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wto

2001.04.24 | 미분류

글 이태화 Ltaehwa@hanimail.com (녹색연합 부장 / 해외파견자)

■ 자국 환경보호법 후퇴

인류가 산업화를 진행시킨 이후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 수 십년 동안의 급격한 경제팽창은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한편 WTO와 같은 국제무역체제는 그러한 경제팽창을 더욱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국제무역체제는 사람들의 어려운 싸움으로 겨우 틀을 갖추어 놓은 환경보호법들을 후퇴시키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호르몬처리 쇠고기와 유전자 조작식품
유럽연합은 건강과 환경에 미칠 잠재적인 위험성을 이유로 호르몬처리 쇠고기와 유전자조작식품의 수입을 금지하였다. 이에 미국은 유럽연합의 수입규제가 부당하다고 WTO에 제소하였다. WTO는 식품안전규제사항들이 반드시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규명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유럽연합에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즉 WTO는 유전자조작식품이나 호르몬처리 쇠고기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다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판단 한 것이다.

미국과 베네주엘라의 대기와 개솔린
미국은 자국의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개솔린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미국의 대기정화법’이 베네주엘라의 개솔린 산업에 불공정한 영향을 끼친다’는 베네주엘라의 제소에 WTO는 베네주엘라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미국은 개솔린 오염을 제한하기 위한 기준을 완화했다.

유럽국가와 캐나다의 석면
프랑스와 유럽 국가들이 발암물질인 석면을 수입 금지시켰다. 이에 캐나다는 프랑스의 석면수입금지조치가 국제기준보다도 높은 건강기준을 채택함으로써 WTO협정을 침해하고 있다고 프랑스를 WTO에 제소하였다.

한국과 미국의 쇠고기와 과일·야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 WTO를 들썩거리는 것만으로 식품안전에 관한 두 개의 법률을 완화한 사례가 있다. 하나는 쇠고기의 유효보존기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일과 야채의 검역에 관한 것이다.

이처럼 WTO로 대표되는 국제무역체제가 드디어 각 국의 환경 및 보건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환경의 질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각 국가가 좀 더 깨끗한 공기와 물을 얻기 위해 혹은 야생동식물과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각 환경정책들이 WTO의 규칙에 어긋날 경우 어김없이 제재를 받게 되었다.

■ 국제환경협약 무산

또한, 이러한 위협 외에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문제는 세계 각 국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한 기후변화협약, 바젤협약(유해폐기물의 국가간거래에 대한 국제환경협약), 생물다양성협약, CITES(멸종위기야생동식물보호를 위한 국제환경협약)등 많은 국제환경협약이 WTO가 정한 규칙과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새우잡이 어선들로부터 멸종위험에 처한 바다거북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미국의 ‘멸종위험에 처한 종들에 관한 법’을 WTO는 협정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이 법은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하나인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정부가 마련한 것이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은 전지구적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조약의 이행을 위해 일본이 시도하고 있는 법률제정이 WTO협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또한, 2001년 3월 28일에 미국은 기후변화협약 교토조약을 파기한다는 부시행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이것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방침이다.

환경과 관련한 개별 협상들은 무역관련 지적 재산권협정(TRIPs), 위생보건에 관한 협정(SPS), 서비스협정(GATS) 및 농업관련 협정들이 있다.
TRIPs는 다국적기업의 편을 들어주는 협정으로 유명한데, 유전자변형물질을 포함한 각종 농산물의 특허를 지적재산권보호의 명분 아래 보호해주고 있다. 개발도상국 농민들이 수 천년동안 자유로이 접근해온 유전적 자원이 다국적기업의 배타적 소유가 되어버렸다. 이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산림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변지역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어 개발되어 온 종자대신 생명공학으로 처리된(따라서 그 위험성을 인류가 인식하지 못한) 종자를 인간을 포함한 주변생태계에 무차별 방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SPS협정은 국가에서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해 규제하려고 할 때, 위에서 말한 미국과 유럽의 논쟁에서처럼 그 규제근거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자료를 요구한다. 즉 유전자조작식품이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으면 그 사용의 피해가 심각히 우려되어도 WTO는 그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WTO는 환경이슈를 다루는 전문적인 위원회가 있어 환경보호에 주력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95년에 설치된 WTO무역환경위원회의 역할은 WTO의 규칙이 환경보호사항과 충돌할 때, 환경보호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의 환경정책들이 어떻게 신자유주의 무역에 걸림돌이 되며 그것을 제거하는가에 주력하였다. WTO는 오로지 ‘상업적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신자유주의 국제경제의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 새로운 대안을 위하여

우리 생존의 기반이 되는 생태계 및 환경보호는 어떠한 이유로도 후퇴되거나 미뤄질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무한 경쟁과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현재의 자유무역이 생태계와 인간을 종속시키는 노예무역임을 깨달아 WTO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스웨덴 출신의 저명한 생태 인류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우리의 대안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보다 작은 규모를 지향하려는 많은 대안들은 미약하고 무모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치된 노력을 한다면, 작은 지역적인 움직임들이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풀뿌리단체들이 전세계적으로 협력하여 대표를 선출하고, 정부들로 하여금 무역협정을 다시 협의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지속가능성’과 ‘평등’들을 지향하는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국가들이 연대하여 기업들이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정한다면, 기업들의 환경 약탈은 멈춰지고 생태계는 회복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기업들로부터 그들이 가져서는 안 되는 권리를 박탈한다면, 정치적 삶을 좀 먹는 그들의 영향력도 제거될 것이며 상업주의의 끊임없는 폭력도 줄어들 것이다.”【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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