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로 낙동강 1권역 보 공사현장 모두 침수!

2010.07.17 | 4대강

지난 주에 낙동강을 찾았을 때 남한강과는 달리 수해 대비를 전혀하지 않은 상태여서 좀 놀랐었지요. 7월이 훌쩍 넘었지만 가물막이는 그대로였고, 보 공사도 한창이었습니다. 그대로 공사가 진행됐다가는 침수를 피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대단히 걱정이 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부터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내린 비 때문에 보 안에는 물이 가득 차버렸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어제 밤 늦게 현장을 찾았습니다.

현장으로 가는 도중에도 비는 쏟아졌습니다. 수십명의 드러머가 동시에 차창을 두드리는 듯 했습니다. 늦은 시각이라 조금 겁은 났지만 현장을 포착해야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습니다. 밤 12시가 지나 합천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었기에 현장을 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생각보다는 강은 고요했습니다. 공사장의 불빛에 반사된 강물은 아직까지 점잖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물막이 내에도 물이 차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죠. 물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면 여러사람이 고생할테니까요.

다음날 아침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혹시나 싶었지요. 경남지방에는 어제 밤부터 소강상태였기 때문에 상황은 비슷할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합천보는 이미 물에 잠겨있었습니다. 노란 흙탕물이 보 기둥사이를 뚫고 있었죠. 그렇게 많은 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에 물에 잠겼다는게 좀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에서 수많은 준설로 커다란 ‘물그릇’이 만들어졌다고 말해왔으니까요. 물론 환경단체를 비롯한 정치, 시민단체들은 우기대비를 철처히 하라고 요구했었죠. 특히나 계획상(남한강은 확실하지만 낙동강은 계획을 보지못했습니다)으로는 우기 때는 가물막이를 다 철거를 하고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죠.

7월 가까이 되었을 때 국토부 장관은 ‘언제 중지한다고 했냐?’며 장마철에도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었죠. 하지만 결국엔 이렇게 잠겨버린 것입니다.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지않아서 그렇지 이보다 조금 더 왔다면 심각한 침수피해를 초래했을 것입니다. 보의 구조물이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탓에 보 주변은 침수에 매우 취약하죠. 또, 제방 내의 준설토 적치장의 경우 강물에 다 쓸려내려갔을 것입니다. 모래를 퍼 내는데 엄청난 돈을 쓰고도 모래를 그냥 강물에 보내버린 것이니 국민의 세금을 그냥 물과 함께 흘려보낸 것이니까요.





▲ 밤 늦게 도착한 합천보 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강물은 고요했죠. 아직까지 가물막이 안쪽으로 물이 차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다음날 아침 합천보를 찾았을 때는 물이 넘어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 이 사진은 지난 주 낙동강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가물막이도 있고, 보 기둥사이로 고정보도 보입니다.





▲ 맞은 편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고정보도 보이지 않을 만큼 물이 넘쳤습니다.





▲ 보 아래의 수위 표지판을 보시면 붉은 색으로 된 10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곳은 합천보 조금 아래 입니다. 제방 안쪽에 있는 저런 적치장들은 비가 조금만 더 올 경우에 다 쓸려갈 위험이 있습니다.

아래는 함안보 입니다. 이곳 역시 침수되었습니다. 이정도의 비에 모두가 취약했죠. 여기서는 공사 관계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도 공사 장비들을 치우느라 분주했다고 합니다. 11시정도부터 가물막이를 넘어 물이 들어갔는데 한 10시경까지 계속 치우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전에 준비를 했다면 결코 그런 일이 없었을 테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비가 내리는 중에 철수를 한 것입니다. 이 큰 강 아래서 목숨을 걸고 일을 한 것입니다.

또, 현장에 있는 동안에도 공사관계자는 가물막이 위로 차량을 타고 공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목숨을 건 것이지요. 침수 뿐만 아니라 붕괴위험도 무시한 채 들어간 겁니다. 아무리 대통령이 시키고 상사가 시킨다 할지라도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이 일도 가족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아찔했습니다.

물을 빼내기 위해서는 3일정도 걸릴 것 같다고 그러고 공사장에 쌓였을 토사를 빼내는 데는 열흘정도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결국엔 장마철 동안에는 공사를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북상한 장마전선이 또 내려올테니까요.





▲ 급히 현장을 정리하고 난 뒤 그곳을 내려다보는 일하는 아저씨들입니다.





▲ 공사장의 타워크레인들이 반신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강한 물살이 닥치면 전신욕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좀 더 가까이서 찍은 함안보 입니다. 이렇게만 봐도 아슬아슬하죠? 아마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슬아슬 했을 겁니다.

글 : 김성만 (녹색연합 4대강 모니터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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