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건강

2008.11.03 | 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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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변화와 건강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1. 에너지와 기후변화
에너지는 현대 산업사회의 “혈액”이라고 불릴 정도로 산업과 경제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물질적 풍요는 값싼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각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대량으로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에 나섰고, 이때 활용할 수 있었던 에너지원이 석유, 석탄, 원자력이었다. 세계는 오랫동안 에너지원의 채굴과 생산,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을 경험했으며, 1990년대 들어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이 만들어낸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는 2007년 ‘제 4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후체계의 온난화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unequivocal)’임을 명백하게 밝혔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진행속도는 2001년 발표된 3차 보고서의 예측치를 넘어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IPCC 실무그룹1의 기후변화과학 부문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280ppm에서 2005년 379ppm으로 화석연료 사용, 농업과 토지이용도 변화 등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지난 100년간(1906~2005년) 지구평균온도는 0.74도(0.56~0.92도) 상승하고,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61~2003년 사이에 1.8 (1.3~2.3) mm/year 상승했다. 지구온난화 전망에 대한 6가지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화석연료에 의존한 대량소비형의 사회가 계속된다면, 1980~1999년에 비하여 금세기말(2090~2099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cm 상승한다고 전망하였다.

2.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세 가지 위기
에너지 소비 : 세계 10위 (1인당 : 25위) (BP, 2007)
석유소비 : 세계 7위 (BP, 2007)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 98.7%
온실가스 배출 : 세계 10위 (2005년)
원자력발전 규모 : 세계6위 (20기 가동, 발전 중 원자력 비중 36%)
경제규모 : 세계 13위 (World Bank)
인구 : 세계 25위 (World Bank)

① 피크오일 – “파티는 끝났다”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차를 몰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제트 여객기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다.” 리처드 하인버그가 석유시대 종말을 예견한 책 “파티는 끝났다”에서 소개한 사우디아라비아 격언이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태라면 제트 여객기를 타던 아들이 바로 낙타를 타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유가가 올라가는 것은 석유생산국들이 석유생산을 줄여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석유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계인구의 35%이상인 인도와 중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석유 생산이 이들의 엄청난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석유자원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쉘 알레크렛 교수는 유가가 피크 오일(peak oil)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석유를 샴페인에 비유하면 지난 100여 년 동안 인류는 샴페인 19병중에서 이미 11병을 비웠다. 냉장고에는 8병이 남아있지만 삼페인을 마실 사람들을 줄을 서있다. 결국 수요에 대한 관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삼페인 수는 한정되어 있어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샴페인 파티는 끝나 가는데, 다음에 무엇을 마실지,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원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유가는 과연 앞으로 얼마나 오르게 될까? 골드만삭스는 향후 4년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에서 200달러 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가가 200달러 시대가 되면 농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현대의 농업은 ‘석유농업’이라고 한다. 각종 농기계, 비료, 농약, 비닐하우스 등 농사를 짓는데 석유가 없으면 안 된다. 게다가 유가 급상승으로 물류가 중단되면 대도시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외부로부터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식량체계 안에서 먹을거리는 싼 가격을 찾아 전세계를 여행하는데, 물류가 멈추면 식량공급도 멈추게 된다. 쿠바와 북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석유위기는 가장 먼저 식량위기로 다가온다. 석유 소비의 33%는 수송 부문이 차지한다. 유가 상승으로 수송연료의 가격이 상승하면 도로위에서 생계로 화물차와 자가용을 사용하는 서민들의 차가 줄어든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된다. 유가가 상승하면 석탄, LPG, 천연가스 가격도 함께 상승한다. 전력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석탄화력발전에 사용하는 호주산 유연탄은 작년에 비해 3배가 올랐다.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도 이번 겨울 수급불안이 예상된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 석유판매가 제한되고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는 우리 일상의 생명줄이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우리 삶 전반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석유는 그 자체로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물질의 원료이기도 하다. 옷, 의약품, 합성수지, 합성고무, 심지어 도로를 만드는 아스팔트도 석유를 원료로 한다. 원유가격 상승은 각종 생활용품 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져온다. 이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중소기업 도산, 금리급등, 고 인플레이션, 신용불량자와 노숙자 급증, 실업, 가족동반 자살률 급증 등 경제전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세계도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이 점점 희소해지면 이를 차지하기 위한 각 나라의 자원전쟁은 더욱 거세진다. 