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 잡은 국회 추경예산

2008.09.22 | 미분류

맥 못 잡은 국회 추경예산

“난방유류세 역진성 개선과 전기요금 현실화 시급”

국회는 지난 18일, 유가급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작 고유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이자 저소득층인 4백만 등유난방가구에 대한 해결책 없이 엉뚱하게도 가격개선이 시급한 전기와 가스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에너지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저소득층 연료인 등유가 도시가스보다 두 배 비싸, 역진성 심각

중소도시나 농어촌의 난방연료인 등유는 고유가 상황 이전에도 이미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2000.7)으로 인한 특별소비세의 증가로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 되어왔다. 한국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보고한 올해 1/4분기 에너지가격현황에 따르면 석유환산톤(toe)기준으로 볼 때 저소득층 연료인 등유가 1,591달러로 중산층 연료인 도시가스(856달러)보다 오히려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참조: Energy Prices and Taxes 2008 2/4분기). 반면, 가정용 유류에 대해 가격대비 4.8%의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도시가스에 대한 교차보조가 없는 일본의 경우, 등유(1,111달러)에 비해 도시가스(약 1,400달러)가 오히려 1.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대조적인 모습은 그만큼 우리의 에너지가격구조가 원가와 무관하게 괴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진성이 심각함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 등유세 인하와 저소득층 보조금으로는 개선효과 미미

물론 지난해 말 정부가 등유에 대한 탄력세율을 적용하여 가격인하조치를 취하기는 했으나, 인하조치가 반영된 올해 1/4분기에도 등유가격에서 세금의 비중은 16.2%로 여전히 등유에 대한 과세가 과도하다. 또한 이번 추경안에서 기초생보자 및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으로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월 2만원씩의 고유가 지원금(총 833억 원)이 책정되었으나 등유난방을 해야 하는 저소득층에게 큰 의미가 없다. 4인 가구 기준으로 겨울철 등유난방을 하려면 30만 원 이상의 연료비가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의 정부조치들은 현실과 여전히 큰 괴리가 있어 문제해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류에서 전기난방으로 이전, 발전용 천연가스 수급난까지 초래

소득역진적인 과세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농어촌의 난방에너지는 등유에서 심야전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애초 원전의 유휴전기를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심야전기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비싼 천연가스와 중유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해 부족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난방의 경우 석유나 가스를 연소시켜 전기에너지로 만들고 다시 이를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값비싼 연료를 두 배나 더 쓰는 낭비가 발생한다. 고유가 여파로 가정용 난방연료가 등유에서 심야전기로 이전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겨울철 전력부족과 천연가스부족은 더욱 심각하게 된다.

여전히 높은 과세와 고유가로 인해 추위에 떨어야 하는 전국 4백만 등유난방가구가 있으며, 현재의 가격구조에서는 이들의 심야전기로의 이전은 시간문제라는 점을 정부는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내 가구의 5%밖에 되지 않는 80만 심야전기가구가 소비하는 전력은 주택부문 전기소비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전·가스공사 지원, 에너지낭비만 부추겨

이번 추경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1조원에 해당하는 에너지공기업에 대한 적자지원이 결과적으로 우리의 에너지 수급구조를 악화시키고 수급위기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6년 1인당 전력소비에서 석탄과 수력이 풍부한 미국ㆍ캐나다를 제외한 G7 선진국을 모두 추월했다. 이는 우리국민 개개인이 전기를 과소비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가보다 턱없이 낮게 공급되는 산업 경부하(輕負荷)전기와 주택용 심야전기로 인해 전체 전기의 약 30%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요금체계로 인해 발생한  적자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민보다 전기다소비업체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번 적자지원으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에너지세제와 요금의 근본적인 개편이 없다면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고유가에 힘겨운 서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전기와 가스와 같은 고급에너지의 과소비를 추인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할 세수를 축낸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호도한 조치이다. 정부는 서민대책이라는 미명하에 잘못된 지원정책을 되풀이하기보다 산업용 경부하요금의 현실화와 심야전기난방의 등유전환지원 그리고 저소득층 연료인 등유에 대한 면세조치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2008년 9월 22일

녹색연합 ㆍ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

※ 문의 : 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 에너지자원 국장 이은영 / 02-789-5530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팀장 이유진 / 02-7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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