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위령제

2001.05.29 | 미분류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

지리산 850리 도보순례 방문기

글 사진/ 정선미 조직국 수습간사 zigoo21@greenkorea.org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은 지난 5월 3일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초등학교(폐교)에서 지리산 850리 도보순례 출정식을 가졌다. 지리산댐 건설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이번 순례는 지리산 생명공동체를 회복하고,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국토보전과, 지리산 생태·문화지도 작성, 지리산 주민들과의 유대강화를 목적에 두고 5월 3일부터 18일 까지 16일간 진행된다. 이 행사에는 환경단체뿐 아니라 종교인, 지역주민, 문화·예술인, 지역환경운동가, 지역시민단체, 일반시민 등 매우 다양한 참가자가 함께 하고 있다.

5월 3일 함양군 의탄초등학교에서 첫 출발을 한 순례는 좌측에 제시된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지리산 둘레 850리를 한바퀴 돌아보는 긴 장정이다. 산을 봉우리의 높이나 능선의 길이가 아닌 둘레의 측정치로 얘기하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료를 통해 확인한 행사의 의의의 몇 구절을 살펴보면 그 의도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전략)…지리산 위령제는 좌우대립으로 희생된 원혼들과 지리산에서 죽어간 뭇생명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세기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중략)…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고, 사람 사이에 평화가 머무는 세상을 위한 대장정… 지리산 도보순례는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서 하나의 지리산을 지향한다. 지역과 종교와 이념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화합을 모색하는 한마당이며, 개발과 파괴로부터 지리산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생명살림운동의 시작이다.”

지리산 도보순례는 위령제라는 종교형식 아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단순한 제의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즉, 지리산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는 3개도 각 시·군 또, 그 속에 속해있는 작은 단위의 수많은 마을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명평화라는 가치 속에 묶어낸다는데 순례의 본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역주민들이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면 그 힘이 향후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파괴될지도 모르는 지리산을 지키고, 보전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은 명백하다. 현재 얼마나 많은 환경사안들이 지역주민의 의견을 모으는데 난황을 겪고 있는가? 이를 상기해 볼 때 지역민의 힘으로 그 지역의 환경을 지켜내게 하려는 시도는 매우 가치 있다 할 것이다.

순례가 진행되는 동안 이러한 의의가 그저 의의에만 그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참가자로써 매우 큰 성과였다. 그 예로 5월 3일 약 7㎞를 걷는 동안 두 번의 휴식시간이 있었다. 이 두 번의 휴식시간 순례단을 맞은 것은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박수와, 시원한 한잔의 막걸리였다. 오고가는 격려와, 웃음과 노래 속에서 지역주민(대부분이 노인층이었다)과 순례단은 손님과 주인이라는 벽을 조금씩 허물고, 내가 살고 있는 그리고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땅, 지리산을 지켜내자는 다짐과 약속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5월 3일 저녁 당일의 도착지인 문정초등학교(폐교)에서 준비한 이들의 노고가 안쓰러워 차마 차가운 시멘트바닥을 떠나지 못했던 촌부들을 위해 상영된 영화는 태백산맥이었다. 이 땅위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전쟁으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아마도 지긋한 나이의 지역주민들은 그들이 몸소 겪었던 인간의 이기와 욕망의 결과를 재차 확인하였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는 것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함이다. 인간의 이기와 욕망이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도달하는 동안 우리의 삶터를 얼마나 파괴하고, 사라지게 하였나를 상기해 보는 것. 더 나은 우리의 삶은 진정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지금 개발론자들은 (그들이 깨닫고 있는 그렇지 못하든 간에)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불러올 지 모르는 인간 대 자연의 전쟁을 벌이고자 한다. 이 것을 막아내는 최선의 방법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하나되는 것 뿐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지리산 도보순례 현장 그 곳에서도 시도되고 있는 지역민과 하나되기, 지리산과 하나되기는 그 소중한 예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지리산이 아닌 전국 각 지역의 전선(?)에서 활동하는 우리 활동가들은 그 진행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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