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걸음, 이 절을 간곡히 받으시고 부디 새만금의 생명을 살려주십시오!

2001.05.29 | 미분류

글 사진/ 정선미 조직국 수습간사 zigoo21@greenkorea.org

2001년 5월 24일 오전 10시 서둘러 도착한 명동성당에는 두 분의 성직자가 마리아상 앞에 기도를 올리고 계셨습니다. 명동성당에서 시작되는 새만금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 기도수행을 하시는 두분이셨습니다. 하얀 운동화를 신으신 문규현 신부님과 회색 승복의 수경스님. 두 분이 하나가 되어 올리는 기도는 간척사업의 계속이냐 중단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새만금,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문규현 신부님의 간절한 기도가 끝나자 수경스님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수경스님은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 어떤 성명서보다 가슴을 치는 묵언의 낭독. 짧은 시간동안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안타까움이 그 분의 말문을 막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없는 말씀 앞에 우리가 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세 걸음마다 한차례 땅바닥에 엎드려 올리는 두 분의 기도가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생명경시에 대한 통회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곧 삼보일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땅바닥에 납작이 엎드려 절하는 두 분을 따라 걷는 이들의 걸음도 세 걸음마다 한번씩 멈추어졌습니다. 태양이 차츰차츰 정수리로 옮겨가고, 명동을 지나 광교, 종각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 떨어지는 땀방울도 진해져 갔습니다. 후들거리는 문규현 신부님의 다리는 점점 더 위태로워 보였고, 두 분에게 물과 수건을 건네는 사람들의 손도 분주해져갔습니다. 그러나 붉어진 얼굴로 비오듯 땀을 흘리시던 두 분은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갯벌에 기대어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이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 갈 수만 있다면 내 몸의 고통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결연히 걸어가시던 두분. 오늘의 간절한 기도가 청와대에 이어져 새만금이 생명살림의 장으로 거듭날 때까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죽어간 수많은 생명이 뭍힌 바로 이 땅위에 생명평화가 실현될 그날까지 두 분의 순행과 우리의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제 이 땅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려는 우리의 땀방울은 더욱 진해질 것입니다.【사이버 녹색연합】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