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사고 피해보상에 손 놓은 정부

2008.10.15 | 미분류

기름유출사고 피해보상에 손 놓은 정부
– 정부가 피해 산정하고 주민 보상 도와야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IOPC Fund) 회의가 지난 13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의에서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 측은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기름유출 사고 피해액이 방제활동 1천623억, 수산양식 2천60억, 관광분야 1천980억~2천330억 등 최대 6천13억 원, 최소 5천663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추정치보다 278억 원 증가한 규모이며 수산 및 관광분야의 경우, 추정피해액 산정을 위한 관련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추정피해액 산정에 대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에서 밝힌 추정피해액이 ‘1992년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 배상매뉴얼’에 따른 합당한 결과였냐는 것이다. 위 매뉴얼에 따르면, 유류사고 피해배상 범위는 기름방제와 예방조치 비용, 기름유출로 인한 직․간접적인 재산 피해,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마켓팅 비용, 환경피해로 인한 합리적인 복구 비용, 원유의 독성에 따른 주민건강 피해 등 매우 광범위하다. 예를 들면 자원봉사자들의 교통비, 식비, 숙박비에서 환경복원을 위한 연구비용까지, 국립공원과 갯벌 체험장 입장료 피해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홍보비용까지, 또한 원유의 독성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질환’ 치유 비용까지 배상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에서 누락된 피해분야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 기금 측에 재차 요구해야 한다.

둘째, 단 한 번도 정부는 사고 지역에 대한 추정피해액을 산정한 적이 없고,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의 산정 결과만 기다린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직후 정부는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당시 해양수산부 관할 사항을 국무총리실 역할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과 특별법, 그리고 국제유류오염보상체계를 들먹이며 피해지역의 추정피해액 산정은 우리 정부가 아닌 국제기금의 역할이라며 아예 손 놓아 버렸다. 그 결과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 회의에서 기금 측과 피해금액과 분야를 협상하는데 주도권을 놓쳤고, 국내적으로도 지역별․분야별 세부 보상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셋째, 정부가 ‘2004년 추가 기금 배상에 관한 협정’ 만 가입했어도 보상한도는 손해 한 건당 11억4천만 달러, 약 1조원 이상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가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한도는 최대 3억1천만 달러 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누가 국제기금 측의 보상액을 넘어선 피해액을 책임지냐는 것이다. 정부는 주민 피해보상과 관련해서는 지난 6월에 시행된 ‘허베이스피리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에는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의 보상한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직접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04년 추가 협정’을 가입하지 않은 이유를 분명히 밝혀 책임 추궁하고, 사법부는 조속히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의 중과실을 밝혀 가해기업이 피해액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사고 피해지역의 보상 문제가 난항을 겪는 일차적인 이유는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와 행정 실패에서 기인한다. 13년 전 여수 시프린스호 사고를 기억해야 한다. 당시 우리나라가 국제유류오염 보상기금에서 받은 금액은 방제비용을 포함해 502억 원밖에 안 된다. 그나마도 국제기금 ‘배상매뉴얼’에 근거한 주민공동체 복원, 환경 복원, 주민건강 피해는 모두 누락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부는 시급히 자체의 추정피해액을 산정해 국제기금 측과 협상하고, 기금 측의 보상한도를 넘어선 피해액에 대한 구체적인 수급 계획을 세워야한다. 또한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의 숙박비, 교통비, 인건비를 보상항목에 추가하고, 피해지역 복원을 위한 홍보비용도 청구하며, 환경부의 생태복원 연구비용과 보건복지가족부의 주민건강 조사비용도 책정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해서도 ‘작은 정부’를 외칠 것이 아니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피해보상에 적극 나서야한다.

2008년 10월 15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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