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MB의 녹색성장은 ‘그린워시’

2008.08.20 | 미분류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운 60년’의 비전으로 내세운 ‘저탄소 녹색성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를 성장 동력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환경’과 ‘녹색’에 대한 말을 듣는 것은 반갑지가 않다. 청계천과 대운하로 대표되는 대통령의 작품들은 환경적이지도 녹색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비가 내릴 때마다 도시의 온갖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물고기가 죽어서 떠오른다. 대운하를 ‘747성장’을 위한 토목건설 경기 부양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녹색성장’을 이야기했다. 진정으로 ‘녹색성장’을 추구한다면, 대운하 사업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이다.

대통령의 인식과 같이 우리는 지금 에너지 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대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에너지 위기는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고, 자주개발률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관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저탄소 사회의 기본은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화에 있다.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 규모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유지하면서 저탄소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산업·교통·물류·건축 전반에 저탄소 사회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달성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에너지 세제와 가격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빛좋은 개살구다.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에는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한 핵심 요소들이 빠져 있다.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에서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내용은 ‘핵발전 확대’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3일, 2030년까지 핵발전소 11기를 신설하고, 신규 핵발전소 터 두세 곳을 2010년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국내 핵발전소는 현재 가동 중인 20기와 건설 및 준비 중인 8기, 신규 건설 11기를 더해 모두 39기가 된다. 지금의 두 배에 가까운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셈이다. 다가올 수소시대를 대비하자는 것도 결국 원자력 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녹색성장은 ‘핵발전소’의 성장인 셈이다. 대통령이 말하는 청정에너지는 다름 아닌 핵에너지였던 것이다.

그린워시(녹색분칠)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 ‘환경’ 경영을 하는 것처럼 광고를 내보내면서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만 그린워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그린워시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린워시를 판단하는 기준 중에는 주력사업이 아닌 주변부의 ‘안전한’ 사업을 선전해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2030년 신재생 에너지 사용비율 11% 확대’라는 비전 뒤에 숨어있는 핵발전소 확대정책은 사실은 그린워시다.

‘녹색성장’ 비전에서 밝힌 ‘그린홈’ 백만호 프로젝트가 ‘태양광 10만호 보급사업’과 뭐가 다른가. ‘무공해 석탄’, ‘그린 카’, ‘그린 홈’, 온통 녹색으로 분칠을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6월, 가장 효과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무력화한 바 있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공청회장에서 2011년 신재생 에너지 비율 5% 달성도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정부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녹색성장’ 뒤에 숨어 있는 또다른 개발주의와 핵발전 확산을 경계한다. 우리는 진지한 토론을 통해 무엇이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녹색성장’인지에 대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녹색가면을 벗기고 진짜 ‘녹색’을 추구해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한겨레신문> 8월 20일 기고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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