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나누기]지율스님 “대운하? 천성산 터널공사할 땐 언제고…”

2008.02.06 | 4대강, 미분류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 끝만 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문제는 달만 잃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까지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려고 하면서 운하뿐만 아니라 고속철도가 놓인 이유와 목적까지 소홀히 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 운동으로 잘 알려진 지율스님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운하사업을 강행한다면 그 시험대에 놓이는 것은 국민들이며 이 땅에 올 우리 후손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율스님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홈페이지 ‘초록의 공명’에 “천성산을 통해 이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고 강철같은 발로 우리 국토를 밟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 보았다”며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이야기를 5회 연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1회에서 “대운하 이야기는 그들이 본 것과 우리들이 보고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치 앞도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2일 올린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운하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천성산 관련 기사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면서였다”며 한반도 대운하의 물류 기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율스님이 가장 먼저 접한 자료는 지난해 12월4일 열린 ‘물류선진국을 향한 정책방향’ 토론회 동영상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선대위 한반도대운하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박승환 의원은 “2020년 물동량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고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훨씬 많이 늘어나게 된다. 이것이 결국 도로가 아니면 철도나 운하를 건설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건설비용을 볼 때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KTX보다 운하를 하면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고 대운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는 것.

이에 지율스님은 “(동영상을 보고) 지난 5년 동안 고속철도 공단으로부터 수백번도 더 들은 물류 이야기와 연구 보고서들이 떠올랐다”며 “가장 놀란 일은 물류전문가라고 소개되는 박 위원장이 승객 전용열차인 KTX와 운하를 화물 중심으로 비교하고 이미 완성단계에 있는 사업과 아직 구상중인 운하사업의 사업비를 출발선에서 비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은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려고 하면서 운하뿐만 아니라 고속철도가 놓인 이유와 목적까지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율스님은 철도공단이 발행한 KTX 홍보자료를 근거자료로 내세워 “의원님이 말씀하셨듯이 13조를 들여 완공한 1단계 고속철도는 매년 수천억의 적자가 발생해 ‘세금 먹는 하마’라고 불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7조1900억을 더 들여 천성산을 관통하며 개통을 앞두고 있는 고속철도의 명분은 물류수송”이라고 따져 물었다.

즉 정부가 고속철도를 건설하며 ‘고속철도는 여객전용으로, 기존철도는 화물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대체 물류시설이 왜 또 필요한가라는 물음이다. 또 “운하가 가는 길은 이미 교통망이 잘 정비돼 있다”며 “지난해부터 운하의 물길과 중복되는 서울~충주 중부내륙 철도가 추진 중이므로 내륙지방을 연계한 관광화라는 명분 역시 작위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율스님은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 없이 잘못된 수치에서 시작되고 계획된 국책사업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을 (우리는) 고속철도 문제를 통해 보았다”며 “그동안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타당성 검토와 사전준비를 허수로 한 개발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닥아오는지 수차례 보아왔고 충분히 경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구상 중인 운하는 그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 자연 생태계와 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올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대규모 토목사업”이라면서 “투표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 앞서 이 시대에 정립해야 할 소중한 가치와 현안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이 땅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일으켜 세우는 일부터 돌아본 뒤 대규모 국책사업이 가져 올 환경파괴와 실익의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율스님은 세 번째 이야기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관광화 문제에 대해 비판할 예정이다.

<이성희 경향닷컴기자>

[경향신문   2008-02-05 20: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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