업이 경유에 겨우 0.05% 혼합하는 것으로 주저앉았듯 태양광발전사업도 이렇게 주저앉게 되는 것일까. 지식경제부의 정책은 시민들에게서 에너지 생산의 꿈을 뺏는 것이고, 한국을 에너지 후진국으로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태양광발전차액 기준가 대폭인하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

〈 이유진|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

경향신문 4월 16일자 생태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