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해치는 환경규제 완화

2008.05.27 | 미분류

                                               지나친 환경규제 완화는 국민의 삶의 질 해쳐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의 핵심 축 하나가 규제완화이다. 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슬로건 하에서 각종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있다. 규제를 푼다는 것은 얼핏 보면 바람직한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 안전망으로써의 최소한의 규제일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치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의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환경과 관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 정책은 이러한 가치판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오직 경제성장만을 위해서라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마저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대기업과 재벌의 요구에 맞추어 지난 수십년동안 우리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해 왔던 환경관련 규제를 하나 둘씩 해제하거나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 공장 신․증설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하하고, 계획관리지역내 5천평방미터 미만의 공장 건설시 환경영향평가 면제,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및 기간 축소 등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완화된 환경규제의 대표 사례들 중 몇 가지이다. 최근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정으로 인한 문제는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의 한 극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지난 수십년동안 대다수 국민들이 먹는 물을 안전하게 공급하고자 상수원보호구역 주변에 살고 있는 많은 주민들의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왔던 것이며 이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수를 지키는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에 공장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한다면 국민들의 먹는 물은 심각하게 오염될 수밖에 없으며,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은 사회적 기회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는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우리 국토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이며 지금도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의 요구이다. 그런데 이를 대폭 완화해서 1년 이내에 그 절차를 끝내겠다는 것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시키고 개발의 요식행위로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무릇 환경영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동․식물에 대한 4계절 조사가 기본이고 이러한 조사를 거쳐 작성된 보고서를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현장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보완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현재 규정되어 있는 기간도 결코 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 기업친화정부를 내세우며 이러한 절차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은 아예 환경보전을 위한 장치를 완전히 포기하고 기업에게 국토 개발권을 맡기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 대기업과 재벌들의 이윤이야 늘어나겠지만 환경이 파괴되면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나 또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경제의 가치를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사회나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은 돈으로만 계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측면 외에 이웃과의 관계, 쾌적한 주변환경, 여가생활, 건강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20년 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7천불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국민소득은 2만불을 넘어섰다. 경제 수준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면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80년대 말보다 3배는 높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삶의 질은 점점 나빠만 가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아가 생태계의 순환질서를 지키기 위해 환경관련 안전망을 다시금 튼튼히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 5월 23일자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