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땅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지만 바다보다 큰 땅이고 땅보다 큰 바다이다

갯벌은 땅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지만 바다보다 큰 땅이고 땅보다 큰 바다이다
    -녹색순례의 감동은 계속됩니다-

▶ 글쓴이 : 허 욱(시민참여팀)
  ▶ 글쓴날짜 : 2000년 3월 27일

‘땅끝에서 새만금까지’ 백두대간의 웅대한 기운이 마지막 뻗쳐 이룬 사자봉이 땅끝이다. 땅끝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햇빛에 너울져 비취빛을 이룬다. 땅끝에서 부안에 이르는 해안은 구불구불 굽은 리아시스 해안으로 또다른 생명의 터전인 갯벌이 펼쳐져 있다.

천년을 두고 퍼올려도 변함없는 생명의 텃밭 갯벌에는 위대하고 찬란한 대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다. 세상 모두를 살리는 살림세상의 기운이 서려있는 것이다. 갯벌은 땅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지만 바다보다 큰 땅이고 땅보다 큰 바다이다.

그러나 이곳 갯벌은 간척사업으로 얼룩진 파괴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해남의 영산강 3단계 지역과 현재 진행중인 새만금 지역은 방대한 갯벌을 파괴하고 수질문제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함평·무안지역의 영산강 4단계 지역이 백지화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답사 일정 중 함평에서는 뜻하지 않은 추격전이 있었다. 함평군의 해안은 23㎞에 이르며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영광으로 이어져 있다. 돌머리 해수욕장은 소나무 숲과 마늘밭이 펼쳐져 있으며 최근에 해안을 따라 도로가 생겼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많은 철새들이 노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청둥오리를 발견한 것이다.

청둥오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순간 코란도를 타고 있는 한 사내와 만났는데 그 사내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건냈다. 청둥오리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급하게 청둥오리에게로 달려갔고 거기에는 총탄에 머리를 관통 당한 청둥오리가 죽어 있었다. 그제서야 그 사내가 총을 쏜 것을 알았지만 그 사내는 도주를 한 후였다.

청둥오리를 차에 실고 그 사내를 찾아 나섰다. 답사일정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밀렵꾼의 소행을 용서할 수 없었다. 긴박한 추격전이 이어졌지만 끝내 밀렵꾼을 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함평군에 죽은 청둥오리를 건네고 대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인간의 얄팍한 욕망과 유희에 죽어 가는 것은 철새들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양심이 죽어갈 때 드디어 그 죽음은 우리에게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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