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소비자의 선택

2008.06.30 | 미분류

지구온난화, 소비자의 선택 Climate Change & Consumers Choice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0.74도가 올랐다. 1도가 채 안 되는 온도 상승이 지구의 기후체계를 변화시켰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 폭우, 폭설, 폭염, 슈퍼태풍과 같은 기상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구의 온도가 계속해서 오르면 2020년경에는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작게는 4억 많게는 17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야생동물들 중에서 온도 변화에 민감한 개구리, 뱀, 맹꽁이와 같은 양서파충류는 멸종하게 되고, 식량부족과 전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앞으로 12년 뒤에 벌어질 일들이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경제활동, 지구 66억 인구의 ‘일상생활’이다. 물건을 생산ㆍ소비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에너지, 운송과 이동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 냉방과 난방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기후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짜인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소비자이고, 사람마다 소비하는 량과 형태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생활방식을 갖고 있는가와 어떤 제품을 소비하는가에 따라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달라진다. 크게는 나라마다 다를 것이고, 또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하더라도 개인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이고, 우리나라는 9번째이다.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지구인 평균은 1년에 4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우리나라는 한 사람당 12톤 이상을 배출한다. 우리도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데 한 몫을 한 셈이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이 맞닥뜨린 위기이고, 또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생활이 그 원인이 된다면, 우리는 개인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 하나하나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의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스페인과 독일을 향하던 트럭 교통사고 –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식품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는 스페인과 독일을 잇는 고속도로에서 난 교통사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 맞은편 도로에서 달려오던 두 대의 트럭이 정면충돌했다. 충돌의 충격에 싣고 있던 짐이 고속도로 바닥에 쏟아졌는데, 놀랍게도 두 트럭이 똑같이 토마토를 싣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스페인과 독일 두 나라가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면 굳이 국경을 넘나들 필요 없이 생산한 곳에서 소비하면 될 텐데 말이다. 바로 가격경쟁 때문이다. 10원이라도 싼 가격을 찾아 식품은 먼 거리를 여행한다.

우리 식탁을 생각해보자. 호주 다윈에서 수입한 쇠고기는 6,023km를 배로 이동해서는 트럭에 실려  대형 할인마트로 옮겨지고, 사람들은 자동차를 끌고 마트에 가서 쇠고기를 산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렇게 구입한 쇠고기로 불고기 요리를 하면서 5,371km를 이동한 인도네시아 후추와 594km를 이동한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재료와 조미료가 이동한 거리를 다 합하면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될지도 모른다.  

이럴 때 기후변화를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로컬푸드와 파머스 마켓을 활용한다. 미국 뉴욕주에선 수확철인 9월 한 달만이라도 100마일(161㎞) 이내에서 생산된 것만 먹자는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을 벌이고 있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머스마켓은 지역의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 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시장이다. 농부들은 유통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해서 좋고,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지금 광주와 목포, 여수, 순천, 광양에서 파머스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의 농업은 ‘석유농업’이라고 한다.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사를 짓는데 석유가 많이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지 않는 제철식품, 비료나 농약을 덜 사용한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과도하게 포장한 식품이나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 사용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육식 보다는 채식

전 세계에는 소가 몇 마리나 있을까? 답은 13억 마리이다. 세계 인구 5명당 소가 한 마리씩 있는 셈이다. 보통 소는 하루에 트림을 하면서 280리터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 메탄가스는 온실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양이 많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데 있어 이산화탄소의 24배나 되기 때문에 배출량이 적어도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렇게 13억 마리의 소가 연간 1억 톤의 메탄을 만들어내다 보니 소의 트림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축산업이 주요산업인 호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원 목록’에 가축분포지도를 포함하고 있다.

