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엄습하는 에너지 위기

2008.07.15 | 미분류

– 유가 200달러, 300달러, 400달러 대비책 준비해야 –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차를 몰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제트 여객기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다.” 리처드 하인버그가 석유시대 종말을 예견한 책 “파티는 끝났다”에서 소개한 사우디아라비아 격언이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태라면 제트 여객기를 타던 아들이 바로 낙타를 타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1998년도 배럴당 10달러였던 유가가 10년 사이에 10배 이상 올랐다. 현재 서부텍사스유 1배럴은 146달러이다. 이렇게 유가가 올라가는 것은 석유생산국들이 석유생산을 줄여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석유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계인구의 35%이상인 인도와 중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석유 생산이 이들의 엄청난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석유자원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쉘 알레크렛 교수는 유가가 피크 오일(peak oil)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석유를 샴페인에 비유하면 지난 100여 년 동안 인류는 샴페인 19병중에서 이미 11병을 비웠다. 냉장고에는 8병이 남아있지만 삼페인을 마실 사람들을 줄을 서있다. 결국 수요에 대한 관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삼페인 수는 한정되어 있어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샴페인 파티는 끝나 가는데, 다음에 무엇을 마실지,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원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유가는 과연 앞으로 얼마나 오르게 될까? 골드만삭스는 향후 4년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에서 200달러 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2010년이 되면 평균 11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2008년 6월 현재 이미 136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예측보다 빨리 200달러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는 지금까지 숨 가쁘게 올라가는 유가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속수무책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속될 초고유가시대 유가 200달러, 300달러, 400달러에 대한 대안은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유가가 200달러 시대가 되면 농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현대의 농업은 ‘석유농업’이라고 한다. 각종 농기계, 비료, 농약, 비닐하우스 등 농사를 짓는데 석유가 없으면 안 된다. 게다가 유가 급상승으로 물류가 중단되면 대도시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외부로부터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식량체계 안에서 먹을거리는 싼 가격을 찾아 전세계를 여행하는데, 물류가 멈추면 식량공급도 멈추게 된다. 쿠바와 북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석유위기는 가장 먼저 식량위기로 다가온다. 석유 소비의 33%는 수송 부문이 차지한다. 유가 상승으로 수송연료의 가격이 상승하면 도로위에서 생계로 화물차와 자가용을 사용하는 서민들의 차가 줄어든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된다. 유가가 상승하면 석탄, LPG, 천연가스 가격도 함께 상승한다. 전력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석탄화력발전에 사용하는 호주산 유연탄은 작년에 비해 3배가 올랐다.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도 이번 겨울 수급불안이 예상된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 석유판매가 제한되고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는 우리 일상의 생명줄이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우리 삶 전반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석유는 그 자체로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물질의 원료이기도 하다. 옷, 의약품, 합성수지, 합성고무, 심지어 도로를 만드는 아스팔트도 석유를 원료로 한다. 원유가격 상승은 각종 생활용품 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져온다. 이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중소기업 도산, 금리급등, 고 인플레이션, 신용불량자와 노숙자 급증, 실업, 가족동반 자살률 급증 등 경제전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세계도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이 점점 희소해지면 이를 차지하기 위한 각 나라의 자원전쟁은 더욱 거세진다. 분쟁과 전쟁이 기아를 확산하고,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중동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에너지정책 Energy Policy> 2008년 3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석유 순수입국 26개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석유 취약성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석유취약성 지수가 높다는 것은 우리가 고유가와 석유정점의 위기에 다른 나라보다 더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으며, 사회경제적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고유가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고유가가 가지고 올 경제적 타격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만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0.74도가 올랐다. 1도가 채 안 되는 온도 상승이 지구의 기후체계를 변화시켰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 폭우, 폭설, 폭염, 슈퍼태풍과 같은 기상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구의 온도가 계속해서 오르면 2020년경에는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작게는 4억 많게는 17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야생동물들 중에서 온도 변화에 민감한 개구리, 뱀, 맹꽁이와 같은 양서파충류는 멸종하게 되고, 식량부족과 전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앞으로 12년 뒤에 벌어질 일들이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경제활동, 지구 66억 인구의 ‘일상생활’이다. 물건을 생산ㆍ소비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에너지, 운송과 이동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 냉방과 난방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기후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짜인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쉘 알레크렛 교수는 한국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경고한다. “한국인은 지금 현재의 에너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원유를 200만 배럴 이상 수입하고 있다. 가장 큰 유조선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원유의 양이 200만 배럴인 것을 염두에 두면 매일 초대형 유조선이 한 척씩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유조선이 페르시아 만에서 한국까지 들어오려면 40일이 걸린다. 그럼 페르시아 만부터 한국까지 바다 위에 초대형 유조선 40대가 길게 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만약 이런 운송과정에 차질이 생겼을 때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석유생산 정점은 바로 이런 과정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한국은 더 늦기 전에 장기적인 시간표를 놓고 에너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상황은 긴급한데, 우리의 에너지 소비 중독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독일 지속가능에너지 연구소 소장 고테린드 알버씨는  “한국인들은 하늘에 돈을 날려버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낭비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간판에 들어가는 전기와 아파트 꼭대기에 경관용으로 밝힌 조명등, 화려한 밤거리 등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낭비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1인당 전기소비량은 소득수준이 두세 배 이상인 영국, 독일, 프랑스 국민들 보다 많다.

왜 이렇게 전기를 흥청망청 쓰는 것일까? 값이 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을 낮게 유지해왔다. 실제 한 달 동안 사용한 통신 예금과 전기요금 을 비교해보면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한 달 평균 휴대전화요금으로 20~30만 원을 내지만 전기요금은  평균 2-5만원을 낸다. 휴대전화요금은 대부분 송수신 기지국 등 인프라에 대한 비용이지만 전기요금의 원가는 발전 및 송·변전 설비비용을 제하고도 대부분 연료비용이다. 이렇게 값싼 전기요금은 전력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전기를 난방에 사용하는 등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자고 하면 모두가 고개를 절래 젓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마음껏 쓰면서 값싸게 치른 전기에너지 사용에 대한 대가를 다음 세대들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값싼 에너지에 중독되면 에너지의 소중함을 모르게 되고,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덜하게 된다. 앞으로 에너지 가격에 대해 제값을 치르는 것을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소비 절약이 최우선 과제이다. “아끼고 또 아껴야 한다.” 가정도, 학교도, 기업도,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고유가는 우리 일상의 삶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계획에는 반드시 에너지 소비 절약, 효율 향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같은 석유로부터의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독립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아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장기적인 석유독립 시나리오와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석유독립’에 대한 장기비전을 준비할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의 방식과 경제 구조를 새로 짜야한다. 석유에 중독된 도시와 생활방식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 팀장)

월간 ‘숲’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