분쟁과 전쟁이 기아를 확산하고,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중동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에너지정책 Energy Policy> 2008년 3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석유 순수입국 26개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석유 취약성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석유취약성 지수가 높다는 것은 우리가 고유가와 석유정점의 위기에 다른 나라보다 더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으며, 사회경제적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고유가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고유가가 가지고 올 경제적 타격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쉘 알레크렛 교수는 한국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경고한다. “한국인은 지금 현재의 에너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원유를 200만 배럴 이상 수입하고 있다. 가장 큰 유조선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원유의 양이 200만 배럴인 것을 염두에 두면 매일 초대형 유조선이 한 척씩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유조선이 페르시아 만에서 한국까지 들어오려면 40일이 걸린다. 그럼 페르시아 만부터 한국까지 바다 위에 초대형 유조선 40대가 길게 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만약 이런 운송과정에 차질이 생겼을 때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석유생산 정점은 바로 이런 과정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한국은 더 늦기 전에 장기적인 시간표를 놓고 에너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에너지 소비 중독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 한국의 1인당 전기소비량은 소득수준이 두세 배 이상인 영국, 독일, 프랑스 국민들 보다 많다. 지금 당장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계획에는 반드시 에너지 소비 절약, 효율 향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같은 석유로부터의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독립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아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장기적인 석유독립 시나리오와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석유독립’에 대한 장기비전을 준비할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의 방식과 경제 구조를 새로 짜야한다. 석유에 중독된 도시와 생활방식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② 기후변화 –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변할 지 아무도 모른다”
에너지 가격 상승만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0.74도가 올랐다. 1도가 채 안 되는 온도 상승이 지구의 기후체계를 변화시켰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 폭우, 폭설, 폭염, 슈퍼태풍과 같은 기상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구의 온도가 계속해서 오르면 2020년경에는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작게는 4억 많게는 17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야생동물들 중에서 온도 변화에 민감한 개구리, 뱀, 맹꽁이와 같은 양서파충류는 멸종하게 되고, 식량부족과 전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앞으로 12년 뒤에 벌어질 일들이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경제활동, 지구 66억 인구의 자본주체 체제하에서의 ‘일상생활’이다. 물건을 생산ㆍ소비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에너지, 운송과 이동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 냉방과 난방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기후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짜인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가 심각한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에는 모두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종종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할 때, “서서히 끓는 물의 개구리는 삶아져 죽고 만다”는 표현을 쓰는데, 지금 상황은 모두가 개구리 처럼 서서히 끓는 지구라는 솥단지 속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도 온난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남한의 기온은 지난 20세기 100년간 1.5도 상승(권원태, 백희정 외, 2005 ; 216쪽)했으며, 북한은 같은 기간 1.9도 상승(송경란, 2007 ; 24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체의 온도 상승에 비해 2배가 넘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라는 지리적 공간에서 남과 북은 기후변화에 있어 공동의 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조석, 태풍해일에 의한 해수면 상승효과를 고려해 작성한 시나리오 중에서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한반도 최대 범람 가능 면적은 약 2,643㎢로서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1.2%이며, 취약지대에 거주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6%(1,255,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조광우, 김지혜, 정휘철 외, 2002 ; 149쪽). 지리적으로는 서해안이 남해안과 동해안에 비하여 훨씬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해안 중에서도 북한이 남한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아열대 기후예측도남과 북은 이미 기후변화 현상으로 인한 기상이변을 수차례 겪고 있다.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이 올해 8월7일부터 18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수해피해를 입었다. 평양 580mm를 비롯해, 황해북도 서흥  769mm, 평안남도 북창 796mm, 강원도 회양 745mm 등 최고 700mm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수백 명이 사망·실종되었으며 88,400여세대의 주택이 침수·파괴되고 3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체 경작지의 11%가 침수됐으며, 철도·석탄·통신 등 생산기반시설이 파괴되었다(통일부 보도자료: 2007.8.19). 북한의 갑작스런 수해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로 연기되기도 했다. 남한에서도 9월 16일 태풍 ‘나리’로 인해 13명이 사망했고, 모두 1천79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남한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입는 피해에 비해 북한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데, 이것은 북한의 자연재해예측시스템과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무분별한 산림벌채와 농경지 황폐화로 거의 해마다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구온난화가 가속될수록 북한의 자연재해는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중에서 적응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2007년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메이프크로프트가 발표한 기후변화인덱스(Maplecroft Climate Change Index: CCII)에 따르면 북한은 지수가 4.0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높은 곳에 설정되어 있으며, 한국은 5.6으로 중간 위험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aplecroft, 2006.01).
