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랴오닝성 해양수산과학연구원에서 1980년대 이후 점박이물범의 개체수와 번식습성을 조사한 왕 페이리에(Wang Peilie) 박사와 한 지아보(Han JiaBo) 부원장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름철(7월~10월) 중국에서 발견되는 점박이물범은 먀오다오 군도(廟島群島)에서 3~5마리, 후핑다오(虎平島)에서 2~3마리, 슈앙타이즈(雙臺子) 하구에서 1마리 등 채 10여마리가 안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원창만 박사가 2000년 3월에서 2001년 12월까지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0년 6월 26일 307마리, 2001년 8월 30일 343마리 등 관찰 최대 개체수는 350마리가 넘지 않았다.
중국과 한국의 여름철 서식 개체수를 산술적으로 더해보면, 한국의 백령도와 중국의 보하이(渤海) 랴오뚱만을 오가며 번식, 성장하는 점박이물범의 전체 개체수는 불과 350마리 정도라는 결론이다. 만약 이러한 추측이 사실이라면, 점박이물범의 멸종은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녹색연합은 국회바다포럼과 공동 주최로 2006년 6월 20일(화)부터 23일(금)까지 한국과 중국의 물범전문가, 환경활동가, 정부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점박이물범 보호와 관리에 관한 국제심포지엄’과 ‘한-중 백령도 점박이물범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심포지엄과 공동조사 기획은 접경지역인 백령도와 랴오뚱만의 점박이물범 조사 자료를 공유하고, 서해안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한국의 해양수산부, 환경부,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331호이며,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인 점박이물범을 보호하기 위한 다수의 계획을 발표하였다.
안타깝게도 이번 심포지엄 결과,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모두 점박이물범의 정확한 개체수를 조사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에서 1982년과 1986년~1990년 동안 쇄빙선, 조사선, 항공기를 이용한 목시(目視)조사 결과 점박이물범의 전체 개체수를 2,300마리로 추정하였지만, 이 또한 총량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였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한 ‘대련 점박이물범 국가중점자연보호구 관리처’의 장 웨이(Zhang Wei)의 견해에 따르면, 2003년 1월~4월 사이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랴오뚱만 전체 개체수를 3,000마리로 이미 개체수가 회복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2003년 조사 역시 1980년대 설정한 조사구역에서 개체수가 다수 발견되는 표본지역에 단순히 전체 면적을 곱해서 나온 추정치였다. 조사인력과 예산의 부족으로 지금까지 총량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국제심포지엄 다음날인 6월 21일(수)부터 2박 3일 동안 ‘한-중 백령도 점박이물범 공동조사’를 통해 밝혀진 백령도의 점박이물범 상황은 충격적이다. 조사 첫날, 낚시 어선 2척으로 인해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에는 점박이물범이 단지 한두 마리만 발견되었을 뿐이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연봉바위의 오른쪽 바위에서는 어민들이 어선으로 상륙해 낚시를 하고, 왼쪽 바위에만 위태롭게 약 40마리의 점박이물범이 휴식을 취하는 상황이었다. 옹진군과 해양수산부의 도움으로 행정선을 이용해 백령도 일대의 점박이물범을 조사하였으나, 다른 개체군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학자들의 의견으로는 물범바위의 점박이물범이 비교적 교란요인이 덜한 북한의 장산곶과 월내도로 서식지를 옮겼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원창만 박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공동조사와 비슷한 시기인 2000년 7월 307마리, 2001년 6월 123마리, 2002년 6월 239마리가 물범바위에서 발견되었다. 시급한 보호대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행정부처는 점박이물범 보호와 관리에 관한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자연자원과 홍정기 과장은 발표에서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개체수가 2002년 354마리, 2003년 298마리, 2004년 267마리, 2005년 110마리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이는 백령도 어민들의 어업행위와 관광, 점박이물범의 천적인 상어의 출현으로 인해 점박이물범의 서식지가 교란되는 상황으로 정리했다. 해양수산부는 ‘서해연안 해양평화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착수할 백령도 점박이물범 조사계획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의 고래연구소를 중심으로 2011년까지 개체수, 사진식별, 유전자, 회유 경로 및 시기, 식성, 행동, 위협요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점박이물범의 보호와 관리’의 핵심은 백령도 지역 주민과의 공존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백령도를 ‘생명의 땅’으로 기획한 ‘그린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백령도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건강한 생태계를 주민의 삶과 함께 고민할 ‘그린프로젝트’는 백령도의 환경현황에 관한 기본조사, 점박이물범 홍보방안, 주민들의 생활권과 점박이물범의 충돌상황, 주민들의 점박이물범 인식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하여 백령도의 점박이물범 보호관리를 위한 조사, 시민참여, 홍보, 교육방안 등을 제출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NGO, 학자, 정부 간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점박이물범이 번식을 위해 랴오뚱만으로 옮기는 내년 초, 제 2차 ‘한-중 점박이물범 국제심포지엄’을 제안한다.
백령도는 점박이물범의 마지막 생존 보루다. 녹색연합은 향후 백령도가 우리나라 점박이물범을 포함한 기각류 연구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 해양수산부, 환경부, 문화재청, 옹진군의 점박이물범 보호에 관한 공동 협력과 보전 노력이 필요하며, 지역 주민의 공감대와 지원이 절실한 때다.
왕 페이리에 박사는 1927년생으로 올해 80세다. 중국 해양포유류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이며 1980년 이후 랴오닝성 해양수산과학연구원의 점박이물범 연구를 주도했다.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 페이리에 박사의 제자인 한 지아보 부원장은 왕 박사의 연구성과를 받아 점박이물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점박이물범 상황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전문가다. ▶ 점박이물범에 관한 중국 조사 현황은? ▶ 점박이물범의 개체수를 몇 마리로 파악하는지? ▶ – 중국의 점박이물범 불법밀렵은? ▶ 점박이물범의 여름철 서식지에 관한 조사는? ▶ 점박이물범 조사에 관한 향후 계획은? ▶ 백령도를 둘러본 느낌은? |
글 : 자연생태국 윤상훈 활동가 dodari@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