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의미와 문제

2006.04.25 | 미분류

습지를 효율적으로 보전, 관리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1999. 2. 8 법률 5866)에 의해서 발의된 습지보호법에서 습지보호지역이라 함은 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등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습지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1,200만 수도권 거주인구의 젓줄인 한강의 습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한강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다만 지정과정에서 보호지역의 구체적 장소와 그 곳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생물 종의 중요성과 생태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또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보호대상을 어떻게 보호할 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되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보호구역의 범위가 당초 안에서 상당부분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관지역의 보호도 당초부터 포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부분 생물종의 보호가 목적이라면 해당 종의 생태를 정확히 파악한 가운데 효율적인 보호대책이 수행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할 것이다. 재두루미의 경우 현재 김포권역의 신도시개발과 맞물려 채식지 파괴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보완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재두루미의 경우 현재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강변의 습지는 대부분 잠자리로 의존하기 때문에 이 종에 있어서 채식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물론 일부 집단의 경우 강안의 갯벌이나 파주의 군사보호구역 내 농경지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월동시기에 도래하는 개체수에 비해서 채식지의 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농경지와 갯벌을 이용하는 두루미와 강변의 물가를 이용하는 저어새 등 국제적색목록에 등록된 종의 경우도 채식장소와 잠자리의 보호는 너무나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붉은발말똥게(멸종위기종)와 펄콩게(보호종지정 필요 종) 등 저서생물의 경우 지자체의 개발공약과 맞물려 철책제거가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보호대책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특히 한경하구를 행정구역으로 갖고 있는 자자체 중 유독 김포시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향후 김포권역의 철책제거와 골재채취 등 급격히 변화할 강변의 상황을 감안할 때 한강하구생태계의 파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강하구를 기반으로 서식하는 대부분의 생물들은 사람들처럼 강안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어 차별을 두고 살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 쪽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양안을 오가며 살아가는 생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럴 경우 당초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며 한강하구의 생물종다양성은 급격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종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이와 관련하여 중장기적으로 습지보호지역 자체를 해제할 예정이라면 더 이상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례를 이미 낙동강하구에서 경험한 바 있어 더욱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지역마저도 여러 가지 예외규정을 만들어 개발승인을 해 주고 있는 현실에서 당초부터 지정구역에서 제외한 것은 더 논할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개발이권과 관련 있는 부처에서는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은밀히 부처간 혹은 중앙부처와 지자체간의 협의를 통해서 개발을 유도하거나 배후에서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예상되는 한강하구 난개발과 관련하여 해당부처들의 보다 적극적인 보호대책을 촉구하는 바이다. 결국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의 지정은 해당부처의 생색내기식 발표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보호대상종에 대해서 체계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보호지역의 범위와 필요할 경우 대체방안을 강구하여 명목적인 보호가 아닌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글 : 백용해 녹색연합연안보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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