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과 이명박식 개발주의

2008.09.22 | 미분류

때 아닌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의 진원지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747공약, 한반도대운하 공약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개발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던 이명박 정부이기에 대통령의 녹색성장 발표는 듣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녹색성장 발표가 현재의 어려운 국민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돌파용이며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녹색성장 발표는 예상보다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앞을 다투어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정책들을 고민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환경론자들은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개발중심, 성장중심의 패러다임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에 녹색성장의 개념을 왜곡하고 나아가 환경운동 진영이 지난 20년동안 노력의 결과로 다져놓은 녹색사회의 초석을 허물어 버릴까봐 걱정하고 있다.

나는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갖고 발언을 했던 한국사회의 주류 집단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녹색의 개념에 관심을 갖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방향과 곧 이어 747 공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 부동산 정책의 후퇴를 발표한 것 등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식 녹색성장은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녹색성장, 환경의 가치를 화두로 던질 만큼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위기는 심각한 것이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두를 받아 우리사회가 녹색성장에 대해 고민을 폭넓게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녹색성장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진정으로 한국사회가 녹색성장, 녹색경제를 바탕으로 녹색사회로 가기 위한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녹색성장의 개념은 무엇인가? ‘녹색성장’은 기존의 경제성장, 개발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에너지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자연생태계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녹색성장은 ‘녹색경제’를 근거로 해서만 달성 가능한 것이며, 녹색경제를 바탕으로 우리는 ‘녹색주의’, ‘녹색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므로 녹색성장은 현재까지 우리사회가 보여주었던 방식, 성장을 위해서는 생태계 파괴는 아랑곳하지 않는 개발위주의 성장정책과는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산업, 친환경 자동차, 태양광 주택 보급 등을 통해 녹색성장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녹색성장과는 정 반대 개념인 원자력 산업 확대,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책 등을 내놓고 있는 것은 자기모순임이며, 대통령의 녹색성장은 경제성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 체계를 현재의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대폭 전환해야 하며, 산업 구조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생태계에 부담을 많이 주는 산업에서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복원 산업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현재 고용을 동반하지 않는 경제성장으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하고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녹색산업을 통해 녹색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내야 한다. 뿐만아니라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주는 정도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녹색세제로의 개편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나는 녹색성장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논의가 반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또한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따지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회에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녹색경제의 근간을 마련함으로써 녹색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내일신문 9월19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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