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그 많던 낙동강 모래는 어디로 갔을까

2010.06.07 | 4대강

4대강 사업 준설토 때문에 골치… 야적장 주변서 농사 짓는 주민들 ‘울상’

낙동강은 태백에서 발원해 부산까지 400km를 굽이쳐 바다를 만난다. 그래서 낙동강 본래 아름다움은 안동부터 시작되는 모래톱이 쌓이는 곳부터 그 멋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낙동강 제1비경이라고 불리는 경천대(경북 상주)는 그 절정을 보여준다.  

물이 흘러 깍이고 쌓인 자연스런 멋.





▲ 안동 하회마을 부근 – 물이 흘러 깍이고 모래가 쌓여 자연스런 멋을 뽐내고 있다. 모래는 낙동강의 자연스런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모래톱은 경관뿐 아니라 멸종위기종 1급인 흰수마자 같은 고기들의 서식처이자 산란처였고,
표범장지뱀이 삶터였다. 그런데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모래,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그 많던 낙동강의 모래, 다 어디로 갔나
준설은 보 건설과 함께 4대강사업의 핵심사업이다. 이 중 낙동강의 준설량이 3억9천㎥로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5월 현재까지 준설량은 총 5천300만㎥로 전체 예정물량의 10.2%를 파냈다.

정부는 준설을 통해 확보된 모래, 골재 가운데 골재는 지자체 등이 마련한 적치장에 쌓아뒀다가 건축자재 등으로 매각하고 모래는 인근 공공사업과 저지대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갈 곳을 찾지 못할 준설토로 현장에서는 대란을 겪고 있다.

경북 구미시(26공구 일부~32공구 일부)의 낙동강 공사 현장은 4대강사업 공사 구간 중 준설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4대강사업 전체 준설량의 15%나 되는 8,200만㎥의 준설토가 나올 예정이다. 15톤 덤프트럭으로 820만대 분량에 달해 경부고속도로에 트럭을 154줄로 죽 세워야 할 정도라고 한다.





▲ 구미지역에 쌓아올린 모래 – 구미는 4대강사업 전체 준설량의 15%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구미 일선교에서 바라본 공사현장은 처참하고 쌓아올린 모양이 모래무덤처럼 보인다.
구미 일선교에서 바라본 준설 현장은 처참하다. 수 십대의 포크레인과 트럭이 움직일 때마다 낙동강 생명은 점점 단축되는 듯 보인다. 이 지역은 낙동강에 건설 중인 8개 보 중 구미보가 건설되는 구간으로, 환경영향평가에서 표범장지뱀과 수달 서식이 확인된 곳이다. 모래톱을 다 뒤집어 놓은 탓인지 지금은 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 골칫거리로 전락한 모래
본래 생물들의 보금자리였고, 자연스런 강의 경관을 연출했던 모래는 포크레인으로 긁어진다. 모래는 ‘농지리모델링’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삽질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농지리모델링은 준설토로 저지대 농경지를 하천보다 높여 침수를 예방하고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준설토 자체가 오랫동안 강 바닥에 쌓여 있던 오염물질과 뒤섞여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들도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오염된 땅에서 좋은 농작물이 나올리 없기 때문이다.

야적장을 반대하는 마을도 있다.
구미 능소2리에는 “백년지킨 문전옥답 땅 내놔라 어림없다”는 주민동의없이 추진되는 야적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야적장은 제대로 된 비산먼지 방지시설도 없이 경북도와 농어촌공사는 구미시 등 8개 시·군 60개 지구에 1억1400만㎥의 준설토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현재 30개 지구의 토지소유주에게 사전 승낙을 받아 시행계획 승인도 없이 준설토를 일단 반입하고 있다.





▲ 구미지역 농지리모델리의 현실- 강에서 퍼올린 모래는 농지를 3미터 높이로 쌓아올리는데 사용되고 있다. 농지리모델링 현장 바로 옆에서 농사짓는 농민
하지만 사업비가 애초 4154억원에서 7949억원으로 늘어나면서 국토해양부가 사업지구를 확정하지 않아 나머지 지구의 준설토 추가 반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북도는 밝혔다. 또 농지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도 아직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고 시행계획 승인도 안 난 상태다. 경북도와 인근 농민들은 사업이 늦어질 경우 여름철 폭우 때 이미 반입돼 쌓여 있는 준설토가 유실되거나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강 바닥에서 긁어올린 모래를 놓아둘 곳이 없어 고안해 냈다. 농지를 3m 높이로 준설토로 쌓아올리다 보니,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낫늪, 진촌늪 같은 내륙습지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농지리모델링사업에서 낫늪, 진촌늪을 제외해도 주변이 모두 3m 높이로 흙이 쌓여 사실상 습지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강을 살리겠다면서 삽질을 시작해 사라지는 습지만 100개가 넘는다.

뿐만 아니다.
강 바닥에서 나온 모래는 공군 훈련까지 영향을 미쳤다.
상주시에 있는 낙동 공군훈련장은 한국전쟁 이후부터 공군이 주요한 공대지 훈련을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야적장이 부족해 애가 탄 국토해양부가 국방부에 사격장 안전구역 내 농지를 사용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애초 안전문제를 이유로 고사하던 국방부는 분환, 물량 등 4개 지구 농지리모델링을 허가했다. 결국 공군은 폭탄투하훈련은 일주일에 3일만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보다 하루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천안함사태로 국가안보를 강조하고 있으면서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군 전력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명박정권에서 4대강사업은 대통령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바야흐로 강 모래를 긁어내고 댐을 만드는 사업이 국가 최우선 사업이 되어버렸다. 올해는 생물다양성의 해다.

한 때 생명을 품었던 모래들이 이제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렸다.
농지리모델링 사업은 청사진 없이 공사속도에 밀려 마구잡이로 추진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것은 불법, 탈법으로 얼룩진 4대강 사업의 단면을 보여준다.

야적장에 둘러쌓인 곳에서 농사 짓는 농민을 보라. 농민이고, 습지이고… 이것이 본래 모래가 있었던 자리보다 아름다운가. 과연 누구를 위한 4대강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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