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야생호랑이를 찾아서 (2)

2000.11.23 | 미분류

아무르호랑이를 찾아서(2)

10월 23일 (하얼삔 호림원 방문)

하얼삔에서 우리가 머문 숙소는 우정궁이라는 호텔입니다. 호텔 바로 뒷편으로 송화강이 흐르고 아침이면 새벽시장이 서는 곳이지요. 시장은 지금 현재 중국이 어떻게 변해 가는 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곳입니다. 특히 새벽시장은 신선한 아침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을 북적대는, ‘활기’ 그 자체였습니다. 농수산물 시장이 있길래 혹시 야생동물로 만들어진 옷이나 건강식품이 거래되지는 않을까 하고 꼼꼼히 살펴보았지요. 자라, 해마, 뱀을 가공해서 팔긴 하는데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좌판을 벌여놓고 이발하는 모습은 참 이색적이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95년 상해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하얼삔은 5년전의 상해보다 더 번화해 있었습니다. 이 엄청난 발전은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의 환경에 영향을 미칠 테고 그 속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경제활동 사이에서는 엄청난 갈등이 일어날  것입니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양쯔강 돌고래가 20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하얼삔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거리에 호림원( Siberia Tiger Forest Park)이 있습니다. 세계최대동북호랑이호육기지라고 큰 입간판이 서 있는 호림원에는 백호 두마리를 비롯해 총 87마리의 호랑이가 있습니다. 슈외이린씨 말로는 무단지앙(MUDAN JIANG) 지역에는 75마리가 똑같은 방식으로 보호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등록을 위해 기념품 판매점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스라소니를 비롯 여우, 늑대의 가죽을 가공해서 팔고 있었습니다. 스라소니는 꽤 큰놈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귀 뒤의 술과 큰 발이 참으로 멋있어 보였습니다.(개인적으로 고양이과 동물 중 스라소니를 제일 좋아합니다) CITES상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런 동물 가죽을 아무런 통제없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호림원에서 매매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더군요.

호랑이 조각상과 박제가 전시된 통로를 지나 작은 방으로 들어가니 생후 3개월 된 호랑이 새끼 4마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약 20분에 걸쳐 사진을 찍고 호랑이랑 놀았습니다. 한성용 박사님과 제가 한번씩 물렸는데, 눈물이 날 만큼 아프더군요. 명색이 호랑인데 어리다고 만만하게 봤다고 혼났습니다. 호랑이 발은 정말 크더군요. 마음껏 사진을 찍었고, 호랑이 먹이를 준비하는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호림원 투어는 5미터 높이의 철책문을 버스를 타고 통과해 나이대로 구별된 4개의 구역을 순서대로 한바퀴 도는 것이었습니다. 5살 이상, 3살, 2살, 1살 이렇게 구별되어 있었는데, 이유는 나이 어린 호랑이가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구분한 것이라 했습니다. 전체적인 면적이 좁고 호랑이가 살기에는 너무 황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 구경은 정말 실컷 했습니다. 달리는 모습, 싸우는 모습, 물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 나무 덩굴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1살짜리 호랑이를 모아놓은 곳에서는 호랑이 가족을 따로 모아 놓은 곳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근친번식으로 호랑이라고 하기엔 좀 어설픈 호랑이를 볼 수 있었는데, 가족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호랑이는 인간의 자연파괴 결과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입니다.

호림원에서 87마리나 되는 호랑이를 기르고 있지만 이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합니다. 왜냐면 호랑이가 야생에 적응할지도 의문이고 그들이 살만한 서식지가 이미 많이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르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간섭없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사진 녹색연합 이유진 간사 leeyj@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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