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녹색희망을 바라며

2006.01.04 | 미분류

▲ 새해아침 외도에서 해맞이

한해의 수고와 결실을 나누고 희망 가득한 새해를 맞습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넉넉한 어머니 품으로 항상심을 갖습니다. 우리 사는 사회도 많은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균형을 유지하며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한해도 그 변화의 진통과 갈등 그리고 성찰과 깨달음이 공존하는 가운데 역사의 한 장을 걸어온 듯 합니다.

지난해 나라살림이나 가정살림의 어려움이 커서 경제지표와 경기부양이 우선하고 경제성장이 행복이요 국익의 최우선이라는 여론이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운영위가 국민여론 조사에서 과거 10년 전 89% 국민들이 경제성장보다 환경보호가 우선하다고 했던 것과 달리 56% 이상의 국민여론이 경제성장이 환경보호보다 중요하다고 한 결과는 현 세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천성산 관통터널 문제, 핵폐기장 문제, 새만금 문제 등 환경현안은 생명의 가치나 안전성 문제보다 그 사업의 개발가치와 경제효과가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황우석 영웅 만들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진실문제로 국민들이 받은 허탈감과 상처도 사실은 성장우선 논리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급속하게 만들어 낸 영웅은 생명공학산업을 선도하여 부를 창출하고 세계 제일 또는 세계 최고의 국익을 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입니다. 이것을 믿는 국민을 유일 여론 편에 줄 서도록 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 왕따가 됩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생명체인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는 생명윤리 문제나 여성의 난자를 인위로 다량 끄집어 내는 일이 생명질서를 거스르고 자칫 여성의 몸에 가하는 조용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했습니다.
이것은 구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왕왕 정권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거나 사회를 보수화시켜 기득권의 안정에 기여합니다.

지난 12월 21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새만금 2심 재판결과를 보며 그 거대한 자연유산 갯벌이 주는 생태계 가치와 생명의 조화로운 관계망을 짓는 경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재판부의 판단이 무척 아쉽니다. 갯벌의 형성과 현존은 자연이 수천만년동안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만들고 있는 창조이자 생명의 호흡입니다. 그 누구도 일거에 갯벌을 걷어내고 사용용도도 불분명한 인위의 땅을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십수 년 끌어 온 갈등현안이라는 이유로, 많은 예산을 들여 공사가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이제 승복하고 개발하자는데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새만금갯벌과 그 곳에 사는 지역주민의 발전과 미래가 공생하는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리고 서로 기대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살맛나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이 되려면 다양한 사람들이 행복하고 보람 있게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크게 거스르지 않고 생명이 있는 것이 다 생명다운 존재로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경제 발목 잡는 환경단체’라는 정부와 사회 일각의 눈총을 받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만 환경을 사랑하는 시민과 환경단체 회원들께서 보내 주시는 지지와 참여에 힘 입어 녹색의 중심을 잃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성찰하고 새해를 준비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생명의 속도로 사는 노력과 녹색생활을 살아야겠습니다. 가치이건, 물건이건 쉬이 버려지고 편리만을 찾는 삶이 유행인 듯 합니다만 우리 삶의 동반자로 자연을 모시는 삶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신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도시 등 거는 기대가 큰데 실상 전국의 땅값이 오르는 것 말고는 각 도시의 비전과 미래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땅값만 오르면 졸부들이 늘지 모르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빈부 양극화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합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바꾸어 가야 할 지 긴 호흡으로 우리 사회를 재창조하는 철학과 지혜 그리고 정책과 실력을 차분하게 쌓아야 합니다.
생명의 존귀함과 그 생명 가치는 시류를 타는 유행이 아닙니다. 당장의 주류가 아니어도 자연이 넉넉하게 생명을 품는 항상심처럼 옳은 소리이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진실입니다.

저는 2006년 생명의 가치를 놓고 더 많은 토론과 녹색생명 담론이 넘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단체 그리고 환경활동가와 회원들이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책임 있는 성원으로서 자연과 사람이 조화로운 관계로 살아가는 사회상과 녹색대안을 만드는 대화와 교류, 실천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한해 이끌어 주고 연대협력한 지인들, 활동가들과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200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녹색연합 사무처장 김제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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