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 시장 무너뜨리는 정부

2008.05.04 | 미분류

전기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생태 발자국은 매우 크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39%는 원자력으로, 58.8%는 석탄, 석유, LNG와 같은 화석연료로 만든다. 원자력발전소는 안정성문제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라는 골칫거리를 늘 안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력발전소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그래서 전기의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절약하고, 다음으로 환경비용이 들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이미 전기의 대부분을 생산해 공급하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발전차액지원제도다. 독일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정부가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일반전기는 1㎾h 당 100원 정도인데,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677~711원에 사들인다. 국내에서도 2005년 제도가 실행된 이후 전국에 작은 태양광발전소가 생겨났고,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4월 25일, 지식경제부는 태양광 발전차액 기준가격을 5단계로 세분화하고 최소 8.4%(소용량) 최대 30.2%(대용량)까지 인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게다가 2012년부터는 발전차액 지원제도 대신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기준가격 인하 결정은 태양광발전사업을 포기하는 결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지금까지 전기연구원의 기준단가 설정 연구용역 결과가 태양광발전 이용률을 높게 산정해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연구결과임을 지적해왔다. 연구보고서만 아니라 정부가 가격인하의 명분으로 내세운 ‘재정부담’도 말이 안 된다. 2008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차액지원 예산이 총 512억 원이다. 그런데 발전차액지원기금으로 이용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에너지 홍보에만 매년 100여억 원을 사용한다. 무연탄발전소 지원에는 매년 2,000여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 2013년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앞두고도 타에너지원에 비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기 그지없다.  

특히 2012년 발전차액지원제도 폐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도입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포기 선언이다. 전력 판매사업자의 총 판매량의 일정비율을 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하게 하는 의무할당제는 다시금 대규모전력생산자에게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도 맡기는 것으로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에너지생산 활동 자체에 진입장벽을 치는 꼴이다. 의무할당제를 추진했던 국가들 중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영국, 일본 등이다. 반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추진했던 독일,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중단하고 의무할당제만 진행할 경우 태양광시장은 스스로 살아남기 힘들다.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에 있어 발전차액지원제도 자체가 너무나 소중하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거대 발전소의 중앙집중식 공급중심 에너지체제를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이기도 하다. 한 학교 선생님은 학교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수익금으로 ‘태양장학금’을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광주의 신효천마을과 제주도의 동광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기를 팔아 마을 운영비로 사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활용해 에너지 농부가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준단가가 대폭 낮아지면 이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다.

지식경제부는 지금 시민들에게서 에너지 생산의 꿈을 빼앗고, 한국을 에너지 후진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태양광발전차액 기준가 대폭인하 방침을 재검토해야 하고, 일방적인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

이유진(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시민의 신문- 시민광장]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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