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낙선운동을 끝내며

2000.05.05 | 미분류

낙천,낙선운동을 끝내며…

▶ 글쓴이 : 총선시민연대
▶ 글쓴날짜 : 2000년 4월 23일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의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이번 4·13 총선에서 낙선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도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충청, 호남권등 일부 지역에서 지역주의 극복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나, 전반적으로 지역주의적인 선거구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고, 역대 총선거중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정치개혁의 장애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16대 총선은 부패, 무능정치인에 대한 유권자 심판의 장이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낙선대상자로 선정된 후보들 중 68% 정도가 낙선하였고, 수도권에서는 95%의 낙선율을 기록하였습니다.

강세지역의 후보자들로 선정되었던 집중낙선운동대상자 경우에도 수도권에서 전원이 낙선되는 등 22개 지역중 15곳에서 낙선되어 68%에 이르는 낙선율을 기록하였습니다. 이 놀라운 결과는 총선시민연대의 활동보다도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높은 열망과 의지 때문입니다.

부패.무능정치에 대한 퇴출의 요구를 공천과정에서 여야 정당들이 무시함으로써 국민이 직접 이를 심판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번 총선을 통하여 그동안 방관자로 머물러왔던 유권자들은 화려하게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였으며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였습니다.

우리의 지난 100일은 정말 괴롭고 힘든 날이었습니다.

이제서야 고백하건대 우리는 낙천·낙선운동 과정에서 너무나 큰 인간적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낙천·낙선운동 자체가 부패·무능 정치인에 대한 준엄한 국민적 심판이며,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낙천·낙선 대상인물들을 선정하고 이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왜 우리가 이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가?” 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결코 어떠한 사적인 감정이나 편파적인 시각을 배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낙천·낙선운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대결해야 했던 인사들께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이 모든 고통들이 국민들의 뜻에 따라 낡은 정치문화와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선거문화와 정치질서를 창출해 가는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낙천·낙선운동의 대장정을 끝내는 시점에서 모두가 함께 새로운 정치를 위한 개혁의 길에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탈법·불법선거운동의 홍수 속에서 고군분투하였던 선관위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낙천·낙선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선관위와의 대립과 갈등은 정치권이 국민의 열화같은 정치개혁 요구를 거부하면서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자 만들어 놓은 선거법 때문이었습니다.그러나 선관위가 법률적인 테두리에서 공명선거를 이루고자 하였다면, 총선연대는 실정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헌법적 정신에 기초하여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총선연대와 선관위가 추구한 본질적인 목표는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새로이 구성될 16대 국회에서 국민의 참정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선거법이 만들어져 선거문화가 또한 차원 높아지는 계기를 만들어갑시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이번 선거결과는 유권자혁명입니다. 그러나 투표율은 역대 총선거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논란이 되었던 지난 15대 총선의 63.9%보다도 7.3%나 낮은 56.4%의 투표율은 우리 정치의 미래를 어둡게 합니다. 특히 이처럼 낮은 투표율이 일차적으로 유권자의 50%를 넘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불참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는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부패하고 타락한 기성정치의 심각한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공들여 가꾸어가지 않으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기회로 미래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될 젊은 유권자들이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를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정치적 참여의 광장으로 나아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정치인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는 부패전력, 민주헌정질서 파괴와 반인권 전력, 지역감정 조장, 선거법 위반, 의정성적등 정치적 자질 등을 낙천·낙선운동의 주요 기준으로 설정하여 엄격하게 적용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문제삼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가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로 거듭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비젼과 자질을 갖춘 정치인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단절의 과정이 없이는 고질화된 정치풍토를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낙천·낙선운동이 과거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문화를 창출하는 미래지향적인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인 여러분들의 발상의 전환과 굳은 각오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16대 국회가 구성되자마자 가장 우선적으로 정치개혁과제를 다루어 국민과 함께 새로운 자세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함께 힘을 모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총선시민연대가 이끌은 낙선운동은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낙선운동에는 전국의 8백개가 넘는 단체들의 힘이 결집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운동을 통하여 중앙과 지역, 지역과 지역, 단체와 단체,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의 치밀하고 두터운 연대를 실험하였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성과와 경험은 한국의 시민사회 성숙에 주요한 계기로 등장할 것이며 향후 한국사회의 개혁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 정치개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정치개혁 없이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합니다. 머잖아 16대 국회가 열리면 국민들의 뜻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정치개혁을 이루고, 사회개혁을 이루어, 궁극적으로는 민족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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