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땅과 물, 생명의 자유

2008.05.20 | 미분류

[생태칼럼] 땅과 물, 생명의 자유

요즘은 하룻밤 자고 나면 환경 규제가 풀려있다. 축사에 불이 났을 때 일꾼들이 대피하라고 설치한 비상등도 규제라고 우기는 대통령 덕분이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라고 이야기하는 대통령은 시장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으로 여긴다. 또 경제성장만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목표라고 믿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의 자유를 위해 환경규제를 풀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경제성장을 위해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면 할수록 땅과 물의 자유는 제한된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장과 주택을 짓고, 상수원 상류의 공장입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운하를 건설해 물을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가둔다고 생각해 보자. 이 땅의 자연은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한다. 녹색 숲과 보드라운 흙, 맑게 흐르는 물과 야생동물들은 갈 곳을 잃게 되고, 자연은 더 이상 숨 쉴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땅과 물의 자유를 제약한 결과는 어떠했었나. 숲을 이루고, 생명을 잉태하고 순환하며, 마음껏 흐르고 싶은 자연의 자유를 제약한 결과는 늘 비극적인 결말을 낳았다. 굳이 이스터 섬과 나우루 섬의 비극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매년 여름마다 겪는 물난리만 생각해도 답은 나와 있다. 하천을 복개해서 건물을 짓고, 제방을 쌓고, 해안가 해안림을 베고 펜션을 만들면 결국 물은 지형에 따라 제 길을 찾아갔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고도 우리는 매년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중국 지진과 댐 붕괴 사고는 자연의 재앙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준다. 이제는 반성을 할 만도 한데, 이 정부는 운하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이윤 추구를 목표로 작동하는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린벨트나 환경영향평가, 사전환경성검토 제도 등은 인간이 우리의 욕망을 스스로 제약해 자연의 자유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약속이다. 가치와 윤리의 반영이다. 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각종 개발과 운하건설을 추진한다면 그것은 결국 이 땅 전체를 ‘생태적 파국’으로 몰아가는 길이다.

크리족 인디언 예언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렵혀진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제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인간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답은 오로지 경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 ‘살 데’에 있다. 인간과 시장의 자유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과 자연의 자유를 억압한 방종이 계속된다면 결국에는 자연이 인간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다. 땅과 물, 그리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도 자유를 허하라.

<이유진 |녹색연합·기후변화 팀장>

경향신문 5월 21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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