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하려면 한반도운하부터 백지화하라!

2008.05.19 | 미분류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려 한다면 당장 한반도운하 계획부터 백지화해야!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최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시작된 범국민적 저항이 점점 거세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자세를 낮추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우선 믿어 주고 싶다. 아니 대한민국의 안녕과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의 발언에 반드시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취임 3개월이 채 안되어 지지도가 20%대 초반으로 급락하고 국정운영에 커다란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가차원에서의 불행이 아닐 수 없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대통령으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밝혔듯이 그동안 권위주의와 불도저로 상징되는 독단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중단하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섬기는 대통령과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국민과의 제대로 된 소통, 국민의 뜻을 존중하려면 단순히 홍보활동을 강화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정운영의 난맥상의 핵심축을 세 가지 정도 들자면, 하나는 잘못된 인사를 하고도 이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쇠고기 수입결정이 분명 잘못되었음에도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국민들의 비판을 오히려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쯤으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한반도운하 추진이다. 앞의 두 가지에 대해서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한 대답을 국민들이 내놓고 있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남은 것은 한반도운하 건설계획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총선을 전후하여 운하건설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밝혀 국민들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마지막으로 밝힌 것이 운하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고 국민의 여론을 단계적으로 수렴하여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면 최근 대통령께서 밝힌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에 비추어 어느 것이 진정성이 담긴 것인지 묻고 싶다. 이미 전국민의 70% 이상이 한반도 운하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운하 건설이 경제성이나 환경문제, 식수문제 등 그 어떤 면에서도 아무런 이익이 없는 일이고 국론을 분열시켜 그나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명박 정부를 더 힘들게 할 것이 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뜻을 섬기려면 지금 당장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반도운하 건설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 것이다. 더 이상 또 어떤 여론 수렴이 필요하단 말인가?

오는 토요일(5월 24일)이면 생명의 강을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도보순례를 떠난 성직자들의 고난의 여정이 100일을 맞는 날이며 순례를 마무리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날이다. 이 분들이 흘린 땀과 국가와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 불필요한 운하논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진정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국정운영을 집중해 주기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을 이명박 대통령이 올바로 읽고 소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대다수 국민들의 바라는 운하건설계획 백지화의 열망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지금보다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 이 글은 5월 19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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