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살리는 녹색출판 캠페인

2009.09.15 | 행사/교육/공지

변화를 담는 그릇, 녹색출판



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적극 소통하며 함께 힘을 모아 숲과 기후를 보호하는 재생종이출판문화를 만들어가자.
녹색연합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올해 여름부터 숲을 살리는 녹색출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9월 24~27일 나흘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리는 가을독서문화축제에 녹색출판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책들의 바다가 펼쳐진 서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무슨 생각이 먼저 드는가? 책을 만드는 사람이냐, 책을 사는 사람이냐에 따라 서점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물질’로 책을 바라본다면 보이는 것은 바로 종이. 그리고 종이의 원료, 나무가 보인다.
나무에서 얻은 펄프로 종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165년 전부터다. 독일직조공이 발명한 나무펄프가 종이의 대량생산시대를 열기 시작한 때였다. 제지업은 그 뒤 거대장치산업이 되었으며 지금은 에너지소비를 많이 하는 산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화학과 철강 산업에 뒤를 이어 온실가스배출량 3위를 차지한다.

종이 한 장의 변화, 녹색출판을 시작할 때


‘호모 파피루스’ 현대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종이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종이소비량은 지구 전체로 볼 때 계속해서 늘고 있다. 종이에 대한 엄청난 수요는 종이의 원료, 나무를 베어내는 일과 바로 연결된다. 지난 150년 동안 세계 다국적 기업들은 싼 값으로 종이생산을 계속하기 위해 일찍이 인간의 발자국이 닿지 않던 천연림을 마구 베었고, 인공조림을 하여 나무농장을 넓혀나갔다. 그 결과 지구에선 2초마다 축구장 면적의 원시림이 사라지고 있고, 이제 세계 원시림의 5분의 1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1999년 월드워치의 보고에 따르면 지구 전체 산업용 벌목 가운데 42퍼센트가 종이 생산에 쓰인다. 그리고 42퍼센트 가운데 3분의 2는 펄프를 위해 벌목된 나무들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 출판업계의 95퍼센트가 천연펄프 종이에 인쇄를 한다고 한다. 국내 출판 상황을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서점에서 천연펄프종이에 인쇄되지 않은 책을 과연 몇 권이나 고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부분 출판사들이 쓰는 그 많은 천연펄프종이는 어디에서 그 원료인 나무를 구하는가? 기획회의와 편집, 인쇄라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책의 종이는 대부분 캐나다, 미국, 러시아, 핀란드산으로, 수 천 년 동안 이뤄진 고대원시림과 인도네시아와 남미의 열대우림의 나무들이다. 캐나다의 경우 천연펄프를 위해 파괴되는 북반구 숲은 북미에서 가장 큰 고대숲지역이다. 그 고대 숲의 45퍼센트는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 종이 수요로 인해 벌목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적어도 50퍼센트 가량 나무들이 천연펄프용으로 불법 벌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반구 전체에 남아있는 고대 숲에서만 해마다 2천5백만 에이커에 이르는 면적, 65퍼센트가 벌목되고 있다고 한다. 북반구의 고대 숲에는 북미 새 종류의 40퍼센트를 비롯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들이 살아가는 서식처이며, 지구의 허파 열대우림은 숲 1헥타르에만도 5백 종의 나무들이 자라며 발견되지 않은 수백만 동식물종의 보고이다. 또한 숲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고향이자 삶터이다. 그리고 지구가 겪는 지구온난화에 대항하는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고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무농장’으로 불리는 인공조림지에서 온 종이는 안심할 수 있을까? 최근에야 그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한 나무농장문제는 더욱 놀랍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큰 원시림지역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경우 지난 15년 동안 거대한 펄프와 종이공장이 건설되었다. 이들은 열대우림을 밀어내고 불을 지른 다음 2-3년 안엔 성장하는 유칼리나무를 심는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원산지인 유칼리나무를 ‘단일경작’ 하는 나무농장에는 화학비료나 살충제, 제초제 없이는 관리할 수 없고, 이렇게 만들어진 숲은 질병과 벌레, 폭풍우에 약할 뿐만 아니라 종다양성의 90퍼센트를 잃어버려 생태순환을 지속하기가 힘들어 진정한 ‘숲’이라고 할 수 없다. 기후변화 위기 앞에 이제 ‘호모 파피루스’의 선두주자, 출판업에도 ‘환경 친화’와 ‘지속가능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게 되고 있다. 숲을 파괴하는 종이소비자에서 숲을 지키는 출판업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출판사마다 책임 있는 종이소비 지침을 만들어 하나씩 실천해보고, 출판제작 모든 과정을 어떻게 녹색으로 바꿀 수 있을지 대안을 찾을 때이다.

기후보호종이, 재생종이로 바꾸자


2000년부터 캐나다의 72개 넘는 출판사들은 천연펄프 종이가 일으키는 환경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고 드디어 “고대 숲을 보호하는 종이에만 출판할 것”을 공식 서약하기 시작했다. ‘고대 숲을 보호하는 종이’에는 생태적으로 관리되는 숲, 산림관리협회(FSC)에서 벌목된 나무펄프로 만든 종이도 포함된다. 지만 그 면적이 아직 1퍼센트에 불과하고 종이가격 또한 높은 것이 현실이다. 수입펄프가 82.9퍼센트를 차지하고, 고급지나 특수지 수입이 34.8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고급지에 대한 국내수요 또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시대, 옛 시절의 누런 종이로만 여겨지던 재생종이가 ‘기후보호종이’로 새롭게 떠오른 이유가 여기 있다.
버려진 종이를 모아 다시 만든 재생종이를 쓴다면 지구의 고대원시림을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쓰레기의 40퍼센트가 매립되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효과가 21배나 높은 메탄을 배출하는 문제를 풀 수 있다. 재생종이 1톤으로 계산했을 때 나무 17그루를 지킬 수 있고, 평균 6달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하며, 매립지 3입방미터를 줄이고, 물 31780리터를 절약하고 75퍼센트의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천연펄프종이 1톤에 비해 재생종이는 에너지 43퍼센트를 적게 쓴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가난한 시절의 종이로만 기억되던 재생종이는 이미 환경선진국에서는 대세다. 책이나 여러 인쇄물에는 사용후고지 100퍼센트를 쓴 재생종이라고 밝히는 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국내를 보면 표지로 쓸 수 있는 재생종이는 안타깝게도 별로 없지만, 본문용지로 쓸 수 있는 재생종이는 생각보다는 많다. 제지업체마다 사용후고지 함유량이 다소 차이가 나지만 사용 전 고지나 사용 후 고지가 들어간 재생종이와 함께 지금이라도 즐거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적극 소통하며 함께 힘을 모아 숲과 기후를 보호하는 재생종이출판문화를 만들어가자.  
“우리는 다시는 죽은 곰, 수달, 연어, 새들, 토속문화처럼 수많은 생물종과 생명들로 만든 종이를 쓰지 않을 것입니다.” – 마가렛 앳우드 (캐나다 작가)

글 : 정은영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 글보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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