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낙선운동, 일본에서는 주민투표/소환운동

2000.03.06 | 미분류

② 한국에서는 낙선운동, 일본에서는 주민투표/소환운동

최근 우리는 총선시민연대의 활약상을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껏 만끽하고 있다. 실제로 총선연대에는 환경, 여성, 경제민주화 등의 수많은 단체들이 참가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분야의, 또 수많은 단체들이 참가하는 것만큼 다양하게 활동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우리의 시민사회가 이러한 운동방식에 낯설고, 또한 이 운동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기 위해 총선연대는 전략적으로 그 활동의 영역과 깊이에서 상당한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총선연대에 수많은 환경단체들이 참가하고 있지만, 총선연대의 낙천대상 정치인중 환경문제가 주요인이 되어 포함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총선연대의 활동을 문제삼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시민사회가 지금 중대한 성장단계에 들어서 있지만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의 경험은 어떠했는지, 특히 환경과 관련해서는 어떤 운동이 전개되었는지를 짚어보면서 우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지난 1990년대부터 안면도, 굴업도의 핵폐기장 지정분쟁, 영광의 5,6호기 핵발전소 건설분쟁 등 전국적으로 핵에너지와 관련된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도 울산시 울주지역 핵발전소 건설문제와 영광의 온배수피해 등으로 분쟁이 되고 있는데, 부지선정 결정과정의 비민주성문제로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핵발전소와 관련된 문제들은 단순히 에너지 정책이나 지역주민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집권형 정책추진과 관련해서 ‘행정이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등 국민전체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바, 특히 지방자치제도가 발달된 일본에서는 보다 성숙된 행정으로 문제의 해결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96년 8월 유권자수가 2만3천명인 마키라는 지역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중앙정부가 계획한 핵발전소의 건설여부를 결정하고 지자체가 그 결정을 따르겠다는 파란을 일으켜 일본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또한 올해 들어와서도 1월 15일에는 도꾸시마(德島)시에서 일본 건설성이 계획한 요시노강의 제방건설에 대해 20만명의 유권자중 절반이상이 주민투표에 참가하여 90%의 반대표를 행사해 일본중앙정부에게 충격을 주었고, 결국 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민투표법을 제도화를 추진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무조건 ‘대안은 없다’라는 권위주의적인 핵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부와 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분명 중요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문제는 단순히 핵정책이나 지역 이기주의 차원이 아니라, 행정의 주인인 국민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면 의회민주주의, 행정개혁, 경제. 산업정책 전반이 모두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녹색연합 에너지팀 석광훈 / nonu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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