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희망 / 시화호 매립 그 이후

2001.10.22 | 미분류

게시일 : 2000/07/07 (금) PM 06:15:27 조회 : 1108

시화호 매립 그 이후

최종인 / 환경운동가, 녹색연합 갯벌해양팀 위원

서해안 바다 갯벌 5대 청정지역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우리나라는 과연 언제까지 간척사업을 계속 할 것인가?상식 밖의 갯벌 매립은 갯벌을 찾는 200여종의 철새들과 우리의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서해안 바다는 간만의 차이가 심하다 보니 갯벌이 많이 드러나고 있고 일부 갯벌에는 토사가 흘러 조그마한 간석지와 섬모양의 갈대밭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 땅을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경제발전에만 눈이 멀어 여기 저기를 매립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러한 매립 때문에 갯벌생태계도 파괴되고 철새들의 휴식처도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간단히 갯벌의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방 1m×1m의 갯벌을 조사하니 작게는 120개, 많게는 300개 가량의 조개류가 확인됐다. 가령 이 땅에 논농사를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사방 1m에 볍씨를 뿌리고 풀을 제거하고 물을 대며 농약과 거름을 주고 벼를 수확하고 우리 밥상에 오르는 시간까지의 경제성과 갯벌을 잘 보전하여 조개류를 수확하는 경제성을 비교해 볼 때 그 대답은 자명하다. 또한 서해안 갯벌은 어류의 중요한 산란처의 역할을 하게되므로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적으로 간석지 개발 때문에 갯벌을 생활 터전으로 삼지 못하고 밭농사와 논농사만 짓다보니 아쉬운 것이 많다는 지역 주민의 이야기에도 공감이 간다.
옛날 같으면 갯벌에서 1시간만 일해도 용돈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는 말. 또 시화호 안쪽 음섬에 사시는 할머니의 “우리동네 사람들은 갯벌에서 조개와 해산물을 잡아서 자식들 대학까지 보내고 또 저축도 하였는데, 매립한 뒤에는 고기도 못 잡고 조개도 못 잡아 살기도 어렵다. 갯벌이 죽어버렸듯이 내 몸마저 거동을 할 수 없다. 갯벌이 다시 살아나면 죽어도 소원이 없다”는 말씀.
나는 갯벌을 터전으로 삼고 살고 있는 지역주민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갯벌을 떠나지 마십시오. 떠나면 망가지고 맙니다. 끝까지 갯벌을 지키고 살아야 합니다. 미래의 시대에는 첨단 산업만이 살길은 아닐 것입니다. 이의 한 예로 갯벌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은 선진국에서는 지금 개발과 간척사업으로 훼손된 갯벌을 되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갯벌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여 자연환경 보전과 경제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이 있을 겁니다. 꼭 떠나지 마시고 바다를 지키십시오”
간석지를 매립하고 나면 방조제 안에 살고 있는 어패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수십만 톤의 어패류가 죽게될 것이다. 그들이 죽고 나면 무엇이 남게될까? 썩은 어패류 냄새와 오염물질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시화호의 선례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바다와 갯벌이 망가져 입은 경제적 피해보다 더 큰, 말할 수 없는 정신적인 피해까지 입고 있다. 시화호는 아주 옛날 중생대 때에는 강물이 흘러드는 호수였으나 자연에 의한 지각변동에 의해 바다로 만들어져 소중한 갯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무모한 개발계획에 의해 간척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호수로 조성하다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실패로 끝나 다시 해수호가 된 형편이다. 간석지 매립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갯벌 생태계 하나만이 아니다. 시화 방조제를 쌓기 위해 대부도에 있는 야산들이 훼손되었고 황금산이라는 산이 여기저기 깎여 그 아름다움을 잃고 장마철이 되면 토사가 바다로 흘러들어 갯벌이 망가지고 있다. 만약 방조제 공사로 끝을 맺지 않고 시화호 간석지까지 매립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시화호 주변의 간석지가 드러나면서 하얗게 눈처럼 변해버린 염분이 바람에 날려 과일농사와 농작물에 엄청난 손실을 주고 있다.

최근 시화호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문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환경시설을 증설하는 등 인간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배수갑문을 열어 시화호가 만들어지기 전처럼 바닷물을 유입시켜서 얻은 성과이다. 대자연인 바다 생태계에 의해 치유되고 있는 것이다.
시화호는 자신을 담수호로 만들려던 인간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자연과 이어져 해수가 됨에 따라 살아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일제시대에 일본사람들이 명산에 쇠말뚝을 박아놓은 사실에 대해 분을 참지 못하고 있지만 그 보다 더한 일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간척사업은 더 이상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관계 기관은 돈을 들여 간석지 개발을 할 것이 아니고 갯벌을 보전하면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도 매립했던 간석지를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다시 갯벌과 바다로 복원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관광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다. 각종 개발사업에 있어서 경제적 논리보다는 미래를 위해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고려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여 이 환경영향평가가 정확한 조사에 의해 적정한 과정을 거쳐 작성되었는지,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였는지, 그 공정성을 확인하고 이렇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과감하게 이행해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2000년 5월 녹색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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