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시대] 3. 통일과 통합의 기관차 (독일편)

2008.09.26 | 미분류

통일과 통합의 기관차, 독일 철도의 현재와 미래

분단을 딛고 동서를 하나로 연결하는 독일철도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이자 통일 독일을 상징하는 도시다. 이 도시의 중심부에는 독일을 넘어 유럽을 통합하려는 평화의 야심이 강렬하게 뻗어나가는 거점이 있다. 바로 베를린역이다. 통일 시대에  새롭게 태어난 베를린역은 시설이나 규모에서 독일을 넘어 유럽에서 으뜸가는 구조와 멋을 자랑하고 있다. 역 건물의 설계와 디자인에서 베를린역은 철도를 통해 독일 전역을 연결하고 나아가 유럽연합의 교통 구심체로 기여하려는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베를린역에서 출발하여 프랑크프르트와  뭰헨을 거쳐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철도망을 살펴보았다. 이 세도시는 독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교통과 물류의 거점지역이다. 베를린은 북부지역, 프랑크프르트는 중서부지역, 뭔휀은 남부지역을 아우르는 중심도시다. 그래서 이 세 곳은 과거부터 철도망의 거점이었다.  지금도 독일을 넘어 인접 유럽국가와의 연결된 철도의 중추가 되는 곳이다.  이 세 곳을 순환하여 연결된 주요 철도망을 통해 독일은 넘어 동서의 통합까지 주도하는 독일 철도의 현 주소를 확인하였다.  

베를린역에서 약 1시간꼴로 이어지는 독일의 고속철도 ICE를 타고 프랑크프르트로 내달렸다. 독일은 어디나 할 것 없이 도심을 벗어나면 평지나 구릉성 산지를 키고 있는 전원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다. 프랑크프르트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독일로 들어가는 항공교통의 거점이다. 그래서 비행기로 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프랑크프르트역의 이동하여 철도를 이동하는 발걸음이 많다.   한국에서 독일로 들어가는 주된 관문도 프랑크프르트다. 프랑크프르트역는 유럽에서 중요한 교통의 요지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부유럽으로 뻗어가는 중심이 프랑크프르트 역이다.

베를린도 그렇지만 프랑크프르트역에서도 독일철도의 실체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독일 국내와 인근 유럽을 아우르는 열차들이 수없이 드나드는 프랑크프르트역에서 보면 철도가 독일에서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수 많은 열차들이 오가는 프랑크프르트역을 비롯하여,  인근 교외나 도심 주변으로 기차를 이용하여 이틀만 다녀보면, 독일의 철도시스템에 대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는 독일철도가 프랑크프르트 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하나로 통합된 철도망이 지역을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일목요연하게 배치한 열차 운행 체계는 이용자에게 편리함을 전해준다.      

독일 철도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운행하는 지역과 거리를 바탕으로 속도와 시설을 등급하여 배치한 철도시스템이다. 고속철도인 ICE(InterCity Express : 고속 특급열)비롯하여 독일국내 및 유럽을 연결하는 특급열차인  IC(InterCity-Zug : 특급 )와 EC(EuroCity-Zug:유럽연결특급) 등이 있고 지방과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Zug(Durchgangszug:급행),E-Zug(Eilzug:보통열차) 등이 있다. 여기에다 일정한 지역안을 빠른 속도로 연결하는   IR(Interregio-Zug:지역특급)가 있고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를 보장하는 교외선인 RE(Regional-Express:지역급행)가 있고 도시외곽이나 근교를 연결하는 S-Bahn (Schnellbahn:도시권급행전철), U-bahn (지하철) 등이 있다.



이런 시스템은 철도 노선의 공간적 구성에서 정확히 구현되어 있다. 그래서 승객이나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도시의 대규모역부터 중소 도시나 시골의 간이역까지 어떤 열차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손쉽게 파악하고 이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열차의 배치와 등급이 뚜렷하고 명확하여 이용자가 헷갈리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고속철도부터 지역의 보통열차까지 독일전역이 통일되어 등급화된 철도체계가 확고히 뿌리내려 있다. 독일사람들이 이용하기 편한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이 독일을 방문 했을때 이용이 편리하다. 한마디로 이방인이 어떤 나라를 방문하여 철도를 이용할 때 가장 쉽고 편리하도록 체계화된 나라가  독일인 것이다. 이 점이 국가의 기간교통망으로 철도를 생활화한 독일철도의 강점이다.

독일철도는 고속철도와 나머지 특급, 급행, 보통 등의 열차를 환승하여 이용하는 시스템도 가장 잘 갖추어진 나라 중의 하나다. 독일은 철도 선진국 중에서 중소 도시와 시골 등의 지역노선이 발달해 있다. 아울러 철도망과 지역의 대중교통체계인 노면전차, 버스, 자전거 등과의 연계 망도 잘 갖추어져 있다. 이런 점은 독일을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실감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배낭여행자들도 독일의 여러지역을 파고들어 여행이나 답사를 할 때 체감하는 부분이다.  

프랑크프르트에서 뭔헨까지 이동하는  ICE의 객실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한 것은 이용의 편리함과 더불어 객차의 시설과 서비스도 남다르다는 점이다. 독일은 프랑스의 TGV나 일본의 신칸센, 한국의 KTX 보다 속도는 조금 떨어져도 승차감과 이용자 입장의 실내구조 등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서비스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뭔헨역에 내려서 주변 지역을 살펴보기 위해 도시근교 철도를 이용하면서 다시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철도와 자전거의 사랑이다. 이런 모습은 유럽의 철도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독일에서는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장거리가 아닌 중단거리의 열차들은 예외없이 객차 안으로 자전거를 실어서 탈 수 있다. 고속철도 만 빼고는 거의 가능하다. 특히 독일의 열차들은 객차의 옆면에 뚜렷한 상징으로 자전거가 표시되어 있다. 이는 독일의 교통체계 자체가 철도와 자전거 등의 대중교통이 중심으로 짜여진 현실에서 비롯된다. 생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서 기차에 실고 철도를 이요한 후 다시 내려서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의 철도는 유럽연합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냉전 이후 실질적인 동서통합의 교통로의 역활을 독일철도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헨역과 베를린역을 오가는 고속철도 망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뻗어가는 주요 철도망은 모두 동부유럽으로 뻗어간다. 폴란드와 체코 등으로 이어져서 러시아까지 연결된다. 우리의 동해선철도가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서 시베리아를 내달리고 모스크바를 거쳐서 폴란드로 이어져 마침내 베를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독일은 인접한 폴란드와의 철도연결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체코와의 노선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인들도 이미 동참하고 있었다. 최근 한국인의 유럽배낭여행에서 꼭 방문하는 필수코스 중의 하나로 떠오르는 곳이 체코의 프라하다. 체코를 향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대부분이 베를린과 뭔헨을 비롯한 독일에서 철도를 이용하여 들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냉전으로 닫혀 있었던 독일의 철도는 통일과 통합의 시대에 평화의 폭주기관차로 내달리고 있다. 그 바탕은  독일인의 생활 속에서 깊이 뿌리내린 교통수단이 바로 철도였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