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환경부는 막개발 지원부서인가

2008.12.15 | 미분류

연초부터 각종 규제 풀더니
습지보전 예산도 50% 삭감
장관은 대운하 불씨 지피는 발언까지
환경부 존재이유 다시 돌아보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역사에 오래도록 기록될 장관이 될 것 같다. 환경부 수장이면서 끊임없이 ‘환경부’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정책을 펼쳤으니 말이다. 그는 최근 “탄소로만 따진다면 운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꺼져버린 대운하 건설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환경부 차관도 지방을 돌면서 ‘운하’ 필요성을 논의하고 다닌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권에서 대운하 재추진 목소리를 높이고, ‘녹색미래 실천연합’이라는 대운하 찬성 환경단체의 결집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연초부터 환경부의 규제 완화는 도를 넘어섰다. 장관이 진두지휘해 개발 부서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상수원보호지역 규제완화,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가 연이어 발표되었다. 수도권에 공장을 신설하고 증설하는 것이 대폭 허용되고, 자연보전권역에도 대형 건축물과 공장을 신설할 수 있게 되었다. 환경부가 부동산 개발과 토건국가 건설에 지원부서로 나선 것이다. 대운하도 하천 정비와 수질 관리를 명분으로 밀어붙였고, 심지어 지난 6월4일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환경부가 운하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장관이 이러시니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녹색’이 보이질 않는다. 환경부가 제 할일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녹색정책’은 고사하고, 기후변화 대책도 다른 부처에 끌려가기 일쑤다. 장관이야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환경부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명분으로 일을 한단 말인가.

요즘 환경부를 보면 크리족 인디언 예언자의 말이 떠오른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렵혀진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제야 그대들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리라.” 이 예언을 지금 환경부에 빗대면 이렇다. “마지막 그린벨트가 풀린 뒤에야, 마지막 수도권 규제마저 풀린 뒤에야, 마지막 남은 강들마저 오염시킨 뒤에야 환경부는 깨닫게 되리라. 환경부가 지킬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14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폴란드 포즈난에서 한국정부 수석대표로 연설을 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얼리 무버)가 될 것이라고 또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2012년 환경정상회의(리우+20) 한국 개최 의사를 밝혔다. 연설로만 보면 사람들은 한국 정부가 대단한 무엇을 하는 줄 알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토가 불도저 개발로 결딴나고 있는데, 그것을 ‘녹색’으로 포장하고 있다. 운하를 건설하는 대토목 공사 자체가 엄청난 환경파괴이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행위인데, 단순히 ‘도로’보다 덜 배출한다는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은 핵발전소 확대 아닌가. 이 엄청난 정책 ‘비전’과 ‘실행’의 모순 속에서 정부는 유엔의 가장 큰 환경회의 개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환경올림픽’이라고 떠들썩했던 람사총회가 끝났지만, 한국의 습지는 여전히 ‘막개발’과 ‘매립계획’ 앞에 떨고 있다. 내년 정기국회 예산안에는 습지 보전관리 예산이 97억원에서 51억원으로 50%나 감액되었다. 도대체 우리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한 것이 있단 말인가. 이제 ‘쇼’는 그만했으면 한다.

이만의 장관께서는 제발 ‘환경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어주는 곳인지 생각하시길 부탁드린다. 환경부는 온 나라를 파헤치는 사업에 박수를 치고, 도와주라고 존재하는 부처가 아니다. 경제성장 지상주의로 ‘막개발’된 파헤쳐진 국토를 복원하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물려주는 것이 환경부의 소임이다. 환경부의 존재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

한겨레 신문 12월 15일  <왜냐면>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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