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습니다

2010.07.01 | 4대강

‘임금은 백성들이 가슴에 단 꽃’이라고 했습니다. 임금은 스스로 하늘 높은 존재가 아닌 국민들을 대변하는 아름다운 ‘악세사리’입니다. 2010년 한국 사회, 4대강의 신음소리에 전율합니다. 4대강의 고난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전 세계 유례없는 녹색성장과 변화무쌍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4대강사업, 꼭 필요하다고 속도를 냅니다. 굽이굽이 휘감는 강줄기를 ‘큰 그릇’으로 개조 중입니다. ‘스스로 그러한’ 물줄기를 흐름이 없는 ‘어항’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6.2 지방선거를 겪었습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우리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임금’의 실정을 따져야겠다고 다짐했었나 봅니다.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는 아집이 너무도 강했고, 너무 빠른 속도로 4대강의 생명과 그 속의 삶들을 헤집었기 때문입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도 선거 결과에 당황했고, 앞으로 그러면 더 큰 저항이 있으리라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악세사리’가 주인의 뜻을 거스릅니다. 스스로 아름답고 선하고 진실이라며 다짐에 또 다짐을 하나 봅니다. 국론이 이토록 분열된 이유는 홍보와 설득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백성들에게 잘 이야기할테니 ‘임금’을 믿어 달라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피조물’입니다.

“진실을 생각하지 마라, 말하지 마라, 행동하지 마라.”
선거 기간 동안, 백성들은 가슴 졸이고 숨 죽였습니다. 임금은 ‘밥’과 ‘강’, ‘4대강 공사’와 ‘무상급식’의 찬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 엄포했습니다. ‘북풍’도 불었습니다. 임금은 또, 천안함 사태의 진위에 대해서 말 ‘하지 마라’고 옥죄었습니다. 임금의 ‘하지 마라’를 무시했던 백성들은 끌려갔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기 확신에 따른 표현의 자유도 끌려갔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하지 마라’를 정중히 꾸짖어야 한다고 했지요. 선거 결과는 요란스럽지 않았지만 냉정했고, 심장을 강하게 두드릴 만큼 강력했습니다. 그래도 ‘강심장’ 임금은 대범합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임금이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주인인 법을 거리에서 배웠습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인 민주주의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뜻을 대변해 보낸 이들은 ‘국회’와 ‘권력’을 방패삼아 그들의 뱃속을 채웠습니다. 이제 답답한 마음에 우리가 우리의 뜻을 직접 대변하려 합니다. 총과 칼을 든 위정자와 달리, 그보다 강한 참된 마음과 두 발로써 세상을 바꾸는 것이지요. 해가 오르면, 강바닥에 엎드려 강의 노래, 생명의 울림을 듣습니다. 해가 지면, 4대강의 아픔이 온전히 보이도록 환한 불을 밝히겠습니다. 이제 긴장해야 할 겁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악세사리’ 임금을 백성 아래로 내리는 일을 두 눈으로 확인할 것입니다.

4대강 공사, 밤낮없이 너무도 빠릅니다. ‘미친 속도’로 달려갑니다. 이리 가르고 저리 쪼개서, 강은 더 이상 강답지 못한 채 구부러집니다. 물줄기가 잘리며, 생명은 두 동강납니다. 강이 흐르던 곳에 비뚤어지지 않고 똑바른 길이 납니다. 그 길 위에 물고기들이 함부로 버려집니다. 강바닥에서 생명을 잇던 농민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통곡합니다. 스님이 소신(燒身)하고, 노동자가 절명(絶命)합니다. 이제 그만하시고, “그래, 내가 아니라 너희가 강의 주인이다”라고 말하십시오. 이번 장맛비가 그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겠습니다.

명심해야겠습니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습니다.

글 : 윤상훈 (녹색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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