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위기? 전력다소비산업이 문제

2013.06.17 | 탈핵

[전력수급위기의 거짓과 진실①] 전력수요증가의 원인과 대책

최근 몇 년간 전력수급난 심화, 발전기의 잦은 고장, 전기요금 인상 등 주요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전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력수급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이에 17일부터 21일까지 5회에 걸쳐 ①전력수요 증가의 원인과 대책 ② 핵발전소 고장과 전력수급 ③ 전력난과 전력산업 민영화 ④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⑤ 에너지세제 개편과 전원믹스를 연재한다. – 기자 주

전력수급위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여름철 절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력난을 막기 위한 이러한 고육지책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반복되는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전력수급위기는 전력수요에 비해 전력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기에 해결책은 전력수요를 줄이거나 전력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의 해법은 줄곧 전력공급을 확대하는 방향 일변도였다.

하지만 핵발전과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공급 확대 위주의 정책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하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제는 전력수요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력소비량이 증가하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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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전력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소비량은 1993년부터 2011년 기간 동안 연 평균 7.3%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전력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2002년 대비 2011년 가격을 비교하면 도시가스는 72%p, 경유 및 등유는 145%p, 165%p 증가한 반면, 전기요금은 21%p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이에 따라 1차 에너지(유류)보다 2차 에너지(전기)의 가격이 더 싸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존의 석유, 가스에서 가격이 저렴한 전력으로 소비가 대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체 전력소비량의 53%를 차지하는 산업체의 급속한 전력화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산업체들이 저급 에너지에 적합한 산업공정의 에너지원을 유류 대신 전기로 바꾸면서 국내 전력소비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1년 산업용 전력의 13.6%에 불과했던 각종 가열공정의 전력소비 비중이 2010년에는 39%로 급증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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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서 2011년 기간 동안의 전기요금 종별 원가회수율을 살펴보면 모든 종의 전기요금이 원가회수율 10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유가 등 연료비 변동분이 전력요금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85.3%로 주택용 89.8%, 일반용 94.5%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2일 주요 9개 공기업에 대한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한전이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한 것이 산업용 전기 과다소비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OECD 32개 국가 중 11위, 주택용은 7위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환율로 환산할 경우에는 산업용은 4위, 주택용은 3위로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더 싸다.

경제성장률(GDP)과 전력소비량 간의 관계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은 1달러 당 172Wh를 사용해 4위를 기록했고, OECD 평균의 2배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주택용 전력은 1달러 당 46Wh를 사용해 26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OECD 평균의 55%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량이 많은 것이 주로 산업용 전력에 의한 것임을 의미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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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은 줄곧 있어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줘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논리가 반복됐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의 제조원가대비 전력비 비중은 지난 1990년 1.57%에서 2011년 1.15%로 역사상 가장 낮은 부담률로 하락했고, 전력구입비로 인한 제조업의 부담은 20년 전에 비해 26.8% 감소했다. 또한 국내 제조업의 전력원단위는 아직까지 높은 편이지만 지난 10년간 30%가량 개선되었다.

국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다소비 산업을 저소비 산업구조로 개편하기 위한 첫 걸음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요 전망 시 2012년에서 2030년 기간 동안의 전기요금 인상률을 소비자물가상승률 2.2%보다 낮은 연평균 1.2% 수준으로 가정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요탄력성(가격변화율 대비 수요변화율)이 낮은 주택용 전기요금 연평균 인상률은 2.7%로 높게 가정한 반면, 수요탄력성이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0.9%로 낮게 가정하고 있다.

올해 말 수립되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계획에서 전력수급과 기후변화, 핵발전소 사고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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