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삶터가 물 속에 잠긴다면?

2001.11.19 | 미분류

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정용미 간사 pis715@greenkorea.org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리고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농업과 관련해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국내 보조금을 줄이는 쪽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쌀값 하락과 수입 개방에 항의해 길거리로 나선 농민들은 절망 속에 빠져들었다. 가뜩이나 심난한 농심에 또 하나의 먹구름이 드리워져있다. 평생 삶의 터전이었고, 땅을 일구며 살던 정든 고향에 댐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것도 내 집과 땅이 잠기는데, 의견 한마디 물어주지를 않는다.

건교부가 지난 6월 12일 100년 만의 가뭄을 핑계로 수자원 장기종합계획 공청회에서 2011년까지 초대형댐 12개 건설계획과 30개 후보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곧이어, 7월 11일 12곳의 최종예정지를 발표했다.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9월 19일 10개의 대형댐과 사실상 새로운 댐건설과 다름없는 6개의 기존댐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건교부는 10년에 걸쳐 한강권역의 밤성골댐, 한탄강댐, 금강권역의 지천댐, 낙동강권역의 송사댐, 송리원댐, 상옥(옥계)댐, 화북댐, 감천댐, 안의댐, 이안천댐, 영상강·섬진강 권역에 적성댐 등 모두 28개 댐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 동안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댐 건설을 결정할 방침’이라던 건교부의 말과는 다르게, 주민의견을 전혀 거치지 않은 댐 계획이 발표되었다. 건교부는 지역주민, 자치단체, 환경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댐 건설을 계획, 추진하고있다.

건교부의 시대착오적인 댐 정책에 성난 농심은 고향 땅과 강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전국 12개 댐 예정 지역에 댐 반대를 위한 대책위가 꾸려졌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하였다. 건교부의 대안 없는 댐 중심 수자원정책을 반대하는 연대기구 ‘댐 반대 국민행동’을 창립하였다. ‘댐 반대 국민행동’은 부실한 근거와 비민주적 절차로 추진되는 건교부의 전국12개 댐 건설계획을 반대하고, 환경친화적 수자원 정책 마련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건교부는 내년 6개의 새로운 댐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 예결위에 1,208역원 신규 댐 예산을 상정하였다. 건교부는 근거도 없고 명분도 없는 댐 예산을 신청하였고, 국회 건교위는 이를 승인하였다. 건교부가 내년 추진하겠다는 6개 댐은 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기본계획, 주민의견 수렴을 거치지 못했거나 극히 부실한 상태여서, 아직 한 곳도 댐 건설을 확정하거나 고시하지 못한 상태이다. 건교부는 댐 건설이 확정되고서도 수년이 시간이 지나서 필요한 토지수용비(보상비)를 내년 예산으로 1천억 원이나 책정하는 변칙적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미 동강댐과 내리천댐 그리고 지리산댐 건설 반대운동을 통해 댐의 반환경성과 비효율성을 경험한 바 있다. 댐 건설은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파괴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간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결국은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기에 이르는 대안 없는 정책이다. 효율적인 물 관리 정책을 뒤로한 채 댐 건설만으로 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교부의 안일한 정책 탓으로 우리 강과 물이 죽어가고 있다.

오늘도 국회 앞에는 댐 건설을 막기 위해 올라온 주민들의 ‘댐건설 저지와 댐예산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건교부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역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댐 건설이 아닌 생명의 근원인 물과 강을 살리는 대안적인 수자원정책을 마련해야한다. 온 국민의 바람처럼,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건교부의 댐 건설과 댐 예산은 즉각 철회되어 한다.【사이버 녹색연합】

※ ‘댐 반대 국민행동’의 활동은 http://nodam.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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