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위의 한미FTA – 위험천만한 식품 물밀 듯 들어오나

2006.06.08 | 미분류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하는 A씨는 불안하다. 밥상에 오른 음식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식품선택에 까다로운 A씨는 생협을 통해 유기농식품을 주문해왔지만, FTA로 농업이 몰락하면서 원하는 만큼 식품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은 감자와 두부가 유전자조작이 아닌지 유난히 신경 쓰인다. 미국의 끈질긴 요구로 유전자조작식품표시 해당 품목에서 하나둘 제외되더니 이젠 표시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 한미 FTA 체결 후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 농산물과 축산가공품이 한국으로 대거 몰려오게 된다. 지난 2월2일,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의 농산품 관세와 장벽을 낮춰 미국 농업생산자들이 최대한 이익을 얻도록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미 식품산업계의 열렬한 응원이 이어졌다. 캘 둘리, 식품협회회장은 “한국은 이미 여섯 번째로 큰 미국 농산물 수출 시장인데, FTA가 되면, 미국 식품회사는 한국시장에 더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다”말했다. 돈 불, 전국돈육생산자위원회장 (National Pork Producers Council)도 하루 육류단백질 섭취량의 44%를 돼지고기로 충당하는 한국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농축산업자들이 다가올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면 한국의 농민들은 다가올 태풍에 보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맞서야 할 판이다. 그러나 농민만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미국산 농축산물 앞에 국민들의 건강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미국의 축산업은 공장식 대량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동물을 공산품으로 취급한 공장식 대규모 축산업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광우병이며, 광우병은 소에게 육식사료를 줌으로써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광우병 소가 워싱턴, 텍사스 그리고 최근 앨라바마에서 발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한미FTA 개시 전제조건 중의 하나로 광우병 때문에 금지했던 쇠고기 시장을 덜컥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하자마자 일주일 뒤인 3월13일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세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는데도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강행은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국민을 인간광우병(BSE)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이처럼 밥상위의 위험요소가 하나 더 늘었지만 문제는 이제 쇠고기뿐만 아니라는 것이다(물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끝까지 막아야한다).

미국은 식품수출을 쉽게 하기 위해 직접적인 관세인하와 위생 및 검역조치(SPS) 기준 완화 수단을 사용한다. 각 나라마다 농산물이나 식품을 수입할 때 위생검사와 검역을 거치도록 하고 있고 그 기준은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이 미국 농산물을 수출하기 전에 검사하는 절차를 대폭 완하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6년 3월 31일 미국 무역대표부가 제출한 ‘2006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의 사전수입승인제도가 까다로우며,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에서 미국식 “GRAS” 표준을 채택하지 않고 한국 특유의 까다로운 표준 및 적합성 평가 절차를 유지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지금까지 한국의 식품검역 기준을 낮추도록 요구해 왔고 그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최대 농약잔류량 제한(MRL)’ 기준치가 적용되는 수입 농산품의 범위를 196개에서 47개로 대폭 축소했고,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은 주에서 생산한 미국산 닭고기 등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했다. 반대로 우리 농축산물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 수출이 승인된 국가와 제조회사로부터의 수입만 허용되고, 수입 축산물은 세관에서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금도 한국 축산품은 카레에 포함된 소량의 쇠고기 등 몇 가지 예외를 빼고 모두 금수 조치돼 있다. 미국은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청(FDA)이 식품의 물질적 오염, 화학적 오염, 생물학적 오염 여부에 대해 검사하고 있으며, 최근 이 검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의 신고배가 농약잔류 허용치를 초과해 압류 조치를 받은 바 있고, 한국의 깻잎 통조림, 두유, 식혜 등 열처리가 됐거나 진공 포장된 식품이 사전에 FDA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된 적도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은 유전자조작과 같은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사용된 옥수수, 콩, 콩나물, 생감자 등에 유전자조작 여부를 표시하는 라벨을 달도록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유전자조작 식품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유전자조작 표시 제도에 심히 유감이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은 FTA협상에서 한국의 유전자조작 표시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최대의 GMO(유전자 조작식품)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서 전 세계 GMO 재배면적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35%, 옥수수의 25%가 GMO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전자조작식품을 전통적인 종자개량식품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콩’이면 ‘콩’이지 그게 유전자조작을 했건 안했건 차별하지 말라는 말이다.

