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밀렵 1,000여 마리, 점박이물범의 통곡

2006.04.04 | 미분류

녹색연합은 올해 2월 말,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번식지인 중국 다롄을 방문했다. 점박이물범에 관한 중국의 연구성과와 보호현황을 글과 사진, 영상을 통해 몇 차례 보고할 계획이다. 본 보고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정보교류를 추진하며, 점박이물범의 국가간 공동보호를 기대한다. 나아가 점박이물범이 서해안을 둘러싼 한국, 북한, 중국의 긴장관계를 완화할 생명과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불법밀렵 1,000여 마리, 점박이물범의 통곡

창고에는 점박이물범의 울음소리가
2005년 2월 27일 밤, 랴오뚱만 동쪽의 창신따오 한 해변. 인적 드문 한 창고에서 갓난 아기의 울부짖는 소리와 유사한 울음이 퍼져 나왔다.
“이것들이 바로 점박이물범입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유를 먹여야 됩니다.”
아직 털갈이도 마치지 않은 12마리의 어린 점박이물범이 창고 안 조그만 연못 속에서 갖혔고, 이 중 2마리는 이미 죽었다.
“어린 수컷 점박이물범은 기르기 쉽고, 훈련하기도 쉬워요, 설사 죽더라도 손해는 안보죠.”
점박이물범의 생식기를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으며, 털갈이가 끝나면 가죽도 팔 수 있다는 현지인의 설명이다. 마리 당 4000위엔(약 50만원) 정도. 물건이 좋은 것은 8000위엔까지 나간다.



한 해 1,000마리가 희생
2005년 3월, 중국의 한 지방신문에 실린 기사다. 10일 간 랴오뚱만 각 지역에서 점박이물범의 불법포획을 취재한 기자는 어민들의 증언을 통해 한 해 약 1,000마리가 희생된다고 보고한다. 그 해 겨울, 40여척이 넘는 어선이 어둠 속에서 바다로 나갔고, 많게는 한 척이 30마리가 넘는 점박이물범을 잡아들였다. 현지의 점박이물범 불법포획은 점조직으로 해상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졌고, 다 자란 수컷은 직접 죽여서 생식기와 가죽을 얻고, 암컷은 암거래 상에 팔아 넘겼다. 털갈이를 끝내지 않은 어린 점박이물범은 육지로 가져와 털갈이를 마칠 때까지 키워 잡았고, 일부는 동물원에 넘겼다.

정력제로 팔리는 점박이물범 생식기
중국의 점박이물범 포획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랴오뚱만의 잉커우, 창신따오, 류순커우 어민들을 중심으로 1950년대 한 해 1,000마리 이상을,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400~500마리를 매년 포획하였다. 총기와 어구를 포획에 동원했고, 가죽은 모피 시장에, 고기와 기름, 그리고 생식기는 정력제로 팔았다. 어린 점박이물범은 동물원에 넘겨졌는데, 1970~80년대 류순 동물원에서 사들인 개체수가 매년 100마리에 달했다. 하지만 대다수 수유기 중의 털갈이가 채 끝나지 않은 어린 점박이물범은 독립적인 생존능력을 갖추지 못해 죽어 나갔다. 1978년 류순 동물원이 사들인 147마리의 어린 점박이물범 중에 92마리가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백령도는 안전지대인가
점박이물범을 멸종의 길로 몰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불법포획은 국제적인 물범 모피수요의 증가와 건강식품의 요구에 부응했다. 어린 점박이물범은 사람들의 관상용 동물로 포획되었다. 중국 내 점박이물범의 주요 번식지인 쑤앙타이즈 강하구는 습지매립과 모래톱의 어패류 양식으로 훼손되었고, 지속적인 유전개발로 점박이물범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악화를 유발했다. 창신따오는 대규모 항만과 산업단지 개발로 육상부를 점박이물범 보호지역에서 제외했다. 한국의 백령도 역시 관광선이나 어선의 방해를 지속적으로 받는 두무진과 옹기포 물범바위의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점박이물범은 비교적 인간의 간섭이 덜한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연봉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있다.

정확한 개체수 조사와 시급한 보호 방안
점박이물범은 모성이 강한 동물이다. 몽둥이로 얻어맞고 쫓기는 상황에서도 새끼를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등에 업고 도망가는 모습이 종종 관찰된다. 만약 새끼가 밀렵으로 사라졌다면, 암컷 점박이물범 마저 새끼를 잡은 불법포획선을 추적하다 덩달아 포획되기도 한다. 한해 한 마리의 새끼만을 낳고 기르는 점박이물범의 번식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재 암암리에 진행되는 중국의 불법밀렵이 엄격히 제지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서해의 점박이물범은 곧 멸종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중국 랴오뚱만에서 번식, 성장하는 점박이물범의 개체수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다만 1940년대 8,000마리에 육박하던 것이 1980년대 2,300마리로 줄었고, 1983년부터 랴오뚱만 점박이물범에 대한 포획금지가 실시되어 개체수가 조금 늘었다고 추측할 뿐이다.

사라진 고리무늬물범과 띠무늬물범
19세기 초,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해수편, ‘올눌수’의 항목으로 “검푸른색과 황백색의 점으로 이루어진 무늬”를 가진 물범을 서술하고 있다. 지금부터 약 200년 전, 백령도를 지나 태안반도, 칠산바다, 그리고 전라남도 흑산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서해안 전역은 물범의 주요 집단 서식지였다. 북한에서 발행한 『조선짐승류지』의 기록이나 정문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점박이물범, 고리무늬물범, 띠무늬물범 등 물범의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고리무늬물범과 띠무늬물범은 대동강 하류, 태안반도에서 발견돼 평양동물원과 창경원으로 옮겨진 이후 멸종했다. 중국, 북한, 한국을 오가며 마지막 숨통을 이어가는 점박이물범이다. 밀렵창고 안 점박이물범의 통곡 소리에서 서해안의 죽음을 예견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 것이다.

자료번역을 도와주신 김미영, 문은정, 배연희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 자연생태국 윤상훈 활동가 dodar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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