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원전 정책, 어디로 가나

2013.03.29 | 탈핵

박근혜 원전 정책, 어디로 가나

노후 원전 사상 첫 적자! 신규 원전 11기 증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줄곧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자력 안전체제와 관련해 국민들의 불안이 큰 상태”라며 “원전대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원전 정책이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확인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원전 정책의 시험대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노후 원전으로 대표되는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의 폐쇄여부다. 두 번째는 신규 원전의 증설여부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다. 이 세 가지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박근혜의 원전 정책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업무보고를 통해 장기 가동원전(고리1호기, 월성 1호기)에 대해 EU 방식 스트레스를 실시하고 모든 원전에 대한 국제 전문기관의 특별점검을 통해 안전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원전 지역주민들은 노후 원전의 위험성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안전 점검이 아닌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고리원전 1호기 전원상실 사고와 조직적인 은폐 사건부터 압력용기의 취성화(유리처럼 깨지는 성향), 압력용기의 재질에 대한 의혹, 부품 비리 사건 등은 국민적인 신뢰를 잃게 했고, 부산 시민의 72%가 고리원전 1호기의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상 노후 원전 재가동 전제 논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확정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오는 2027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모든 원전에 대해 계속 가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현재 수명 연장을 심사 중인 월성 1호기도 가동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기간 안에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비롯해 고리 2, 3, 4호기, 영광 1, 2호기, 울진 1호기와 월성 2, 3호기로 10기에 이른다. 따라서 올해 6차 전력수급계획을 수정해 마련하는 간년계획에는 수명이 다한 원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명확히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후한 고리·월성 원전, 사상 첫 적자

원전 노후화로 경제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이 한국구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리 원전은 지난해 203억원, 월성 원전은 488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원전 노후화로 잦은 고장이 발생해 운영기관이 줄게 되고 원전 수리비용과 방사성폐기물 등의 관리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리 원전의 운영비는 2010년 5,905억원, 2011년 9,400억원, 지난해 1조1,29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월성 원전 운영비도 2010년 5932억원, 2011년 7985억원, 지난해 1조261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원전 11기 건설 추진하나

산자부는 또 오는 2024년까지 원전 11기를 새로 건설하기로 방침을 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계획대로 원전 건설이 진행되면 2024년 국내 가동원전은 23기에서 34기로 늘어나게 된다. 건설 중인 5기 원전뿐만 아니라 계획이나 검토단계였던 6기의 원전 건설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여기에 신규 원전 후보지로 확정된 삼척과 영덕에 건설될 4기 원전에 대해서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이후로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덕군에 보상의 기초인 전수조사업체를 이미 선정하고 이장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밀실에서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MB정부의 원전 추진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가능한가

산자부가 25일 발표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에 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안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2014년까지 본격적인 공론화 단계를 거쳐 2014년 말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의 연료로 사용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수만 년 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처분장이 마련된 곳이 없으며,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대국조차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원전 안에 임시저장고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데, 임시저장고가 2016년부터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전에서는 매년 약 700톤 가량의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한다. 이렇게 쌓인 폐기물이 고리 원전은 2016년, 월성 원전이 2018년, 영광원전 2019년, 울진원전은 2021년이면 임시저장용량을 넘어서게 된다. 그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처분할지 아니면 재처리할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재처리는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되어야만 시행될 수 있다. 미국은 재처리에 부정적인 견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국내 시민사회는 재처리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고 사안별로 첨예한 의견대립이 점쳐지면서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는 가장 먼저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 증설,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환경 및 시민사회와 원전 지역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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