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한국의 기준은 자꾸만 완화되고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울까? 미국이 제시하는 협상기준은 WTO 기준이다. WTO의 SPS는 식품의 검역조치에 있어 국제적인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기준, 지침, 권고를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국내기준을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보호수준으로 설정하려면 ‘과학적인 증명’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뒤진 국가 또는 후진국은 선진국의 무역촉진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환경파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한미FTA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서로의 ‘위생 및 검역’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바닥으로의 경쟁”을 시작할 것이고, 문제는 전문인력, 기술, 장비, 정보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는 한국이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검역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다. 따라서 중국산 납 꽃게 파동, 김치 납 검출, 장어 말라카이트그린 발암물질 검출과 같은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수입 검역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우리 식탁에서 중요한 식품 순서로 위생 검사 항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 기준을 더 낮추게 될 판이다. 또한 SPS 기준완화는 악성 가축전염병과 유해병해충의 유입 가능성을 높여, 국내 동식물보호와 환경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한국이 유전자조작 식품, 유기농 식품 등에 대해 라벨링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나 광우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쇠고기 부위나 조류독감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가금류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임하는 한국정부의 자세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지난 5월 12일 국회에 ‘대외 비공개’ 표시를 달아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목표 및 우리측 협정문 초안 주요 내용’ 보고서에서 위생 및 식물검역 조치 적용에 대하여 WTO SPS 협정상의 권리와 의미를 재확인한다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이것은 현재 정부가 한미 FTA체결이 국민들에 생활과 건강에 미칠 세부영향을 분석하고 그 분석내용을 토대로 협상의 원칙과 대안을 마련하는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3년 가공식료품 전체 수입량의 44%를 미국에서 수입할 정도로 한국의 식품에 대한 미국 의존도는 높다. 사실 미국의 식품산업은 거대 농식품복합체가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병선(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길과 콘티넨탈이 미국의 곡물수출의 거의 50%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곡물의 가공, 동물사료, 가금류, 낙농제품, 과일주스, 씨리얼, 음료농축액 등 음식료부분의 거의 전 부분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자 및 비료, 농약과 같은 농업생산자재산업에도 진출하여 농업생산과 관련된 사업전반에 걸쳐 진출해 있다.”며 지적한다. 결국 한미FTA체결은 한국의 식량수급을 소수의 초국적농식품복합체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은 타격을 입고,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한 식품에 대한 선택권도 위험에 빠진다. 미국정부는 철저히 미국 농식품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도대체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가?

글 : 녹색연합 활동가 이유진 leeyj@greenkorea.org

친환경 우리농산물 급식 WTO 위반?

2005년 9월 9일, 대법원은 전라북도 교육감이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토록 한 관련 조례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학교급식조례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 내렸다.
이 판결은 아이들의 급식에까지 WTO 협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WTO 협정보다 더한 것이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해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까지도 팔아먹는 정부의 태도였다.

학교급식네크워크는 주민발의로 우리농산물 사용 등을 명시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해 왔다. 전북도의회는 2003년 10월 전북도내 학교 급식 때 전북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전북산 제품을 쓰는 학교에 식품구입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정부는 전북조례가 WTO협정 위배라며 전북도교육청을 움직여 대법원에 제소했고, 대법원은 결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WTO 협정은 수입물품이 국내의 동종물품과 경쟁할 때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내산을 우대하는 전북도의 조례는 WTO 협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 우리농산물 급식조례가 WTO의 분쟁해결협의절차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또 미국, EU, 일본 등 21개국이 모두 학교급식에 자국산 농산물 사용을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상호주의에 입각해 제소의 가능성이 낮다. 결국 우리정부가 알아서 국내법보다 WTO를 더 배려한 것이다. 설사 나중에 제소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국민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정부가 지켜야 할 부분을 알아서 포기한 것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결국 한미 FTA협상에 있어서 미국산 식품의 대대적인 수출 공세를 펴는 미국정부에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축구로 치면 자살골이다. 지난 4월27일, 부산 해운대구의회가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학교급식조례제정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EU처럼 호르몬 쇠고기나 GMO분쟁에 있어 미국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한국정부에 기대도 못한다. 제발 상식의 수준에서 풀뿌리 운동에 찬물을 끼얹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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