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부자

2003.02.27 | 행사/교육/공지

봄을 재촉하던 비가 전국적으로 부슬부슬 오던 지난 2월 22일 – 23일 양일간에 경남 양산, 밀양의 가지산 일대로 올해 들어 두 번째 밀렵방지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녹색 연합 활동가분들이랑 “산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녹색친구들이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야산 곳곳을 누비며 우리의 또 다른 동반자인 야생동물을 지키러 갔었던 것입니다.

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부자  [밀렵방지 산행 참여 후기]

토요일 늦은 밤에 낙동정맥의 끝자락부분인 가지산 일대 숙소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고, 미리 와서 밀렵방지 활동과 야생동물 조사활동을 하고 있는 선발대로부터의 환영 만찬(?)을 받고는 취침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평소 일요일 기상시간 보다 무려 4시간이나 앞서 6시 반쯤 일어나 다들 아침 식사와 그 날 활동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밀렵방지 조사단은  세 모둠으로 나뉘어 각각의 조사 지역을 샅샅이 훑어보기로 하고 각기 목적지로 출발했습니다.
현장 선발대로 40여일 이상 현장에서 활동해오고 있는 신영철 선배님과 유달리님, 인영이 형과 함께 구성된 우리팀은 낮에도 멧돼지가 마을을 뛰어 다닌다는 경남 밀양 일대의 가지산 자락인 백마산 자락에서 밀렵방지 활동을 했습니다. 영철 선배님의 걸음과 눈빛에서는 야생동물에 대한 애정 어린 사랑의 진면목을 보았고, 거친 산을 서슴없이 오르는 유달리님에게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또 인영이 형은 산을 오르내리면서 나무이름이나 풀이름을 가르쳐 주어서 제게는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산행을 끝내고 먹던 이른 봄 냉이 맛은 일품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지난 번 밀렵방지 산행에서 공부를 제대로 한 덕일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날 내내 낡은 올무 하나를 찾아서 제거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열심히 조사했으니까 더 이상 올무나 기타 밀렵도구는 없었을 것이라고 위안을 삼기는 했지만, 혹시나 모를 덫들이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맘 한구석에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오후에 이르러서 무사히 활동을 마치고 현장에서 계속 남아서 조사를 계속하시는 분들을 제외한 나머지 녹색친구들 틈에 끼어서 서울로 향했습니다. 짧은 산행에 대한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을 가지산 자락 조껍데기술로 달래면서 말입니다.

  참. 저는 녹색친구들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는 새님이고, 이 모임 안에서는 나이가 제일 어린 막내로 통하고 있습니다. 새님에다가 막내이다 보니 아직 산행 경험도 많이 없고, 등산을 해도 주변 식물들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녹색친구들 산행을 많이 따라 다니면서 우리 땅에 있는 나무나 야초 등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고 배워야겠다는 것이 저의 바램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간 두 번째 산행이 밀렵방지 산행이었고, 공교롭게도 처음 갔었던 산행도 지난달 밀렵방지 산행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두 번 산행을 했는데 두 번다 밀렵방지 산행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태 산에서의 자연이라 함은 나무와 꽃, 풀 등 식물만 눈에 들어왔었는데, 이 밀렵방지 산행으로 인해 저는 새삼 이 강산에는 동물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인식했다고나 할까요? 아마도 제 눈에 쉽게 보였던 것이 식물이라서 그랬나봅니다. 인간에 의해 보금자리를 빼앗겨 버린 동물들이 우리 인간에게 쉽게 보일 리가 없었을 테고, 그 보이지 않는 야생동물 마저도 인간이 그대로의 삶을 영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밀렵을 하는 행위가 지나가는 뉴스처럼 다가오지 않고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이제는 들더라구요.



이러한 마음이 들게 한 두 번의 밀렵방지 산행에서 얻은 몇 가지라면, 우선, 내 조그만 걸음걸음에 이 땅의 야생동물이 덜 희생당한다는 자긍심과 산에서의 새로운 경관을 인식하게 해주었습니다.  여태 다니던 등산로가 아닌 동물들이 다니는 길이 보이고, 여태 보고도 알 수 없었던 그들의 배설물이나 흔적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입니다. 동물길과 흔적을 어느 정도 알고 나니 이 산의 풍요로움과 생명력이 느껴지고, 산행 중 즐길꺼리가 더욱 다양해진 것 같아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인간이 가진 똑 같은 두개의 눈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또 내가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같이 사는 야생동물이 있다는 것을 느끼셔야 진짜 부자라는 생각이 드는 겨울이었습니다. 부자가 된 기분으로 산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번 밀렵방지 활동에서 꼭 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후기를 접습니다.

김민수 녹색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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