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 – 야생동물이동통로냐 전시행정이동통로냐

2001.08.09 | 미분류

전시행정과 국고낭비의 표본인 구룡령 야생동물이동통로

환경부가 20억원의 국비를 들여 설치한 구룡령 야생동물이동통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야생동물은 다니지 않고 주변에 관광객과 차량만 밀려들고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의 전시행정과 탁상행정에 의해 생태복원은 커녕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구룡령은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근간인 백두대간의 주요고개이다. 해발 1013m의 구룡령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에 걸쳐 있다. 북으로 설악산국립공원과 남으로 오대산국립공원을 연결하는 생태적 연결고리이다.  94년도 구룡령에 2차선 포장도로(56번 국도)가 개통되었다. 당초 환경부는 도로로 단절된 백두대간의 생태통로를 복원하고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구룡령 정상에 야생동물이동통로를 설치하였다.

환경부는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구룡령에 폭 30m, 높이 5m, 길이 22.4m에 육교형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하였다. 구룡령야생동물이동통로는 98년 가을 착공되어 3년만인 2000년 12월 30일 완공되었다. 하지만 계획했던 야생동물은 다니지 않고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동통로가 들어선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5m지점에 휴게소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룡령 정상의 휴게소에는 식당과 매점이 운영되어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주차장에는 관광객들이 몰고온 수 십대의 차량이 즐비하다. 이번 휴가철에는 구룡령 주변에 행락객의 차량이 폭주하고있다. 특히 건물 외부에 설치해둔 스피커에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몇 백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정도로 커다란 노래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구룡령은 주야로 많은 사람들과 차량이 붐벼 소음과 진동이 넘쳐난다. 구룡령야생동물이동통로 가장자리에 자동차 소음과 불빛을 차단하기위해 목재 방음벽이 설치되었지만,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노래소리, 사람들과 차량의 소음에는 무방비상태이다. 동물은 고사하고 행락객만 밀려들고 있다.

  이동통로를 지나 다닐만한 동물들은 주로 야행성이다. 그런데 밤에도 구룡령휴게소의 네온사인과 안내등이 이동통로의 코앞에서 번쩍거리며, 24시간 내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이동통로 자체가 전혀 쓸모없는 구조물로 전락했다. 지난 5월부터 녹색연합이 구룡령 야생동물이동통로를 모니터 한 결과 낮에는 관광객들과 차량이 쉼없이 들락거리고 밤에는 불빛이 구룡령정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특히 휴가철이 시작된 7월 중순부터 8월 7일까지 구룡령 정상에는 서울의 번화가를 방불케하는 차량과 행락객들이 밀려들어 야생동물은 고사하고 사람과 차량만이 넘쳐났다.

이런 상황은 이미 이동통로가 건설될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환경부와 산림청의 부처이기주의로부터 비롯되었다. 구룡령휴게소는 지난 98년 9월 산림청에서 건설하여 개장하였다. 초기부터 민간에게 임대를 주어 운영하고 있다. 98년 당시 휴게소가 개장될 무렵 환경부에서 이동통로를 추진하여 지금처럼 예산낭비에 무용지물인 야생동물이동통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구룡령이동통로 옆에 현재와 같이 휴게소가 운영될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되었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 이런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구룡령의 문제와 더불어 앞으로 환경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이동통로도 문제가 많다. 환경부는 건설교통부와 합동으로 2001년에 한계령·죽령·육십령 등 3개 지역에 추가로 3개소의 야생동물이동통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추진반을 편성하였고 현장조사를 통해 설치 위치까지 선정하였다. 1개소당 20억 원씩 약 60억 원을 들여 3개소에 설치한기로 한 것이다.

※2001년 환경부 야생동물이동통로 계획

o 한계령 : 설악산 국립공원내 국도 44호선

o 죽  령 : 소백산 국립공원내 국도 5호선

o 육십령 : 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을 연결하는 국도 26호선

그러나 문제는 한계령과 육십령에 설치하기로 한 곳이 실효성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위치라는 것이다. 한계령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가리와 인제군 북면 한계리를 오가는 고개인데 이동통로가 예정된 인제쪽은 바로 옆에 한계령을 다니는 국도 44호선 이외에 451번 지방도가 있어 국도만 이동통로를 설치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애초에 백두대간의 생태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야생동물이동통로라면 당연히 451번 지방도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점을 환경부는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육십령도 설치하기로 한 지점에서 불과 1km 이내에 대형채석광석이 위치하고 있어 동물들이 다닐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곳이다. 야생동물은 소음과 진동에 대단히 민감하다. 가장 소음과 진동이 심한 채석광산 바로 아래에 이동통로를 설치해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아무런 고려없이 야생동물이동통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환경부가 야생동물이동통로를 설치하면서 주변의 동물상을 비롯해 자연생태계와 주변환경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고려를 하지 않고 그저 이동통로라는 구조물만에 집착한 결과다. 구룡령에서 본 것처럼 충분한 고려와 계획없이 탁상에서 출발한 이동통로 사업은 야생동물보전과는 거리가 먼 채  20∼30억 원 가량의 국고만 낭비하게 된다. 아울러 실효없는 이동통로를 지나가는 국민들의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고 있다. 야생동물이동통로가 아니라 전시행정과 국고낭비의 표본이 되고있다. 정부는 야생동물이동통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관련기관
– 환경부 자연정책과 504-9283
– 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 033-443-7701

      녹색연합의 주장
•전시행정과 국고낭비로 흐르는 생동물이동통로 사업을 즉각 중지하라.
•정부는 구룡령 야생동물이동통로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
•구룡령 문제를 해결하고 나머지 생태터널을 추진하라.
•형식적이고 예산낭비의 우려가 큰 생태터널 계획을 전면 재 검토하라.
•환경부와 산림청은 부처이기주의를 중단하고 구룡령 보전대책을 수립하라.
•정부는 실질적인 백두대간보전대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라.

2001년 8월 9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정용미 간사 pis715@greenkorea.org 02-747-8500, 019-327-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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