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제대로 하자.

2008.08.12 | 미분류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제대로 하자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서둘고 있다. 오는 8월 중순 공청회를 거쳐 8월말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고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기본법에 근거하여 수립되는 20년 계획으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과 집행의 근간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기본계획 수립의 근거가 되는 에너지기본법을 만드는 역할을 함께 했던 나로서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자 하는 데는 대환영이다. 그럼에도 내가 일하고 있는 녹색연합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이번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놓고 심각한 우려와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왜일까?

2030년까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을 결정할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사회 각분야의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계획안이 많은 독소조항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녹색연합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가칭 ‘에너지시민회의’를 만들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에너지 가격과 수요전망의 잘못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마련한 기본계획의 초안을 보면 2030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1백달러로 예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수요가 연간 1.7%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지금도 130달러를 넘나들고 있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에너지 수요를 더욱 적극성을 갖고 줄여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에너지 구조를 화석연료에서 독립하여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정부는 안이한 국제유가 전망을 내놓으면서 에너지 효율향상 등을 통한 에너지수요를 줄이려는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 핵발전소 비중의 지나친 확대이다. 기본계획 초안을 보면 핵발전소 비중을 현재 설비 비중의 26%에서 37-42%로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발전비중으로 예측하면 현재 40% 수준의 핵발전 비중을 60%로 확대하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지난 30년 가까이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엄청난 사회 갈등과 이에 따른 사회비용을 잘 알고 있다. 여전히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방안에 대한 사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계획을 실행하려면 추가 핵발전소를 9-13기 건설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발전소 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놓고 볼 때 신규핵발전소 건설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할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잘못된 기본계획은 새로운 사회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셋째, 지나치게 낮게 잡은 재생가능에너지 목표이다. 이미 유럽은 상당량의 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확보하고 있으며 이웃 중국조차 2030년 전체에너지의 2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확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30년 재생가능에너지 목표를 겨우 9%를 잡고 있다. 이는 고유가와 에너지위기를 맞아 전세계가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그 성장률이 매년 20-30%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분야에 아예 손을 놓겠다는 것과 같으며 그 결과는 석유에 이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서조차 또 다시 대외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넷째, 기본계획은 말 그대로 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종합계획이어야 함에도 최종 에너지 소비의 17%만을 차지하고 있는 전력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많고 수요관리를 통해 에너지절감 효과가 큰 수송분야나 건물, 난방 계획과 산업분야의 생산과정에서의 에너지 수급계획이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기본계획 작성의 목적이 핵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차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번 기본 계획 수립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의견 수렴없이 일을 추진하다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부딪혀 두 달정도 일정을 조정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충분한 검토와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기에 잡혀진 일정이 너무 촉박함은 물론 의견 수렴 의지조차 부족해 보인다. 이 사안은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좀 더디 가더라도 충분한 절차와 의견 수렴을 거쳐 제대로 된 국가기본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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