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강화’ 위해 인권은 필요없다?

2008.09.26 | 미분류

‘국가경쟁력강화’ 위해 인권은 필요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25일) 오전 청와대 주재로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고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7차 회의에 보고한 사항에 따르면, 불법․폭력시위가 교통체증, 소음피해 등 국민 피해를 가중하고, ‘국가브랜드가치 하락 및 외국인투자의 장애요인, 일자리 창출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이유다. 이에 ‘폭력유발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폭력행사 가담 민간단체에는 정부보조금 지급제한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세운 이유야 십분 이해하겠지만, 후져도 한참을 후졌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주객이 전도되었다. 첫째, 이번 ‘집회․시위 선진화 방안’은 집회시위 문화에 관한 일반적인 언급이라기보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단체와 시민에 대한 ‘마녀사냥’의 의도가 숨겨있고 둘째, 서민경제파탄과 촛불정국을 야기한 정부의 실정(失政)에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파렴치한 방법이며 셋째,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는 ‘국가인권위원회’수준에서 다룰 인권의 문제이지, 국가경쟁력강화와 관계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전국적인 국민 촛불의 저항을 국가경쟁력강화에 반(反)하는 ‘절대악(惡)’, 혹은 단순한 ‘폭력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다음(Daum) 아고라 등 네티즌과 언론, 아이와 함께 참여한 엄마들에게도 공안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총 사회적 비용이 3조7,513억원의 직·간접 손실을 입었다며 자신들의 무능함으로 야기된 이 모든 책임을 ‘촛불집회’에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또한, 집회와 시위의 문제는 ‘국가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이번 건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다룬 것 역시 ‘인권’도 결국 ‘돈’으로 밖에 환산할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의 천박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선진국의 연간 집회 수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가 집회가 많다는 이유로 시위후진국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보면 파업을 할 경우 파업의 목적이 ‘불편을 주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것’이므로 파업 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조차 불법으로 되어 있고, 정부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협상에 적극 임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를 ‘국가경쟁력강화’의 명분으로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향후 집권 4년, 이명박 정부가 추구해야 할 브랜드는 ‘집회시위가 없는 나라’ 라는 가치가 아니라 ‘진정한 민주국가, 인권․민생국가’여야 할 것이다.

2008년  9월  26일

녹  색  연  합

※ 문의 : 윤상훈 정책팀장(011-9536-5691, dodar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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