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밀렵도구 제거 캠페인을 다녀와서

2001.11.27 | 미분류

글/사진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장주영 간사 go90002@greenkorea.org

가을이 되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은 왕성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들 야생동물들의 겨울나기는 너무나 힘겨운 투쟁입니다. 야생동물을 노린 밀렵꾼들이 오늘 이 시간에도 함정, 덫, 올무 등의 밀렵도구를 사용하여 야생동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점점 사라져 가는 숲, 먹이사슬의 파괴로 적응하기도 힘겨운데, 인간들의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잘못된 보신주의는 더욱 야생동물의 삶을 빼앗고 있습니다. 인간의 사소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들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걸까요?

백두대간보전회와 녹색연합은 밀렵이 성행하는 겨울철을 맞아 11월 24일(토)∼25일(일) 1박 2일간 강원도 양양 하북면 면옥치리∼법수치리 일대에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겨울철 밀렵도구 제거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밀렵도구 제거 지역은 오대산과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상의 국립공원 주변 부로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음에도 밀렵단속의 사각지대로 놓여져 있던 곳입니다.

백두대간보전회 회원, 녹색연합 회원, 대학생, 일반시민 등 약 85명이 참여해서 진행한 밀렵도구 제거 캠페인(25일) 하루동안 이 지역에서 수거한 올무는 모두 286개였습니다. 한 달간에 걸친 사전 조사작업에서 수거된 양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산 전체가 말 그대로 ‘올무밭’이란 표현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곳에 어떻게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뛰어 놀수 있을까요. 이런데도 우리나라에 야생동물 보호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덫, 올무 수거로 야생동물 보호활동에 동참하고, 백두대간이 주는 넉넉한 자연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던 자리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땅은 결국 인간 또한 살 수 없는 땅이 됩니다. 앞으로도 녹색연합의 야생동물보호를 위한 밀렵도구제거 활동은 계속됩니다. 밀렵으로부터 야생동물을 지켜내는 일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다음은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신 녹색연합 신입회원 류홍임 님의 참가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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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어느 지점. 우리 조는 9명이었는데 일단 백두대간 회원이신 두 분을 선두로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다른 능선을 타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산을 계속 내려오는데, 나무 밑동이 약간 파이고, 사방을 호미로 파놓은 듯 파헤쳐져 있는 곳이 있었다. 멧돼지가 금방 놀다간 자리라고 했다.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고운 흙이 여기저기 낙엽 위에까지 흩어져 있는 모양이 멧돼지가 펄쩍펄쩍 뛰면서 꾸~울 꾸~울 소리내며 주둥이를 땅속에 들이밀고 있는 듯 했다.

조장 아저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두꺼운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약간 파인 곳에 낙엽이 깔려 있었는데 그곳을 나무가지로 휘저었다. 그런 곳에 덫이 놓여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살펴보고 지나가야 한다고 했다. 덫은 발목이 절단 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했다. 그곳을 지나 좀더 아래로 내려갔다. 갑자기 조장 아저씨가 “저기 있다” 하면서 소리쳤다. “뭐가요? 어디요? 어디?” 우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두리번 찾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잔 나무가지로 위장을 해서 와이어 줄이라는 걸로 만든 동그란 올무가 있었다.

‘세상에, 저렇게 설치했구나’

‘저렇게 생겼구나’

난 내 손으로 제거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요령이 부족해서 결국 조장 아저씨가 올무를 풀었다. 그 옆에 또 있어서 그것은 내가 풀었다. 그 주변에 모두 5개의 올무가 있었다. 올무는 산마루를 향해 2개가 있었고 물이 있는 계곡 쪽으로 3개가 있었다. 산 위에 있는 야생동물들이 계곡에 물을 마시러 내려 올 때 잡으려 했나? 걷기에 완만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조금전 야생동물의 흔적을 발견하고 반가워했던 내 마음은 이내, 그들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만감이 교차했다. 하나라도 더 찾아 제거해야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실 것 같았다. 이날 우리 모두가 제거한 올무는 286개였다. 우리가 몇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이 제거 할 수 있었던 것은 백두대간 보존회 팀이 한달 이상 현장 사전 조사를 하고 표시하고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계속 해서 소수 정예 인원들로 구성돼 3박4일, 2박3일 이 작업은 계속 될 것이라 했다.

TV 뉴스에서 밀렵의 심각성을 보도하는 보도를 볼 때도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야생동물의 흔적을 보고 밀렵하려는 여러 도구들을 현장에서 보았을 때는 밀렵의 심각성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렵게 다녀왔지만 생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끝으로 밀렵하는 아저씨들  이젠 그만 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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