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물은 利權이 아니라 人權

2008.06.24 | 미분류

어머니는 가족이 쓸 물을 긷기 위해 매일 4시간 넘게 10㎞ 이상의 거리를 걸어야 한다. 먼 길을 걸어 강에서 물을 길어 오지만 물이 깨끗하지 않아 두 아이는 수인성 전염병을 앓고 있다. 물을 사서 마시려면 한 달 수입의 25%를 물 값으로 내야 한다. 가족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씻고 마시고 청소하고 음식을 만드는 데 드는 물(7.6ℓ)은 다른 대륙에서 변기를 씻어 내리는데 드는 물(13ℓ)보다 적다. 지구의 저편 한 대륙에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지금도 매일매일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물 문제는 인류가 함께 풀어야할 시급한 숙제이다.

세상에서 값나가는 보석보다 물이 소중한 까닭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생명도 물 없이 살 수 없기에 물은 ‘모두의 것’, 즉 공공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물을 상품화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물을 관리하고 공급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이 확산되었고, 물 기업이 등장했다. 이윽고 생수산업, 상하수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세상의 물이 오염되고, 부족하며, 물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물 산업은 번창했다. 이렇게 매년 8% 성장을 거듭한 물 시장은 연간 약 50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되었다.

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물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물’에 대한 권리를 기업에 넘긴 나라의 시민들이 ‘물’을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 물 민영화로 300%나 인상된 물 값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킨 볼리비아와 한 달 가계 수입의 25%를 물 값으로 지불하는 인도, 이탈리아와 미국 같이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도 물 민영화로 급등한 물 값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물 기업은 냉정하게 수돗물 공급을 끊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왔던 상수도 공급을 물 기업에 넘기는 ‘물산업지원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가 국내외 기업과 공동으로 상하수도사업을 위한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물 가격을 자유화하며, 기업이 지분의 51%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민간위탁’이니 ‘선진화’니 이름만 다를 뿐 엄연히 물에 대한 공급을 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가격상승을 피할 길 없다. 가격만이 아니다. 기업이 물을 돌볼 수 있을까? 대지가 깨끗한 물을 머금기 위해서는 자연생태계와 수변지역에 대한 관리와 보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이윤보장 없이 추가 부담을 하는 일은 결코 없다. 돈이 있든 없든, 목마른 사람들은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물은 상품이 아니라 생명 자체이며, 이윤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한번 기업에 넘겨준 물에 대한 권리를 되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 든 환경부의 물산업지원법 제정을 막아야 한다.

※ ‘살 데’는 우리가 사는 곳, 곧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이유진|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경향신문 2008년 06월 25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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