2006년 UN이 발표한 “가축의 긴 그림자 : Livestock’s Long Shadow”라는 보고서는 축산업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해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14%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목축과 콩, 옥수수, 보리와 같은 사료작물 재배를 위해 숲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 농지의 70%가 사료작물 재배를 위해 개간된다. 454kg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같은 양의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보다 8배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육식을 줄이는 것도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부과하는 탄소세  

항공기가 배출하는 CO2는 전 세계 CO2 배출량의 3.5% 정도이다. 유럽에서는 항공사마다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의 한도를 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항공사들도 바이오연료 개발, 신기종 개발, 탄소상쇄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 출장이나 여행 때문에 항공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지만, 발달한 정보통신의 힘을 빌려 화상회의하고, 최대한 항공기 이용을 자제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1월부터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부과하고 있다. 1㎞주행 시 CO2 배출량이 100g 미만이면 1,000유로를 할인해주고, 250g 이상이면 2,500유로를 더 내야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후 프랑스에서는 대형차보다 작은 경차의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정부가 세금정책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도와주는 정부의 세심한 정책설계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EU는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2015년까지 1km를 주행할 때, 이산화탄소를 125g 이하로 배출하도록 규정을 정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5g이다. 만약에 유럽에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제는 제품을 하나하나 생산할 때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를 타지 않는 것이다. 도로 중심의 운송 체계를 철도와 대중교통, 자전거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통비를 아껴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의 엔진은 심장”이라고.

클라이미트 카운츠(Climate Counts) 기업 기후변화대응 성적표 공개

2008년 5월, ‘클라이미트 카운츠'(Climate Counts)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기후변화대응 노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60개 기업의 기후변화점수를 카드로 작성해 배포했다. 점수는 이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또 줄이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지, 이산화탄소 배출관련 자료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전자제품 중에서는 100점 만점에 77점을 받은 IBM이 1등을 했고, 다음이 캐논, 도시바, 소니, 휴렛패커드 순이다. 삼성은 8등을 했다. 의류부분에서는 나이키, 갭, 리미티드 브랜드, 레비스트라우스 순이다.

클라이미트 카운츠는 “세계 100대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5%만 줄여도, 2천5백만 대의 차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과 같은” 엄청난 량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영향력을 갖고 있고, 그런 영향력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07년 파이낸셜타임즈는 세계 500대 기업의 70%이상이 기업경영의 위기요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기후변화 대응여부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카본 디스클로저는 사람들이 주식을 살 때 기후변화에 열심히 대응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영국에서 시작된 이산화탄소 라벨링 제도이다. 지금은 감자칩, 쥬스와 같이 생산 공정이 비교적 간단한 상품에 한해 시행되고 있지만 점차 다양한 상품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곧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정도가 상품구매의 척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패션업체가 ‘온실가스 라벨링 정장렝纓’을 판매하고 있다.

전기요금의 불편한 진실

전기는 우리가 생활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에너지이다. 사용할 때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무공해 에너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의 40%는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유연탄으로 생산한다. 그래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독일 지속가능에너지 연구소 소장 고테린드 알버씨는  “한국인들은 하늘에 돈을 날려버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낭비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간판에 들어가는 전기와 아파트 꼭대기에 경관용으로 밝힌 조명등, 화려한 밤거리 등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낭비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1인당 전기소비량은 소득수준이 두세 배 이상인 영국, 독일, 프랑스 국민들 보다 많다.

왜 이렇게 전기를 흥청망청 쓰는 것일까? 값이 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을 낮게 유지해왔다. 실제 한 달 동안 사용한 통신 예금과 전기요금 을 비교해보면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한 달 평균 휴대전화요금으로 20~30만 원을 내지만 전기요금은  평균 2-5만원을 낸다. 휴대전화요금은 대부분 송수신 기지국 등 인프라에 대한 비용이지만 전기요금의 원가는 발전 및 송렉 설비비용을 제하고도 대부분 연료비용이다. 이렇게 값싼 전기요금은 전력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전기를 난방에 사용하는 등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사실 소비자들에게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자고 하면 모두가 고개를 절래 젓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마음껏 쓰면서 값싸게 치른 전기에너지 사용에 대한 대가를 다음 세대들이 다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값싼 에너지에 중독되면 에너지의 소중함을 모르게 되고,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덜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나서서 에너지 가격에 대해 제값을 치르는 것을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선택이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우리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온도가 최대 6도가 상승한다. 0.74도의 변화를 지켜본 우리로써는 지구의 온도가 6도가 오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올해 초 환경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86.4%가 기후변화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선택, 소비자들의 요구가 이런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이 상품을 생산하는데 배출한 이산화탄소 관련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의 소비자들의 선택이 지구의 온도 상승과 직접 연결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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