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과일쓰레기, 지렁이에게 부탁해볼까요?

2013.06.07 | 폐기물/플라스틱, 행사/교육/공지

여름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얼음 동동 띄운 대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수박 한입 베어 물면 아~ 이 순간만은

일 년 내내 여름이어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수박껍질에선 쉰내가 폴폴 올라오고 파리, 모기, 온갖 벌레가 몰려듭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아직 채우려면 한참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 그냥 버리기엔 아깝고,

사계절 내내 골치를 썩게 하는 음식물 쓰레기지만 여름은 특히 이만저만 난감한 게 아닙니다.

좋은 방법 없을까요?

 

1단계, 그렇다면 지렁이를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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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등장했더랬죠^^)

베란다나 현관에 넉넉한 크기의 지렁이 화분을 마련하고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묻어두는 겁니다.

흙에다 묻어두었으니 고약한 음식물 냄새도 사라집니다.

흙 속의 유기물질을 먹는 지렁이에게 음식물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라 ‘식사’입니다.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는 지렁이의 몸을 통과하면 좋은 거름이 되어 나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름으로 작은 텃밭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요?

그 수확을 집에서 먹고, 남는 것을 지렁이에게 주고, 퇴비가 되고

– 우리 집 안에서 생태순환이 이루어지니 오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깨끗한 주방과 생태적인 생활을 기대하며 야심 차게 시작된 지렁이와의 동거!

그런데 음식물은 줄어들지도 않고 심지어 죽은 지렁이까지 보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 포기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다음 단계로~

 

2단계, 지렁이를 잘 ‘돌봐’주세요.

음식물에 남아있는 소금기는 축축한 지렁이의 피부를 바싹 마르게 합니다.

음식물량이 너무 많았다면 지렁이가 먹기도 전에 부패해서 지렁이가 숨을 쉴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음식들은 고기류가 많고 양념도 많이 되어있어

지렁이들의 입맛에는 썩 맞지 않는 것들이지요.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 화분에 넣을 때는

물에 헹궈 소금기를 없애고 물기를 빼서 주세요.

물기를 빼는 것은 물에 소금이 녹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고기류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지만 만약 주게 된다면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톱밥 등과 섞어서 주세요.

톱밥은 수분을 제거하고 쉽게 부패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지렁이 화분의 깊이는 30~40cm가 적당합니다. 통풍이 잘 되도록 뚜껑 조금 아래에 구멍을 뚫어주고,

햇빛이 들지 않고 습기가 있는 곳에 놓아두세요.

기온이 30도를 넘거나 영하로 떨어지면 지렁이가 잘 움직이지 않으니 유의하여야 합니다.

 

귀찮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려고 한 건데 어째 지렁이화분이 더 번거롭다고 느껴지시나요?

살짝 알려드리자면, 지렁이와 함께 사는 건 꽤 까다로운 일입니다.

생각만큼 음식물쓰레기가 빨리 사라지지도 않고 여차하면 지렁이가 죽기도 하거든요.

사실은 ‘음식물쓰레기처리’보다 ‘지렁이 돌보기’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우리가 하루에 버리는 음식쓰레기량이 13,000톤 가까이에 이른다는 현실을 보면

봉투에 슬쩍 넣어 내놓기엔 영 맘이 편치 않습니다.

음식물쓰레기는 가축의 사료로 가공하기도 하지만 100% 다 활용하긴 어려운데다

처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물기가 많아 소각도 어렵고 수질오염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또 좋은 거름의 재료를 그냥 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신경 쓸 것들이 있긴 해도 역시 지렁이에게 음식물처리를 부탁하는 게 지구를 위해서도,

깨끗한 부엌을 위해서도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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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지렁이와의 행복한 동거

지렁이는 흙 속에서 밥을 먹고 흙 위에다 몽글몽글한 똥을 둡니다.

이 똥이 바로 훌륭한 거름이지요. 6개월에 한번 씩은 겉흙에 쌓인 이 똥을 걷어내어 주세요.

좋은 거름이지만 지렁이입장에서 보자면 ‘똥’이다보니 한번 씩 치워주어야 지렁이가 건강합니다.

이렇게 얻은 거름으로 화분을 가꾸거나 작은 텃밭을 꾸민다면 초록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덤으로 옵니다.

 

집안 한 모퉁이를 내어주고 약간이 관심만 기울인다면 나의 삶터가 녹색삶터로 바뀌어져 갑니다.

지렁이가 수박을 좋아한다고 하니 여름에는 지렁이 키우기에 도전해 보세요.

 

글 / 문은정(녹색연합 시민참여국)
그림 / 엄정애(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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