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녹고 있어요

2000.11.28 | 미분류

펭귄이 녹고 있어요. – 제6차 기후변화협약 총회

펭귄이 녹고 있고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다며(Penguin is melting, Tide is rising), 기후변화에 대한 즉각적 행동을 촉구하는 전 세계인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 총회가 교토의정서 세부시행규칙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지난 11월 25일 그 막을 내렸다.

UN기후변화협약(UNFCCC : Unti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에 대한 자발적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환경협약으로, 지난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채택한 협약이다. 이후 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1차 당사국 총회(COP1 ; the First Conference of the Parties)에서 협약상의 감축의무만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가 불충분함을 인정하여 선진국인 부속1국가(AnnexⅠ국가)의 감축의무 강화를 위해 2000년 이후의 감축 목표에 관한 의정서를 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3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부속1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가스의 배출을 1990년에 비해 평균 5.2% 감축 )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였으며, 선진국들이 감축의무달성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구로써 교토메커니즘을 채택하였다.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JI),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 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ing) 등이 교토메커니즘의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기후변화협약 협상 진행 과정 중에서 올해 11월 13일부터 25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던 6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COP3에서 채택한 교토의정서에 따른 국가별 감축 목표를 실행할 세부 시행규칙을 최종 확정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교토메커니즘 세부운영방안에 대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결국 시행규칙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각국 정부가 사전 실무회의를 포함한 이번 회의 기간 동안 주요 쟁점으로 논의한 것은 개도국 보상, 교토메카니즘, 기술이전, 흡수원 문제 등 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논쟁을 불러온 것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을 위한 교토메커니즘 세부운영방안 중 이른바 캡핑(capping)이라 불리는 메커니즘의 활용한도(자국내 의무감축한도를 두고 그 외의 감축분에 대해서 메커니즘을 활용해야한다는 의미)와 싱크(Sinks)로 불리는 조림과 산림전용, 산림관리 등에 의한 온실가스 흡수량에 대한 인정과 CDM 허용여부였다. 메커니즘 활용한도와 관련하여 미국은 한도 설정을 반대하며, EU는 50%, 개도국도 한도설정을 지지하였다. 교토의정서 3.3과 3.4에서 언급하고 있는 LULUCF에 관해서도 미국을 축으로 하는 Umbrella 그룹(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일부 공제후 모두 인정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EU를 비롯한 다른 그룹들은 일정량만 인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또 산림을 CDM에 포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EU와 군소도서국은 반대, 미국, 캐나다 등은 찬성의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이에 대한 각 그룹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번 6차 당사국 총회는 실패로 끝난 것이다.

전 세계 민중들과 환경 단체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는 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실패로 끝이 났다. 솔직히 서울에서 네덜란드로 향하는 내내 줄곧 개인적 관심사는 핵에너지를 청정개발체제에서 배제시키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피해도 피부로 와닿지 않았던 터라 기후변화협약이 환경협약이 아니라 기술협약이며, 경제 협약이라는 이야기는 귓가를 맴도는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그리고 회의장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의 부스를 보며 기후변화라는 지구가 직면한 위험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며, 회의장 밖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자연을 지키려는 순박한 눈망울들이 떠올랐다. 둑쌓기(Dike Building action) 행사에 참여했던 6000여명의 사람들, 핵산업을 계속 추진하려고 하는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가 잡혀갔던 100여명의 전세계 반핵 활동가들, 그리고 기후변화협약 준비를 위해 6개월 여간 노력했던 한국청년생태주의자 친구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눈망울이.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 총회는 끝났다.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구멍들을 많이 만들까하는 미국의 고민도, 그래도 보다 더 친환경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EU의 고민도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구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열의가 식은 것도 아니다.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유럽의 자유로운 운동 형태와 시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함께 둑을 쌓았던 Dike Action이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보여주었던 유럽의 운동방식에서 배운 신선함도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거대한 자본의 논리에 맞서 싸울 수 없다. 서로의 공간에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을 때, 그래서 지치지 않고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 Take action n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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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이행제도: 교토의정서 제6조에서 규정. 선진국인 A국이 선진국인 B국에 투자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였을 때 그 일정량을 A국의 배출저감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
배출권거래제 : 교토의정서 제17조에서 규정.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국가에 배출쿼터를 부여한 후 동 국가간 배출쿼터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
청정개발체제 : 교토의정서 제12조에서 규정. 선진국인 A국이 개발도상국인 B국에 투자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을 때 자국의 감축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흡수원: 대기중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 현상을 줄이는 행동. 교토의정서에서는 신규 조림, 수종갱신 등으로 규정(Sink)
당사국총회 : 기후변화협약 관련 최종 의사결정기구로서 대체로 협약의 진행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일년에 한번 모임을 가짐. 제1차 총회는 ’95년 베를린에서, 제2차 총회는 ’96년 제네바에서, 제3차 총회는 교토에서, 제4차 총회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5차 총회는 본에서 그리고 제6차 총회는 올해 헤이그에서 열렸으며, 내년에는 모로코에서 7차 총회를 할 예정이다.

글 사업2국 윤기돈 간사 (02-747-8500) kdyoo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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