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맵 대장정> 8일차 – 새만금 환경조사 활동과 사랑편지 나누기

2006.08.10 | 미분류

부안에서의 마지막 날 어김없는 새천년 체조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의 새만금이 부안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고,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새만금 환경조사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린맵 대장정 팀은 각 모둠으로 나누어 부안읍, 부안댐, 격포, 변산 해수욕장, 계화리, 계화면사무소 소재지로 갔다. 우리 모둠은 부안읍내를 가게 되었고, 우리 조는 부안읍내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부안시민들을 만나게 되었다. 많은 그린맵 대장정 팀의 대원들은 직접 발로 뛰는 설문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많은 걱정을 안고 있었지만, 어제 보고 느꼈던 감정들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 했다. 부안읍내의 상권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 폐기장 문제 때문에 매우 민감해져 있었고, 대부분 그 전의 일이 이렇게 될 지 예상하지 못해서 많이 후회하는 편이었다.

대원들이 만나본 시민들의 모습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간 곳은 부안읍 시장의 해산물 가게였다. 그 곳에는 가족 전체가 계셨는데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할머니 등 가족들이 모두 가게에서 일하고 계셨다. 우리 대원들의 소개와 취지 그리고 조사할 것들을 여쭈어 보니, 한층 편하고 아들, 딸처럼 대해 주셨다. 그분들은 “내가 해창 갯벌에서 살다 갯벌이 어쩔 수 없이 읍내로 나왔다”고 말하며 갯벌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표시했다. 갯벌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심적, 물적으로 매우 큰 타격을 입으셨고, 많은 안타까움을 설명해 주셨고,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다. 매출도 줄어들고, 맛있는 백합조개도 나오지 않고 관광객도 줄어들어 생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해 주셨다.

두번째로는 낚시용품 전문점을 찾아 갔는데, 가게에 한 아주머니는 “처음에는 신부님이 3보 1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 때 공사 진행을 막았어야 했다”고 주장하셨다.

세 번째로는 시장 안에 있는 잡화상에 갔는데, 주위에 지나가시는 분까지 모두 새만금 간척사업을 시작했으니, 빠른 시일 내로 마무리 해주고, 처음에 보여주었던 청사진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분들이 계셨다. 이 분들은 하나같이 빠른 사업과 청사진을 기대하며 근근이 버티어가고 계셨다.

마지막으로는 시장 안에 있는 쌀집과 식당 등에서는 지금도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하는 상태였고, TV에서만 몇 번 본 것으로 막연한 다른 지역의 일처럼 대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첫 번째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 차이에 의한 시각 차이를 볼 수 있었고,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새만금 환경조사 활동 실시를 하면서 우리 대원들은 새만금에 대해 현재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며, 만약 우리가 부안에 살고 있고, 갯벌 근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았더라면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부안에서 대부도로 이동을 하여 저녁 시간에는 환경지킴이 사랑 편지 나누기, 즉 지금까지 생각하고 느낀 점을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단순히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는 각오였던 대원들이 점차 갯벌, 자연, 동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는 한층 성숙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일정까지도 최선을 다하기로 하였다.

<그린맵 대장정 대원의 편지>

여전히 아름다운 새만금 갯벌에게.

갯벌이지만 갯벌이 아닌, 새만금 너를 만나고 돌아온 오늘.
너에 대해선 꽤 오래전부터 들어왔었어. 그런데 그 때는 내가 어려서였는지, 자연이나 환경 같은 것은 교과서에서나 보는 것이고 생각해서였는지, 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너에 대해 알고 있던 건 고작 이름과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다는 것. 그 정도뿐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나마 알고 있던 그것들은 네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너를 두고 이해타산을 논하기에 바쁜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이야기들과 그런저런 이야기를 접하여 갖게 된 편견이랄까. 그런 것들이 전부였던거야.

그리고 오늘, 내 두 눈과 온 피부로 처음 만난 너는, 황폐함과 스산함으로 가득 차 있었어. 거기에 강렬하게 쏟아져 내리는 햇빛, 그 무더위 속에서 난 마치 사막에 온 것만 같았고, 좁은 생각에 갇혀 널 보았던 때의 내가, 오늘 얼마나 한심해졌는고, 부끄러웠는지.

죽어서 말라비틀어진 채 버려진 게를 보며, 열 살도 채 안됐었던 때의 내가 널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어. 희미하지만, 바지락이나 조개를 손에 쥐며 신나했던 일은 아직도 이렇게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오늘 본 너는 그 기억속의 모습과 너무 멀어서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어.

원래는 풍요로운 생명의 땅이었어야 할, 지금은 메마른 땅.
본래의 모습을 잃은 것의 처참함과 슬픔이 어떠한 것인지 오늘, 그 어느 때보다 선명히 다가왔기에, 이제는 너를 모른 척 외면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숨쉬는 것을 찾기 힘들어 공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너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찾아 주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힘이 필요하겠지. 그 손길에 나도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2006년 8월 8일

부안에서 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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