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녹색’ 스포츠 대회

2008.09.05 | 미분류

대규모 스포츠 행사는 필연적으로 환경에 부하를 주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1976년 콜로라도 주민들은 올림픽이 과도한 개발과 야생동물 서식처 파괴, 부동산 투기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덴버 동계올림픽 개최를 거부한 바 있다.

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은 지역 경제발전을 기치로 유치했지만 최악의 환경파괴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과도한 투자와 인프라 건설로 호텔과 리조트가 파산하고, 크고 작은 환경사고가 발생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희귀습지대를 파괴했고, 유독성 물질인 암모니아로 트랙을 얼리는 경기장을 주택가 근처에 짓는 바람에 주민들에게는 방독면을 나눠줘야 했다. 알베르빌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에 ‘녹색’ 개념이 도입되었고, 경기장 시설을 친환경적으로 짓고, 야생서식지 보호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시드니를 생태도시로 변모시켰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시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던 중국에 녹색고양이가 등장했다. 올림픽 동안 베이징시와 인근 지역의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건물공사도 중단됐다. 개막식의 맑은 하늘을 위해 인공 강우까지 시도했다. 그런 노력 때문이었는지, 베이징은 ‘환경올림픽’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전역을 걸어 330일 동안 순례한 환경운동가 폴 콜먼은 중국의 강에서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틀뿐이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베이징의 경제는 멈췄고, 그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제 중국에 남은 과제는 녹색고양이가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전역으로 확산되고, 시민들이 맑은 하늘을 단 며칠간의 행사가 아니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4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도시 재생’을 주제로 한 환경올림픽으로 주목받고 있다. 런던의 대표 빈민지역, 동부 스트랫포드에 8만석 규모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짓는다. 주경기장 건물의 70%를 폐건축물을 이용해 ‘재활용 스타디움’을 짓고, 올림픽이 끝나면 좌석과 지붕을 해체해 소규모 다용도 경기장으로 지역사회에 돌려줄 계획이다. 건설에서부터 올림픽 이후 활용까지 ‘환경’과 ‘주민’을 배려한다. 이제 스포츠 대회도 얼마나 ‘녹색’을 담았는가가 중요하게 되었다. 우리도 2011년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분지지형으로 대기오염물질이 잘 순환되지 않는 대구, 각종 환경지표에서 최하위권을 맴도는 인천. 스포츠 축제를 준비하면서 도시를 녹색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은 어떨까. 스포츠 대회를 친환경적으로 준비하면서 대구시민들도 인천시민들도 ‘녹색도시’에 살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이유진|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

경향신문 9월 3일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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