  

③ 원자력의 위험 – “늙어가는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의 핵심은 원자력발전소 10기 추가건설로 요약된다. 원전시설용량 세계6위인 한국에는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2020년까지 8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이명박정부가 2030년까지 10기를 추가해 건설하면, 우리는 이 작은 땅덩어리에 4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진 나라가 된다.
1978년-2007년 사이 원자력발전소가 고장으로 발전을 멈춘 사례는 모두 398건이다(2007년 원자력발전연보). 가동연수가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는 모두 107건, 고리2호기는 48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오래전에 건설된 것일수록 고장사고도 잦다. 원자력발전소의 평균 수명은 30년이고,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상업발전이 시작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고리1호기는 수명이 만료되어야 했으나 현재 연장가동 중이다. 2030년이 되면 현재 가동 중인 20개 원전 중 12개가 수명만료 시점이 된다. 원자력발전소가 늙어가면서 각종 안전사고와 엄청난 원자력발전소 폐쇄비용,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앞으로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3. 기후변화, 누구의 생명을 위협하는가?
기후 변화는 글로벌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빈국과 작은 섬나라들이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리서치 회사인 메이플크로프트가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도를 수치로 산출해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세계 각국의 지형. 인구. 환경. 날씨 변화 등의 자료를 분석해 기후 변화 지수(CCI.Climate Change Index)를 산출하고,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을 나라의 순위를 매긴 결과)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기후 변화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O에 가까울수록 위협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장 타격을 크게 받을 나라는 아프리카 지부티(0)와 이집트(0), 안전한 나라는 동유럽의 아르메니아(10), 키르키스탄(10), 마케도니아(10)로 나타났다. 이것은 마치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미국과 유럽나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망치로 이집트와 지부티 사람들의 집을 내려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폭우와 홍수, 가뭄, 폭염 등의 빈발과 같은 극단적 기후 사건들은 인간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 피해를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극지방과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사람들이 가장 먼저 당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세계 보건의 날 테마를 ‘기후변화’로 설정했다. WHO는 `기후변화로부터 건강 보호’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6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폭염, 자연재해,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추산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 변화가 건강에 미쳐온 주요 영향을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식량위기로 인한 기근이다. 기후 변화에 극히 민감한 농업 부문에서 기온의 증가와 더욱 잦은 가뭄과 홍수로 인해 식량 안보가 위협에 처하게 되고, 그에 따라 영양실조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영양실조 사망자는 연간 3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둘째는 극단적인 기후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이다. 동시에 홍수로 인해 상하수도 시설이 훼손되었을 때 콜레라와 같은 질병들이 발병하게 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1천8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피해 지역의 보건 시설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로 오염된 물이 콜레라를 유발했다. 셋째로 물 부족이나 폭우로 인한 물의 과잉 모두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확산되는 설사성 질병을 증가시키게 된다. WHO에 따르면, 설사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약 180만명에 이르며, 설사성 질병은 아동 사망원인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넷째로 도시의 폭염이다. 심장 및 호흡기 질환을 지닌 노인층을 중심으로 직접적으로 질병률 및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2003년 여름 유럽을 강타했던 폭염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7만 명이 숨졌다. 폭염 이외에도 기온의 증가는 지표면의 오존을 증가시키고 꽃가루 발생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천식을 유발시키고 있다. 다섯째로 기온 및 강우 패턴의 변화는 질병을 매개로하는 동물 분포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질병 가운데는 말라리아와 댕기열이 현재 가장 큰 위험 요소로 평가된다. 동아프리카 고원 지대의 경우 지난 30년간 기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모기의 수가 크게 늘어났고, 그 결과 말라리아의 확산이 이뤄졌다. 