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기 ‘발전’보다 ‘송전’이 더 문제

2013.06.20 | 탈핵

[전력수급위기의 거짓과 진실④]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최근 몇 년간 전력수급난 심화, 발전기의 잦은 고장, 전기요금 인상 등 주요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전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력수급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이에 17일부터 21일까지 5회에 걸쳐 ①전력수요 증가의 원인과 대책 ② 핵발전소 고장과 전력수급 ③ 전력난과 전력산업 민영화 ④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⑤ 에너지세제 개편과 전원믹스를 연재한다. – 기자 주

최근 밀양 송전탑 사례는 우리나라 전력수급계획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전력수요의 약 40%를 차지하는 수도권으로 전력을 장거리 송전하기 위해 건설되고 있는 765kV 초고압송전선로 문제는 국내 전력수급계획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전력수급에서 ‘발전’보다 ‘송전’이 더 문제인 시대가 되고 있다.

이번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송변전 설비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장기과제로 미뤄둔 상태다. 송전설비는 발전설비와 달리 지역이 넓고 건설과정에서 재산권침해, 경관훼손 등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켜 향후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운 뿐더러 실제 건설을 하는 데에도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좁은 국토에 초고압송전탑이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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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전력공급체계는 해안가의 대형 핵발전소 단지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거대한 송전망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기존 한울(울진)원전-신태백-신가평 구간과 최근 신고리(원전)-북경남 765kV 구간에서 발생한 ‘밀양 송전탑’ 사건과 같은 사회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밀양 송전탑 사례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과연 초고압인 756kV 송전선로가 필요한 지 여부다. 신고리-북경남 구간 송전선로는 애초에 수도권으로 연결하려는 계획이었다가 여러 차례 폐기와 변경을 거쳐 현재는 가까운 영남권에 전력을 보내기 위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765kV 송전선로는 캐나다와 미국, 중국 등 광활한 국토 여건에서 1000km대 이상의 장거리 송전에 주로 사용되는 선로이다. 신고리에서 가까운 영남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해 건설되는 초고압 송전선로 사업의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이유다.

서울-수도권 전력소비량이 문제

장거리 송전을 염두에 둔 건설계획은 지역별로 큰 격차를 보이는 전력자급율 때문에 발생한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수도권과 대도시는 전력자급율이 낮고,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은 전력자급율이 높다.

대규모 발전단지가 밀집돼 있는 인천과 충남, 전남, 경남의 전력자급율은 200%를 넘어선 데 비해 부산을 제외한 서울, 대전, 광주 등 대도시는 3% 미만의 전력자급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서울-수도권의 전력공급 문제는 앞으로도 큰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다.

초고압 송전망을 확장하기 이전에 수도권의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력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산업용 전력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한 대책이 시급하다.

권역별 전력수급계획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지역 및 권역별로 전력수급계획을 세우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권 등 3개 권역을 나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비수도권이 한 데 묶여 있는 등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이다.

전력수급의 안전성을 높이고 밀양 송전탑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권역별로 발전과 송변전 시설 계획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력수급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또한 사업자 편의 중심으로 되어 있어 갈등을 증폭시키는 전원개발촉진법의 존폐를 포함해 발전소와 송변전시설 건설의 결정 과정에서의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에너지국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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