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대책은 왜 없나

2008.08.21 | 미분류

얼리 무버(early mover) 강조하는 정부, 기름유출 사고 대책은 왜 없나

– 전체 기름유출 피해액도 계산하지 않는 정부가 무슨 얼리 무버인가

최근에 정부는 얼리 무버라는 말을 만들어 행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왜 서해안 기름유출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이렇게 둔감한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 후보 시절 현장을 방문한 이후 취임 후에는 한 번도 현장을 보지 않았다. 3월, 충남도청을 방문해 브리핑을 받았을 뿐이다. 그동안 대통령이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언급을 한 것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기름유출 사고 피해 지역에서는 생계를 걱정한 3명의 주민이 자살을 하고 해양 생태계 회복에 20년이 걸릴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되었는데도 대통령은 선거 전 표만 의식했을 뿐 당선 후 제대로 된 대책을 고민하지도 않았다.

<기름유출 사고 관련 이명박 대통령 언급>

● 07년 12월 13일
“앞의 10년 정권이 저질러 놓은 일을 바로 잡고 앞으로 나가려면 다음 대통령에게는 절대적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총기 탈취 사건과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안일한 대응을 봐라, 노무현 정부는 일 못하는 정부다”

“피해보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일시적 보상보다는 5년, 10년 등 (장기)대책이 있어야 한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의 주민피해와 복구 장기화 우려)

● 08년 3월 20일
이명박 대통령, 충남도청을 방문
– 태안 기름유출로 피해를 입은 서해안 지역의 조속한 복구와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
“정부, 충남도, 시·군이 힘을 합쳐 주민건강, 생업문제 등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9개월 동안 정부가 한 일은…

6월 발효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된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 회의만 했다. IOPC(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은 5735억원으로 피해액을 추정하고 있으나, 그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정부는 IOPC 추정액에만 기대고 있을 뿐, 자체 추산은 하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맨손 어업을 했던 주민들은 소득 증명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IOPC에서 받을 수 있는 한도액이 3200억원에 그치는 것은 2005년 추가기금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유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조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 7월, 국토해양부는 민생대책을 보고하면서 추가기금협약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아직도 의견 수렴만 하고 있다. 해상 유류 수송량이 세계 4위인 우리나라는 또 다시 대형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지금 사고가 발생한다면 지난 해 사고와 똑같이 대응도 안 되고 보상도 안 될 것이다.

현장에서는 200일이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기름 닦는 일을 했던 주민들이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애태운다. 유조선 회사 측에서 방제 인력이 과다하게 투입되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건비 전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수 개월이 지난 8월 4일에야 방제비 부족분을 정부가 먼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또 주민들에게 직접 지급까지 얼마가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얼리 무버의 느린 발걸음에 주민들은 속이 탄다.

지난 5월 7일에 있었던 삼성 중공업 기름유출 사고 150일 기념 토론회에서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사고 발생 이후, 여러 차례 현장에 갔었는데…”라면서 정부가 현장을 중심으로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자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은 “정말 그랬냐, 왜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가 현실을 반영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의 무대응, 무대책에 주민들의 안타까움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태안 지역의 30개 해수욕장이 개장했지만, 지난 해에 비해 관광객이 88%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 정도 관광객이 찾아 올 수 있게 만든 것은 160만 명 자원활동가와 주민들의 눈물 나는 사투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정부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8월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 열기로 뜨겁다. 수영 불모지 한국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의 인기는 꺾일 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진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고 박태환 선수에게 직접 축하 전화를 했을 정도다. 금메달은 분명 귀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태안에 대한 관심을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절망이 깊어지면 분노가 된다. 한 번의 말보다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선, 총선이 끝났다고 지역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늦었지만 얼리 무버의 빠른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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