이외에도 해수면 상승이나 빙하가 녹아내림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이 중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것이 생태계의 변화에 따른 피해이다. 2020년 양서파충류의 멸종은 농업과 인간의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4.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왜 소홀히 다뤄지는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지구인들의 선택은 다시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은 1997년 교토메커니즘에 의해 탄생했다. 유럽기후거래소(ECX)는 2005년 4월 문을 연 이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배출권을 사고팔았고, 거래액수로만 연간 5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탄소시장은 매년 2배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탄소를 사고팔아 돈방석에 앉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의 매슈 휘텔 기후변화거래소 기술총괄 담당자는 “시장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것이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탄소거래가 활발해 질수록 탄소를 줄이기 위한 관련 기술과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카본트레이드워치 활동가 케빈 스미스는 ‘탄소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는 2005년부터 가동한 EU 할당량거래 시장에서 영국정부가 각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배출량의 한도를 과도하게 주는 바람에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소 업자들이 남은 할당량을 탄소시장에 판매해 수입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필 울라스 영국 환경식품농업부 차관도 배출량과잉공급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했고, 2차 운영기간인 2008년부터는 할당량을 낮게 설정했다며, 1차 운영기간의 오류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는 정작 심각한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인 에너지 사용 절감 보다는 탄소시장이 창출해내는 이익에 열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온 정책이다. 그래서 CDM을 비롯한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에 대해서 각국정부는 사활을 걸고 나섰다. 원자력은 원자력대로 확대에서 에너지 사용을 늘이고, 거기에 더해 재생가능에너지는 장식용으로 확대한다. 결국 2030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력사용량은 지금보다 50% 늘어난다. 기후변화대응과는 아주 거리가 먼 정책이다. 기후변화라는 위기마저도 경제적인 이익 창출의 도구로 삼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우리가 지금까지 대기 중에 방출한 이산화탄소만으로도 최소한 지구의 온도가 2도가 오를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가 지금보다 더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점에는 애써 외면한다. 점점 더 따뜻해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적응하는 일에는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당장 익사당해 죽을지도 모르는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왜냐면, 돈을 벌어들이지 않고, 돈을 써야만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현상은 지역에 따라 미치는 영향도 다르고, 그 나라의 경제적인 부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역량도 다르다. 또한 한 나라 안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이 더 큰 위험에 놓였다. 기후변화라는 현상 앞에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네덜란드처럼 물에 뜨는 집을 지어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방글라데시처럼 흙과 짚으로 지은 집에서 살다 싸이클론에 수만채의 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곳도 있다. 2003년 유럽 역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사망자 발생,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지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참혹한 피해 등은 선진국이라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취약계층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과 수산업의 영향, 공장 노동자들의 건강피해,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걸음마단계이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의 10분의 1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기후변화종합기본계획은 많은 예산이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원자력기술에 대한 R&D투자에 배정되어 있다.

5. 한국에서 서둘러야 할 기후변화 대응 건강 정책
기후변화대응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이다. 2004년 9월 강력한 허리케인이 중남미에 연달아 불어 닥쳤을 때, 아이티에서는 3천명이 홍수로 익사했지만 쿠바에서는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쿠바도 가난한 나라이지만 지역사회에 기반한 재난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가 장장 다섯 시간 동안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방송을 했다.

