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거꾸로 가는 생태복원

2010.05.31 | 4대강

양재천이 친환경적으로 복원되던 시절, 나는 조경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자연형 하천은 굉장히 참신한 것이었다. 직강화되거나 복개되어 생태적으로 죽은 하천을 생태복원시키는 의미있는 노력이었다. 하천에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여울을 조성했으며, 학회에서는 수변공간을 생태적으로 되돌리기 위한 각종 공법들이 발표됐다. 사람들은 죽어있던 도시의 하천들을 생태적으로 복원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논리와 기법이 대상을 가리지 못 하고, 무분별하고 오만하게 변질돼 버리고 말았다. 자연 그대로 다양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는 아름다운 강을 파헤쳐서, 다시 생태공원(샛강조성, 인공습지, 야생화원, 물고기생태원, 자전거도로, 산책로 등)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등장했다. 이 계획에는 생태복원, 강 살리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갠 날, 한강살리기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남한강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하늘 밑에 헤집어져 있는 강의 모습을 담기가 정말 가슴 아팠다. 일 년 전, 버드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녹색으로 풍성했던 땅은 지금 벌거벗고 공사장비의 점령을 당해 처참한 모습으로 신음했다.




한강살리기사업에 의해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지는 바위늪구비, 도리섬, 부처울습지는 생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도리어 다양한 야생동식물의 삶터가 되는 자연생태계다. 적어도 이곳만큼은 풀 한 포기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야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강제수술
정부 관계자가 4대강 공사를 수술에 비유한 적이 있다. 수술 중 환자의 모습처럼 공사 중의 강이 보기 좋지 않은 것이고, 수술 후 완쾌되면 더 건강한 모습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분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감히 자연을 진단하고 수술칼을 들이댄 것인지 묻고 싶다. 강이 죽었다는 진단을 일방적으로 내리고 강제로 수술칼을 들이댔다. 난 아프지 않은데 억지로 입원시켜서 마취시키고 살을 째고 도려낸다고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의 강이 이 상황이다. 강물을 막고 한창 강바닥을 파헤치더니 이제는 강바닥 속에 시멘트를 쏘아 넣고 있었다. 생명이 있는 자연에 인간이 개발한 인공물질을 밀어 넣고 봉하여 숨통을 막으려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이것은 어떤 특별 시술인지 궁금하다.

대체서식지로 보내준다구?
한강살리기사업 구간을 모니터링을 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양한 야생동식물을 만났다. 종종거리며 강가를 걸어가는 꼬마물떼새, 산란을 하느라 몸부림치는 누치, 이 동네에 사는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등장해서 우리를 놀래켰던 표범장지뱀을 만났다. 그리고 털이 보송보송하고 아직 잘 날지도 못 하는 어린 수리부엉이의 눈과 한참동안 마주했었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수달과 고라니가 머물다간 흔적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서식처가 인간이라는 생물종에 점령당해있다. 똑똑한 인간들은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줄 것이니 걱정이 없다고 한다. 단양쑥부쟁이는 이미 대체서식지라 불리는 ‘화단’에 옮겨져 재배되고 있고, 산란기의 물고기들은 갓 난 알을 놔두고 대체서식지로 옮겨질 것이다. 원주민의 강제이주와 다를 바 없다.    

남한강에 오셨던 백기완 선생님은 “우리 조상들은 강물에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았다. 강물에 쉬어가는 달빛을 가만두기 위해서였다. 강물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저렇게 강 속 밑바닥까지 다 뒤집으면 생물들이 다 죽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들에게 조상들의 이 고운 마음이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