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강좌] 10강 – 도시 속의 공동체, 성미산 마을

2008.08.21 | 미분류

“샨티! 안녕하세요! 인사해야지 샨티잖아.” 지난 7월 19일, 서울 한복판 마포구 성미산마을에서 마을을 소개해주던 샨티는 그렇게 바빴다. 우리들에게 마을을 소개해주랴, 지나가는 마을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느랴. 유명인사? 아니 그냥 마을주민. 성미산마을을 다녀오고 나서 지금까지 저 말이 귓가를 맴돈다. 난 왜 저 인사가 그렇게도 부러운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이 공동체일까? 저 따뜻한 마을주민의 인사. 너무 부럽다.

성미산마을은 스스로 느슨한 공동체라고 한다. 보통 뜻있는 사람들이 하나두울 모이고 함께 특정한 공간을 만들고 생활하는 그런 공동체들과는 달리, 성미산을 중심으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곳을 생활권으로 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공동체이다.

이 느슨한 공동체, 시작이 궁금하다. 샨티에게 물어보자. 장소는 택견과 요가를 중심으로 공부방 동아리활동이 이루어지는 꿈터학교이다. 성미산마을의 시작은 1994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라고 한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게 할 것인가? 라는 공통된 고민으로 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아이들이 자라면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면서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고민을 하게 되었고, 2001년에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어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라는 모토 하에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다.

이즈음 서울시와 마포구가 주도하여 성미산 배수지공사를 목적으로 나무를 베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자연친화적 육아를 교육내용으로 하는 공동육아협동조합과 자연과의 공생을 내건 생협을 중심으로 성미산지키기운동이 전개되었고 결국 2003년 주민들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이 작지만 큰 사건은 협동조합활동이 지역주민과 협동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이 지역을 외부사람들은 ‘성미산마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역시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는 경쟁적이고 반생명적인 제도권교육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어 공동출자금과 기부금을 모아 12년제 성미산마을학교를 만드는 등 지금의 성미산마을 모습을 갖추게 된다. 최근에는 국토해양부(건교부)의 살고싶은마을만들기 사업을 준비하면서 사람과 마을이라는 법인을 만들고 지역내 단체들의 네트워킹과 지원, 거버넌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고향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성미산마을이 고향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고 한다.

그렇게 샨티에게 성미산마을을 소개받은 이후 동네부엌에서 반찬과 간단한 간식들을 보면서 흐믓해하고, 두레생협에서 팝콘도 사서 맛있게 먹고, 되살림가게에서 새생명을 얻은 물건들과 지역통화 두루도 신기하게 보았다. 성미산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 유기농카페작은나무에서 아이스크림도.

그렇게 비가 오는 7월 19일 씨앗나눔 마지막일정은 마무리가 되었다.
성미산마을을 지금까지 이끌어 왔던 힘은 ‘우리 아이들’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세상에서 살아야 할까?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면 좋을까? 라는 고민과 토론 속에서 지역을 생각하게 되었고, 환경과 생태를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아이들이 자라듯(그 첫공동육아를 했던 아이는 이제 성인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것도 마을에서) 성미산 마을도 계속 자랐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이 녹색이 아닐까? 지금도 꺼지지 않는 광화문의 촛불도 지금. 내. 가 아닌 앞으로. 우리. 가 원동력인 것처럼.

1994년 성미산마을이 태어났다면, 2008년은 만 14살이 되는 해이다. 사춘기.
그래서 그럴까? 성미산마을이 술렁인다. 지난해 한양대재단으로부터 성미산 자락의 부지를 인수한 홍익대재단이 이곳에 홍익초등학교와 홍익여중·고의 신축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해 생태공원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서울시와 홍익재단은 성미산을 그저 동네뒷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일까?   바보.

■ 참가자 조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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