기후변화 적응 방안에는 예방, 초기 대응, 효율적 사후처리가 있다. 예방조치로 폭염이나 기상재해와 같은 자연재해에 관한 조기경보시스템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전예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질병들에 대해 사전에 연구하고, 변화가 발생하면 바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2003년 유럽을 덮친 폭염은 유럽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특이한 고온현상에 갑자기 노출되었기 때문이며, 그러한 변화에 노인과 어린이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폭염은 노인층과 도시거주자들 사이에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여름 폭염으로 한낮에 밭일을 하던 노인과 공사장 인부가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1995년 시카고에서는 5일 동안 최고기온이 34-40도인 폭염이 발생했는데, 다른해와 비교해서 사망자수가 85% 증가했고,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는 11%가 증가했다. 이때에도 흑이 사망률이 백인에 비해 50%가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여름 폭염현상으로 일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이 15일 동안 계속되었고, 한밤에는 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현상이 지속되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1993년 같은 기간에 비교해 988명이 더 사망했다. 고온이 직접 사망원인이 되는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1994년 100명으로 1993년 2명과 1995년 13명과 비교해봤을 때도 엄청난 증가이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사회적여건, 보건기반시설, 인구특징에 따라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기후변화에 따라 전염성 질환이 증가한다. 전염성 질병은 모기, 진드기, 벼룩과 같은 곤충이나 쥐, 토끼 등의 설치류를 통해 확산된다(2020년 양서파충류 멸종시나리오와의 연관성). 이들의 생육환경의 변화, 즉 기후변화는 질병의 발생이나 확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모기가 알에서 번데기를 거치는 기간은 15도에서 15.5일이 소요되는 반면 기온이 20도 이상에서는 9.5일로 단축된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모기가 성충이 되는 비율이 증가하고 발육기간이 단축되어 개체수가 증가하므로 보다 많은 사람이 전염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도의 상승도 질병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해수온도의 증가는 비브리오균의 증식을 높이므로 관련 질병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말라리아나 세균성이질이 1980년대까지는 감소하다가 최근에 다시 급증하고 있다.

6. 성장만을 쫓는 세계경제, 지구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기후변화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에 던지는 경고이다. 그리고 그 해답을 다시금 시장에서 풀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돈이 돈을 버는 거대한 지구금융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 휘청이고 있다. 이 속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이자 우리들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인 ‘온실가스’를 또다시 금융과 결합한 상품으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가 에너지 소비를 1년 안에 절반으로 줄이는 정도의 혁명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세계는 또 우리 모두는 후자와 같은 선택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는 유지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의 위기를 받아들이겠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선진국 사람들의 성장과 소비욕망에 대한 제어, 가난한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성장에 대한 인정과 같은 전지구적인 대타협 없이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풀 수가 없다. 과연, 지구의 미래 희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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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발표된 IPCC 4차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3차 보고서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3차 보고서에서 100년간(1901∼2000년) 지구평균온도는 0.6도 상승했으나 이번 보고서에선 100년간(1906∼2005년) 평균온도가 0.7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빙과 열팽창에 의한 지구평균 해수면도 1961년 이후 연간 1.8㎜ 상승했으나 1991년 이후에는 연간 3.1㎜로 상승속도가 가팔라졌다. 위성관측 결과 북극 얼음면적도 1978년 이후 매 10년간 2.7% 감소했고, 여름철에는 7.4% 대폭 감소했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20년까지 아프리카에서 2억5000만명이 물부족에 직면하고 아시아의 해안가 도시들과 강 하구 도시들이 범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식량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질병도 창궐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온도가 1.5∼2.5도 상승하면 생물종의 20∼30%가, 3.5도 상승하면 40∼80%가 멸종할 위험에 노출된다.
IPCC는 이를 막기 위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떨어지기 시작해야 하며 2050년에는 2000년 배출량의 50∼65%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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